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KBS·MBC 불공정 보도에 대해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더니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들이 저를 집중 공격했다.”

29일 오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영언론 블랙리스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는 도중 발언한 내용이다.

권 대행은 이어 “개인적인 비리가 없다 보니 강릉에서 사업하는 사촌들이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마치 저와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제가 압력을 가해 사촌이 사업하는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해 보도했다”며 “제 사촌이 60여명이다. 1년에 한 번 보는 사촌도 있고 안 보는 사촌도 있는데 그 사촌의 행위에 대해 제가 관여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민주노총이 무섭긴 무섭다, 언론노조가 대단한 집단이자 조직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JTBC ‘뉴스룸’은 지난 20일 ‘[단독] 권성동 사촌동생 업체, 감찰 뒤에도 강릉시와 76건 수의 계약’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 ‘뉴스룸’은 지난 20일 ‘[단독] 권성동 사촌동생 업체, 감찰 뒤에도 강릉시와 76건 수의 계약’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권 대행이 말한 ‘사촌 관련 보도’는 JTBC 단독 보도로 보인다. JTBC ‘뉴스룸’은 지난 20일 ‘[단독] 권성동 사촌동생 업체, 감찰 뒤에도 강릉시와 76건 수의 계약’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날 JTBC는 기사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의 친인척 관련 내용이다. 사촌동생 권모 씨, 강릉에서 조명업체를 운영한다. 수의계약 조건을 어기고 강릉시에서 사업을 따낸 사실이 얼마 전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고 이 업체에도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권고까지 나왔다”고 했다.

JTBC는 이어 “이 사안을 더 취재했더니 새로운 내용들이 파악됐다”며 “이렇게 징계 절차가 진행된 뒤에도 이 업체는 강릉시와 70건 넘는 추가 계약을 맺었다. 공무원의 징계까지 논의될 정도로 문제가 컸는데, 이렇게 많은 사업을 또 맡은 건 특혜가 아니냐 이게 의혹의 핵심이다. 권씨는 선거를 도왔을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다음 날인 21일 국민의힘 미디어국은 사실무근이고 악의적 보도라면서 JTBC 기자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JTBC도 “관련 사안은 계속 취재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 법적 대응을 공식화한다면 JTBC도 적절한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맞받았다.

이 같은 권 대행의 발언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윤창현)는 29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 대표대행인 권성동 의원이 오늘 또다시 언론노조에 대해 허무맹랑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나섰다”며 “권 대표의 기대와 달리 JTBC노조는 언론노조 소속이 아니다. 개국 이후 언론노조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 JTBC 구성원들은 중앙일보와 함께 중앙일보·JTBC 노조라는 기업별 노조로 활동하고 있다. 명백한 허위의 주장으로 당연히 해당 보도와 언론노조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어 “권 대표는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을 향한 의혹 제기 보도의 배후가 있는 것처럼 말하고 심지어 허위사실까지 유포한 것”이라며 “우리는 권 대표의 언론관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언론노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상황에서 위법행위를 추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제대로 수사 받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인가? 권 대표와 국민의힘은 허위로 점철된 치졸한 여론공작을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집권여당 대표대행 및 원내대표라면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 지지율이 출범 3개월도 되지 않아 20%대까지 주저앉는 등 사정이 딱한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거짓과 노조혐오에 기반한 언론노조 마녀사냥에 골몰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며 “권 대표가 언론노조에 공식적으로 정중히 사과하지 않는다면 언론노조는 그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권 대행은 지난 1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KBS를 비롯해 MBC 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의해서 언론노조가 다 좌지우지하는 방송 아닌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는 권 대행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가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반대로 공영방송을 정부가 장악하고 싶다는 것을 거꾸로 증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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