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성남시장 시절 있었던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 의혹을 두고 민간에 과다한 이익을 주고 시에 손해를 입힌 책임이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자 KBS와 SBS는 메인뉴스에 보도했으나 MBC만 이를 방송하지 않아 그 배경이 주목된다.

감사원은 22일 ‘성남시의 백현동(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공익감사청구’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개발사업 참여가 이행조건이었는데도 성남시와 공사 모두 이를 불이행 △R&D센터의 기부채납 대상 면제로 성남시에 손실 초래 △비탈면 수직높이는 15m 이내로 제한되는 산지관리법을 위배해 51.3m 높이로 산지를 깍아 위법한 건축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성남시장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검토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의 징계 사유에 해당하나 징계 시효가 경과함에 따라 인사 자료로 통보했다”며 “산지관리법 위반 업무 처리 관련자에 주의 촉구,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관련자도 징계시효가 경과해 인사자료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의원실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입장문에서 “백현동 용도 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법에 따라 요구한 사항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이라며 “당시 박근혜정부(국토부 및 식품연구원)는 1년에 24차례나 공문을 보내 식품연구원이 이전하는 백현동 해당부지를 준 주거용지로 용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실은 “박근혜 정부의 요구를 불허하다, 박근혜 정부가 성남시에 R&D 부지 2만4943㎡(약 1000억원 규모)를 기부채납한다고 해서 공익환수 조건으로 법에 따른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실은 특히 “정부 요청 이행한 성남시가 특혜라면, 백현동 용도 변경 요구 및 관철한 박근혜정부는 특혜강요죄”라며 “때려놓고 비난하는 방식의 감사가 윤석열 정부 식 감사라면 공정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썼다.

SBS는 8시에 방송되는 메인뉴스(‘8뉴스’)의 13번째 리포트 ‘“3천억 넘는 개발이익 독식 책임”’에서 감사원 보고서 내용을 전했다. SBS는 산지관리법 위반이라는 내용과 함께 “특히 민간사업자가 3000억원 넘는 이익을 독차지하는 덴 성남시 산하 성남도시개발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며 “기부채납을 받는 과정에서도 민간에 유리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 3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났다고 지적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의원의 반론도 함께 보도했다.

▲SBS가 지난 22일 8뉴스에서 감사원의 이재명 의원 시장시절 추진한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 감사결과를 리포트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SBS가 지난 22일 8뉴스에서 감사원의 이재명 의원 시장시절 추진한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 감사결과를 리포트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1시간 늦은 저녁 9시에 방송하는 KBS도 ‘뉴스9’ 7번째 리포트 ‘“민간에 과다 이익” … “박 정부 요구”’에서 “성남시가 용도지역 변경 등으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으로, 대선 기간 내내 공방이 치열했는데, 감사원이 1년여 만에 결과를 내놨다”며 “민간에 과다한 이익을 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KBS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배당 이익이 사업자에게 모두 돌아갔다고 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3000억원대 개발이익이 발생했다며, 도시개발공사가 10% 지분 참여했을 경우 300여억원을 벌었을 거라는 점도 적었다”고 방송했다.

이밖에 KBS는 “감사원은 또 성남시가 임대주택 비율을 낮춰 줘 사업자가 최대 641억원을 추가로 벌었다고 판단했고, 기부채납 대상을 바꾸면서는 28억원 이익을 봤다는 성남시의 당초 설명과 달리 오히려 291억 손실을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토부 요청이 너무 과다한 요구여서 R&D 부지 8000평 가량을 성남시에 주는 조건으로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른 요구를 들어드린 것”이라고 말한 영상도 함께 실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지상파 방송3사 가운데 MBC만 유일하게 메인뉴스(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하지 않았다. 온라인 기사로는 감사원 발표기사와 이 의원 해명 기사를 출고했지만, 저녁 메인뉴스에서 리포트로는 보류했다.

▲KBS가 지난 22일 8뉴스에서 감사원의 이재명 의원 시장시절 추진한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 감사결과를 리포트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KBS가 지난 22일 8뉴스에서 감사원의 이재명 의원 시장시절 추진한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 감사결과를 리포트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이에 MBC는 취재를 했으나 감사자료에 이재명 시장에 직접 책임을 묻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추가로 취재하기 위해 일단 이날 방송을 보류한 것이며, 보다 철저히 확인한 뒤 방송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박성호 MBC 보도국장은 2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리포트로 다루기엔 뭔가 부적절한 게 아닌가 판단했다”며 “감사원 발표에는 이재명 실명이 거론되거나 이재명에 대해 명확히 지적한 게 없었고, 주로 공무원들 위주로 지적한 것이어서 애매하지 않느냐고 봤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그래서 더 취재해보고 다음 날이든 언제든 깊이 있게 다루기로 하고 이날 리포트는 보류했다”고 밝혔다.

‘MBC가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과 달리 이재명 의원에 관대한 것 아니냐’, ‘공정성이나 독립성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박성호 국장은 “결코 특정인에 관대하게 방송하지 않는다”며 “이번 한 사안을 들어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에 반한다고 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박 국장은 추가 확인한 부분을 토대로 23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이재명 의원의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관 감사결과 보고서 요약 페이지. 사진=감사원 감사보고서 갈무리
▲감사원이 22일 발표한 이재명 의원의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관 감사결과 보고서 요약 페이지. 사진=감사원 감사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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