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신림동 일가족 참변 현장을 방문해 반지하집 창문 앞에서 둘러보는 사진을 홍보용 카드뉴스로 제작해 대통령실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했다가 ‘소름끼친다’는 분노까지 쏟아지자 결국 삭제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대통령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SNS에 올린 ‘2022.08.09. 집중호우 침수 피해지역 현장 점검/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올렸다. 이 카드뉴스에서 대통령실은 당시 윤 대통령이 그날 신림동 반지하 창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관계자들과 현장을 쳐다보는 사진 위에 “신속한 복구, 피해 지원과 아울러 주거 취약 지역을 집중 점검하고, 취약 계층에 대한 확실한 주거 안전 지원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실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서 되레 피해자 주민들의 원성을 사게 한 발언은 전하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피해자와 만나 “근데 여기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고 말했고, 해당 반지하집 창문 앞에서는 “저지대다 보니까 도림천 범람이 되면 바로 여기가 직격탄을 맞게 되는구나”,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이 되더라고”라고 말했다. 이 내용이 영상으로 타전돼 ‘지나가던 아저씨가 할 얘기이지, 대통령이 참사 현장에서 할 얘기냐’는 공분을 낳기도 했다.

특히 이 같은 카드뉴스 형식으로 대통령의 국정 홍보에 활용하려 한 것은 들끓는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천재지변보다 무서운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안일함과 위기 불감증”이라며 “국민은 위기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불안하고 윤 정부 총체적무능에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폭우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신림동 참사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대통령실이 카드뉴스로 제작해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했다가 비판을 받고 지웠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폭우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한 신림동 참사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대통령실이 카드뉴스로 제작해 홈페이지와 SNS에 게재했다가 비판을 받고 지웠다. 사진=대통령실

박 원내대표는 “반지하 일가족 참사 현장을 국정 홍보의 활용하는 인식도 경악스럽다”며 “실력도 개념도 없는 대통령실 무능 인사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단지 홍보가 부족해서라는 상황 진단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자 착각”이라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통해 이제라도 국민의 불안을 덜고 분노를 잠재울 것을 윤 대통령에 다시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상만 해도 끔찍한 참극의 신림동 반지하방 현장에서 찍어 올린 대통령실 홍보 사진을 보니 소름이 끼친다”며 “바로 그 아래에서 세 사람이 나오지 못하고 익사했다. 무신경도 이런 무신경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대통령실이 10일 저녁 이를 삭제하자 조 전 장관은 “문제의 대통령실 홍보 사진을 삭제했다고 한다. 만시지탄!”이라고 썼다.

대통령실도 이날 이런 지적이 나오자 사과하고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 국정홍보 카드뉴스. 배경이 어제 발달 장애 일가족 참사현장을 배경으로 썼는데, 참사 현장을 국정홍보 자료로 쓰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질의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까지는 알아보지 않는데, 참사 현장인 만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담당팀에 연락해서 그것은 내리든지 요청을 할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 ‘죄송한 마음’ 발언 두고 ‘사과는 아니다’→‘사과다’ 오락가락도 질타

이밖에도 ‘죄송하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가 사과냐 아니냐를 놓고 또 논란을 낳았다. 윤 대통령은 10일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저도 어제(9일) 현장을 다녀왔습니다만 집중호우로 고립돼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며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정부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한 첫 번째 사과인데 배경이나 그 해석 있느냐’는 질의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사과를, 우리는 ‘사과다’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며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국민들과 눈을 맞춰서 일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소통하고 맞추려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이야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해석인가’라는 재질의에 이 관계자는 “첫 사과라고 해서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 ‘정부를 대표해서 뭐가 죄송한 것이냐’고 하자 이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의무인 만큼 그런 일들이 생겼을 때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가 또 그건 아니라는 취지의 말인데, 정확하게 어떤 취지냐’는 잇단 질문이 나오자 이 관계자는 “대통령이 하신 말씀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다”며 “‘국민께 죄송한 마음’을 더 해석을 해야 할까”라고 답했다.

‘사과가 아니라고 해서 질문하는 것’이라고 하니 그제야 이 관계자는 “사과다”라며 “첫 번째 사과라고 의미를 크게 두시니까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다. 죄송하다는 말씀은 글자 그대로 죄송하다는 말씀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을 하나”라고 해명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대통령은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 이를 두고 사과가 아니라는 오락가락 행보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신현영 민주당 비대위 대변인도 “대통령은 사과를 한 것이냐, 안 한 것이냐. 마지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냐”며 “제대로 하지 않은 사과는 국민을 우롱하는 개사과 시즌2를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대통령실의 행태는 국정 전반의 난맥상이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국정 난맥에서 벗어나 국정의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면 대통령실을 시작으로 내각까지 전면적인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대통령실을 향한 이 같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대통령실 최영범 홍보수석과 강인선 대변인, 이재명 부대변인에 질의했으나 10일 오후 1시20분 현재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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