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만 10세 아역배우를 성추행 자작극 장면에 출연시킨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출석해 의견진술을 하게 됐다. 방통심의위에선 성추행 당사자의 고통과 아역배우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봤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JTBC ‘그린마더스클럽’ 4월28일자 방송분을 심의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심의위원들이 법정제재가 필요하다고 의결한 사안에 대해 해당 방송사 소명을 듣는 절차다. 

올해 4월 방영해 5월 종영한 ‘그린마더스클럽’은 높은 교육열로 유명한 가상의 상위동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학부모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과 갈등, 엄마들의 우정 등을 그렸다. 

문제가 된 장면은 8화 ‘새빨간 너의 거짓말’ 방송분이다. 해당 회차에서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인 김유빈은 동급생 정동석에게 학원 1등을 빼앗겼다는 열등감에 성추행 자작극을 벌인다. 또 다른 동급생 이수인을 끌어들여 ‘정동석이 학원 빈 교실에서 자신과 이수인에게 본인의 속옷을 보여주며 성추행을 했다’는 거짓말을 퍼트렸다. 김유빈은 이 소식에 놀란 엄마 변춘희에게 안겨 ‘성추행 당한게 무서워 그동안 말 못했다’며 오열했다. 

▲  JTBC ‘그린마더스클럽’ 8화 ‘새빨간 너의 거짓말’ 유튜브 클립 방송화면 갈무리. 
▲  JTBC ‘그린마더스클럽’ 8화 ‘새빨간 너의 거짓말’ 유튜브 클립 방송화면 갈무리. 

이후 김유빈은 자신의 집에서 인형과 대화하며 ‘작전이 좋았다’ ‘정동석은 곧 이사갈 것 같고 이제 내가 다시 1등이다’ ‘이제 이수인만 치워버리면 된다’라고 말하다 엄마에게 자작극 사실을 들킨다.

▲  JTBC ‘그린마더스클럽’ 8화 ‘새빨간 너의 거짓말’ 유튜브 클립 방송화면 갈무리. 
▲  JTBC ‘그린마더스클럽’ 8화 ‘새빨간 너의 거짓말’ 유튜브 클립 방송화면 갈무리. 

이 장면에 등장한해당 아역 배우들 나이는 만 8세에서 10세 사이다. 김유빈역의 주예림 배우는 만 10세, 이수인역의 박예린 배우는 만 9세, 정동석역의 정시율 배우는 만 8세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5조(어린이·청소년 출연자 인권 보호)에 따라 방송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그 품성과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켜서는 안 되고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어린이·청소년 출연자의 신체적 안전 및 정서적 안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장면을 방송해서는 안 되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방송 프로그램 참여나 출연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나 불안을 겪지 않도록 출연자의 연령을 고려해 보호해야 한다.

방송소위에선 해당 드라마의 장면이 이런 조항을 위배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윤성옥 위원(더불어민주당 추천)은 “방송의 어린이 보호 인식 수준이 어느정도인지를 알게됐다”며 “해당 내용으로 인해 어린이, 아역배우들은 성추행이 조작하거나 협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인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인대상 프로그램에서도 성추행을 조작의 대상, 협박의 근거로 묘사하는 내용을 종종 보는데, 방송 작가들이 자율적으로 이 장면이 반드시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이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성추행 당사자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을지, 일반인들에게 어떤 인식의 영향을 미칠지, 또 어린이 아역배우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고민했는지 의문”이라며 “원칙적으로는 어린이, 청소년들을 정서를 해치는 배역에 출연시키지 말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그런 장면이 필요하다면 촬영할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  JTBC ‘그린마더스클럽’. 사진=JTBC 제공.
▲  JTBC ‘그린마더스클럽’. 사진=JTBC 제공.

봉준호 감독이 과거 YTN 인터뷰에서 아역배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일도 거론했다. 윤 위원은 “봉 감독이 영화 ‘기생충’ 촬영 중 폭염속에서 연기해야하는 아역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돈을 들여 CG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과거 영화 ‘괴물’을 촬영할 당시 아역배우였던 고아성이 괴물에 끌려가는 장면을 찍으면서 ‘어린 배우를 시련에 빠뜨리는 장면을 실제 촬영으로 만드는 것은 죄악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며 “(제작진이) 어린이 출연자 보호에 있어서 좀 더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광복 소위원장(국회의장 추천)도 “JTBC에서는 비슷한 류의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도 방영한 적이 있다”며 “한 번만 더 생각해도 피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의위원들은 전원 의견을 모아 다음 소위 때 JTBC 측의 소명을 듣기로 했다. 다음 회의는 내달 초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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