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집무실 이전 예정지인 용산 국방부 내 헬기장의 소유권이 우리 군으로 이관됐음에도 미군 통제 하에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방송했다’는 지적을 받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1시간 넘게 첨예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의결을 보류했다. 

방통심의위는 1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3월21일자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분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지난주 전체회의에 정민영 위원이 참석하지 않아 해당 안건에 대해 ‘의결보류’ 결정을 했지만, 이번 회의에서 또다서 의결을 보류했다.

김씨는 ‘이 정도는 알아야 할 아침뉴스’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대담하면서 “세계 정치사의 전무후무한 사례로 남을 것”, “왜 이렇게 해야되는지 어느 구석 한 군데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러니까 풍수지리 얘기가 계속 나오는 거다. 합리적 판단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 김어준의 뉴스공장 3월21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 김어준의 뉴스공장 3월21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인터뷰 제1공장’에서는 여석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출연해 현 국방부 헬기장을 두고 “그 헬기장은 우리 국방부가 소유한 땅이 아니고 SOFA에 의해 미군에 공여된 땅이다. 소유권이 아직 우리에게 있지 않다. 해당 부지는 2월에 우리 국방부로 소유권 이전 합의가 이루어졌고, 시행 일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주한미군 기지 내에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관제도 미군에게 주책임이 있고, 한국군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방심위에 제출한 의견진술서에 ‘당시 한 일간지가 해당 부지의 소유권이 아직 미국에 소속되어 있다고 보도했다’고 적었다. 당시 한겨레는 3월20일 오전 ‘[단독] 집무실 국방부로 옮기면 대통령 헬기 비행 주한미군이 통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에 출고했다. 해당 기사는 오보로 드러나 당일 오후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한겨레는 21일 ‘[알림] 대통령 헬기 비행 주한미군 통제 기사, 사실관계 바로잡습니다’라는 제목의 정정보도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주한미군이 통제하던 국방부 헬기장이 지난 4일부터 한국군이 운용·통제하는 것으로 바뀐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한겨레 3월 21일 정정보도 갈무리.
▲ 한겨레 3월 21일 정정보도 갈무리.

제재 수위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됐다. 지난 회의에서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던 김우석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매주 방송소위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안건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어 괴롭다”며 “이번 방송은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잘못된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 팩트가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상당기간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관건은 후속조치다. 한겨레신문은 잘못된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어준씨는 모른척하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방송 후 3개월이 지나서 위원회의 지적이 있은 후에야 형식적인 정정만 있을 뿐, 최종 결정 의견진술때도 뉴스공장 쪽 책임자들은 어떤 반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보수 진영도 이 정도 방송을 하면 당연히 제재해야한다”며 “방송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있고,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하는 것 뿐”이라고 했다. 

지난 회의에서 행정지도 ‘권고’ 의견을 냈던 정민영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무리하게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소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해도 지금 우리가 심의를 통해 문제삼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용산 헬기장 관련 내용은 전 국방정책실장조차도 사실관계를 놓친 것은 맞지만, 전체적으로 방송 맥락에서 보면 아주 심각한 객관성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정제재를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심의위원이 되기 전 방심위 심의 결과에 대해서 비판했던 것 중 하나가, 출연자가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을 때 진행자가 그것을 바로잡지 못한 것을 놓고 법정제재를 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라며 “한겨레가 전날 이미 사과를 했는데 다음날 새벽방송에 반영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잘못됐지만, 이것을 악의적인 왜곡의 수준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했다. 

지난 회의에서 ‘의견제시’ 의견을 냈던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무엇이 명백한 허위사실인지 모르겠다”면서 “방송의 공정성은 한쪽 편만 말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것도 있지만, 보수의 관점이나 진보의 관점이나 모두 말하도록 해야 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좋아서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심의는 다양한 의견을 말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어준의 뉴스공장 3월21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 김어준의 뉴스공장 3월21일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정연주 위원장(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그동안의 위원들 의견을 종합해보면, ‘논평의 영역은 최대한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점’, ‘그럼에도 표현과 언어의 선택에는 절제가 필요하다는 점’, ‘정확한 사실과 객관성에 대해서는 성실함과 엄중함이 요구된다는 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5기 방심위는 비전과 정책 관례를 밝힐 때 핵심 과제의 하나로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최소규제의 원칙을 밝혔다. 그동안 5기에서 해온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법정제재 안건을 보면 모두 5건”이라며 “5기가 이번에 핵심 관례로 선정한 표현의 자유 보장과 이를 위한 최소 규제의 원칙을 잘 지켜왔다고 보고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의료 정보프로그램 등에서 시청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를 취해왔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안건에 관해서는 “표현과 언어의 선택에서 절제의 아쉬움은 있다고 하더라도 논평의 영역에서 제재 대상은 아니다”라며 “용산 헬기장 관련 사안은 여석주 전 국방정책실장이 최근 변화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법정제재에 이를 정도로 엄중한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이 제재 수위를 높일 생각은 없는지 재차 물었지만, 정 위원장은 “정면으로 객관성 위반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우석 위원은 정 위원장의 의견에 대해 “방송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기가 민망한 정도의 수준”이라며 “공영방송 TBS는 사실 정파적인 문제가 아니라, 김어준씨같은 이상한 형태의 방송을 하는 분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영방송의 가치를 내려놨기 때문에 위태로워진 것이다. 공영방송을 지키는 차원에서라도 위원회 차원에서 법정제재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윤성옥 위원은 “합의제 기구의 정신을 살려서 합의할 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이 있다”며 “객관성 위반 사항도 아니고, 정부에 대해 비판하는 방송에 대해서 우리가 행정지도 제재를 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러한 행정지도는 방송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지 말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를 타협하는 것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이라고 했다.

1시간이 넘는 논의에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자, 다른 안건 심의를 먼저 끝낸 후 다시 논의를 이어갔지만 위원들은 결국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만약 수차례 논의 후에도 의결 정족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의결 불성립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의결 불성립 결정이 되면 결과적으로 아무런 제재 효과는 없게 된다. 

정연주 위원장은 “같은 이야기들이 반복될 것 같아 일단 오늘은 의결 보류를 한다”며 “다음 회의에서도 만약 합의에 이르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의견 불성립으로 가도 좋은지 각 9명 위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다음 전체회의는 22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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