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혼돈에 빠졌다. 29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배현진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하면서 기자들의 시선은 다른 최고위원들의 거취 문제와 비대위 전환 여부로 옮겨갔지만, 속 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나자 회의실에서 나온 배현진 의원은 기자들 앞에 서서 최고위원 사퇴의 변을 밝혔다. 배현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5월에 출범한 이후 국민께서 저희에게 많은 기대와 희망으로 잘 해보라는 바람을 주셨는데 저희가 80여 일이 되도록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그 충족감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많은 애정과 열정으로 지적해 주셨던 국민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많은 부분에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현 정부·여당의 상황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배현진 의원은 이어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며 “저 개인이 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책임지는 모습도 보여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번 당 지도부는 새로운 정부 출범,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가지신 국민들께서 대통령을 탄생시키라는 지엄한 명령을 주셨고, 감사하게도 대통령, 새 정부와 지방선거 승리라는 감사한 선물로 저희 당에 기회를 안겨주셨다”며 “그럼에도 그 기회에 200%, 단 100%도 만족스럽게 충족시키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그 부족함에 대해서 너무나 깊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현진 의원은 결정 이유 등을 묻자 “고민의 순간은 길었지만 오히려 결단하고 국민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시점이 많이 늦은 것 같아 송구하다”며 “지금이라도 누구 한 사람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만 답했다.

이어 “다른 지도부와 협의가 됐는지?” “의원님 사퇴 이후 당이 어떻게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등의 질문이 나왔지만 배 의원은 말을 아꼈다.

이어서 회의실에서 나오는 조수진 최고위원들에게 기자들이 따라가 비대위 전환 등을 묻자 조수진 최고위원은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다. 비대위로 가려면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씀을 드렸고 여기서도 다시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기자들이 따라가며 최고위원 사퇴 가능성 등 다른 질문을 이어가자 조수진 최고위원은 “
권성동 원내대표께 문의를 주시라. 한 사람이 단일하게 말씀을 주셔야 한다”고 답했다.

회의실에서 늦게 나온 권성동 당 권한대행에게는 더 많은 기자가 몰려들어 질문을 쏟아냈다. 기자들은 국회 본청 2층에서 계단을 따라 차량이 있는 장소까지 내려가는 권성동 권한대행에게 ‘향후 최고위 운영 계획’ ‘다른 최고위원 사퇴 여부’ 조수진 최고위원이 말한 ‘최고위원 전원 사퇴 후 비대위 전환 가능’ 관련 질문을 던졌다.

묵묵부답으로 차량까지 걸어가는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한 기자가 “한 말씀만 해 주시라”라고 했지만 권 대행은 옆에 따라붙은 기자에게 “신발 좀 밟지 말고~”라는 말만 웃으며 던지고 차량에 탑승했다.

영상엔 배현진 최고위원 사퇴의 변과 질의응답, 조수진 최고위원 의견, 권성동 원내대표를 끝까지 따라갔지만, 허탕 친 기자들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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