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텔레그램 써도 되나?’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방 메시지가 언론에 보도되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정치인·공직자 필수앱 된 텔레그램

대중에게 텔레그램은 낯선 메신저지만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국민의힘은 여당 의원 전원이 속한 텔레그램방을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업무 관련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공개한 일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1, 2차관이 텔레그램을 쓰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제공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텔레그램을 널리 쓰게 된 이유는 2014년 ‘사이버망명’ 사태와 관련이 있다. 당시 카카오톡 사이버사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비교적 보안이 우수한 텔레그램이 주목 받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보안 측면에서 텔레그램이 더 우수하고 자료가 새 나갈 염려가 없어서 업무 메신저로 텔레그램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개인 휴대폰 사용 가능성에 ‘우려’

그동안 대통령이 텔레그램을 통해 당 대표와 소통한 사례가 드러난 바는 없다. 해외의 경우 정상 간 텔레그램을 사용한 사례는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독립기념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개인 휴대폰을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이에 관한 비판도 있다. 27일 세계일보는 “분실이나 해킹 등 대통령 휴대폰의 보안 문제와 메시지 노출 위험성 등으로 인해 역대 대통령들은 개인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업무 때는 수석급 이상은 다 보안이 엄격한 업무용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국가 지도자의 개인 휴대폰 사용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된 적 있다. 2014년 가디언은 각국의 정상들이 쓰는 스마트폰을 분석한 기사를 썼는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 관해 “사적 용무에 쓰는 아이폰을 휴대하는데 연인과 문자를 주고 받는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 ‘철통보안’? 따져보니 허점 많아

대통령의 텔레그램 사용에 우려가 제기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보안 측면에 있다. 대통령실은 해당 텔레그램 대화를 ‘사적 대화’라고 규정했지만, 당 대표와 대통령 간 소통인 만큼 공적 대화로 볼 소지가 커 보안이 중요하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이유는 보안에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 텔레그램의 보안 능력은 과장된 면이 있다. 국내에서 텔레그램이 주목 받은 이유는 카카오톡과 달리 압수수색 등 절차에 있어 국내 수사기관의 직접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과 대화 내용 ‘암호화’ 등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텔레그램은 ‘종단 암호화’ 방식을 쓴다. 발신자가 메시지를 보내는 순간 암호화가 이뤄지고, 수신자가 메시지를 받을 때 암호화가 풀리는 식이다. 따라서 수사기관, 해커 등 제 3자가 서버를 들여다봐도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쓴 대화에는 이 ‘암호화’가 적용되지 않는다. 텔레그램은 암호화 설정을 별도로 해야만 이 기능이 작동하고 평소엔 비활성화돼 있다. 암호화 설정(비밀대화)을 하면 대화방에 자물쇠와 타이머 표시가 뜬다. 윤 대통령의 대화방을 보면 이 기능이 활성화 돼 있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들이나 정치인들이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소통하는 경우도 있는데 단체방은 암호화가 지원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텔레그램은 각국에서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서울 용산구 구 국방부 청사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 구 국방부 청사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 ⓒ연합뉴스

텔레그램 사용이 국내 수사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운 면이 있지만,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해외에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보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가 암호화 설정을 안 하는 경우도 많고, 그 수준이 높다고 보기도 힘들어 일반 이용자가 아닌 국가 정상이나 정치인이 현안을 논의하기에 추천할 만한 메신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선 텔레그램이 보안 측면에서 ‘최고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보안메신저앱 비교사이트(Secure Messaging Apps Comparison)에선 13개 보안앱을 비교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메시지와 파일을 보호하기 위해 시그널 등 4개 앱을 권장한다고 밝혔는데, 텔레그램은 해당하지 않는다. 텔레그램을 권장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본적으로 암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모든 데이터가 보호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의 정보기술매체 씨넷(CNET)은 지난 1월 ‘어느 메신저가 가장 안전할까? 시그널, 왓츠앱, 텔레그램 비교’ 기사를 통해 시그널의 보안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그널은 이용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모든 대화를 암호화하는 점이 특징이다. 암호화 수준도 텔레그램보다 높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독자 제보란을 통해 취재원 보호가 필요한 경우 ‘시그널’을 통해 제보할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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