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사적 채용 의혹에 공세적 대응에 나서면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평가받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를 처음 시작한 윤 대통령에 쓸 사람이 지인밖에 없다고 편들면서 되레 대통령실에 있는 언론인도 사적 채용이냐고 반문해 논란이다.

현직 언론인의 대통령실 직행은 그 자체로 언론의 독립성 훼손과 권언유착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지인의 아들과 같은 사적 인연으로 채용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본질에서 벗어난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지인으로 알려진 강원도 선거관리위원의 아들을 대통령실에 채용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닷새 만에 정식 사과했다.

장제원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 더불어민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본관 바깥으로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권성동 원내대표의 언행을 식사자리에도 지적했느냐’는 질의에 “친윤 그룹 내에서도 충정이라고 말씀 드렸다”며 “우리 대통령은 정치를 오래 하신 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적 채용 비판을 두고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는 비서를 공무원으로 배정받았지만, 그만두고 정치를 시작할 때 수행비서 등 최소한의 인력을 어디서 구하느냐”며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묻지(구하지) 않느냐”고 윤 대통령 정치환경의 현실론을 꺼냈다.

장 의원은 자신이 윤 대통령 캠프에 처음 들어갔을 때를 들어 “참 사람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저희 보좌관 비서관 함께 하는 의원들 보좌관 비서관 해서 팀을 꾸리지 않았겠느냐”며 “그래서 그들이 경선 통과하고 선대위에 들어가서 일을 잘했으니 선대위에 들어갔다. 또 선대위에서 살아남고 그래서 인수위에서 살아남아서 8, 9급으로 들어간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그것마저도 공정의 가치가 사라졌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1년 동안 아무 보수없이 정권교체를 위해 윤석열 위해 열심히 뛰었던 그분들에 대해 역차별”이라며 “그것까지도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인사였는지, 너무 심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이 홀홀단신(혈혈단신) 검찰총장 그만두고 나와 … 지인을 통해 최소한의 인력을, 자신을 도와줄 최소한의 인력을 구하고, 그들이 경선, 본선, 인수위를 통해 1년 이상을 헌신했다”며 “그분이 8,9급 들어가는 것이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인지 언론인 여러분도 생각해보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이어 “우리 대통령실에 언론인 출신 여러분도 있지 않느냐. 그것은 사적 채용이냐”고 되레 대통령실에 있는 언론인 출신 비서관, 행정관들을 들먹였다.

현재 대통령실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경향신문 기자), 최영범 홍보수석(SBS 보도국장), 강인선 대변인(조선일보 워싱턴지국장), 이재명 부대변인(동아일보 기자), 천효정 홍보수석실 행정관(KBS 기자) 등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사적 채용이 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현직 기자였거나 기자 생활한지 좀 시간이 됐더라도 공정보도를 해야 할 언론인으로서 특정 정파의 권력에 가는 행위를 비판할 수 있지만 지금 말하는 사적 채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나 친인척, 지인의 아들, 대통령 부인의 지인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정식 채용되는 것은 아무리 같이 일해본 사람들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 해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임계점을 넘는다. 대통령과 사적 관계가 문제가 될 수 있는 탓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사적 채용의 현실론(불가피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사적 채용의 현실론(불가피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닷새 전 자신의 발언에 사과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저의 발언에 대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특히,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고 썼다. 권 원내대표는 “소위 ‘사적채용’ 논란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설명드리는 것이 우선이었음에도, 저의 표현으로 논란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해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선출직 공직자 비서실의 별정직 채용이 일반 공무원 채용과는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점 △대통령실뿐 아니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실의 별정직에게 모두 해당되는 일이라는 그간의 해명을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저는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면서, 캠프 곳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청년들을 많이 보았다”며 “청년들의 생각을 잘 이해 못했던 기성세대들을 내부에서 끊임없이 설득한 것도, 선거캠페인을 변화시켜 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게 한 것도, 이름 없는 청년 실무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초심으로 경청하겠다”며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은 끊임없이 말씀드리겠다. 앞으로 국민의 우려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썼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19일 오후 브리핑에서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광역시장의 아들이 대통령실 6급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경위를 두고 “경선 캠프 초창기부터 함께 일을 했고, 일정기획팀의 일원으로 대선 당일까지 근무했다”며 “정권 교체에 공헌한 사실 대선 캠프의 핵심 청년 인재”라고 소개했다. 강 대변인은 일정기획팀에 대해 “대선 후보의 일정을 구상하고 사전 조율하고, 실행하는 팀”이라며 “여덟 달 넘은 시기 동안 일정팀의 막내로 근무했고, 살인적인 업무를 훌륭히 소화해 그 노력과 능력을 인정받아 인수위에 합류했고, 대통령실에도 정식으로 채용됐다”고 설명했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KTV 영상 갈무리

이런 인물의 채용을 사적 채용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강 대변인은 “사적 채용이라고 하는 사실 이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그런 틀로 호도하는 것은 사실 대선 승리를 위해 헌신한 청년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되레 반박했다. 기자들한테도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 채용 과정에 대해서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의혹을 제기한다면 국민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며 “과거 어떤 정부에서도 선거 때 묵묵히 일한 청년 실무자를 상대로 사적 채용이라는 무차별적인 공격을 한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주씨가 대선 캠프로 같이 일하게 됐을 때 주기환 후보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같이 일하게 된 것이냐’는 기자 질의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분이 아마 선거 캠프의 일을 하게 된 과정에서는 아마 윤석열 캠프에서 그때가 막 시작할 때라서 일할 사람이 너무 없어서 여기저기 수소문하는 중이었고, 그 와중에 소개를 받아서 들어오게 됐다는 것까지는 제가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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