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이 ‘정규직 전환가능’ 조건으로 인턴기자를 고용한 후, 6개월 후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인턴 5명 중 4명은 계약했고, 1명은 계약직을 받아들이지 않고 퇴사했다. 경영진은 노조 측에 고용해지 대상 중 계약직이 우선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스포츠서울이 지난해 12월 13일 올린 인턴기자 모집 공고에는 ‘인턴 근무기간 6개월 정규직 전환가능’이라고 명시되어있다. 공고에 ‘계약직’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인사 담당자가 인턴들에게 고용조건에 대해 설명할 때도 ‘계약직’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 스포츠서울 2021년 12월13일 채용 공고 갈무리.
▲ 스포츠서울 2021년 12월13일 채용 공고 갈무리.

스포츠서울의 ‘인턴 근무 후 계약직 채용’은 전례없는 일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스포츠서울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계약해지 사례 2건을 제외하고는, 스포츠서울이 2015년부터 같은 형식 공고로 채용한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100%다. 인사 채용절차에 따라 5명의 인턴들은 올해 1월10일부터 7월9일까지 근무했다. 

인턴 근무 종료 이틀 전인 7일 회사는 인턴들에게 1년 6개월짜리 ‘계약직’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1년 6개월 후에도 정규직 전환 조건은 아니었다. 회사는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측의 주장은 “(첫 공고에서) ‘정규직 전환 가능’이지 무조건 정규직 전환이라고 한 것은 아니며, 사규에도 정규직 또는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는 것이었다. 

이존백 스포츠서울 대표는 지난 11일 노조와의 면담 과정에서 계약직으로 채용하려는 이유에 대해 묻자 “실익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계약직으로 채용해)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갖다가 끌어내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효원 스포츠서울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계약직 채용의 주된 이유는 ‘회사 사정’이다. 하지만 회사는 이번에 계약직을 제시하며 ‘연봉을 더 주겠다’며 (급여를) 올려줬다”며 “정규직으로 전환된 2~3년차 기자들보다 돈을 더 받게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회사는 계약직으로 전환하고싶어 돈을 더 주겠다는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스포츠서울 로고.
▲ 스포츠서울 로고.

이존백 대표는 채용 공고에 있어서 '사기'라는 지적도 가능하다는 노조의 질의에 “사기가 아니려면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작년에 정리해고 사태를 겪으면서 피해자도 상처를 입고 근무한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앞으로 그러한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해 대량해고 사태도 언급했다. 

스포츠서울은 지난해 6월 직원 14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한 바 있다.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해고회피 노력과 고통분담 논의가 불충분하다고 반발했으나, 대주주 김상혁 서울STV 회장 주도로 정리해고가 강행됐다. 이후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하고 대주주 규탄 기자회견과 출근 투쟁 등을 벌였다. 결국 서울지노위는 스포츠서울의 정리해고 처분이 전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고, 해고자 14명 중 12명이 복직했다. 

▲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이 지난해 6월 사측의 정리해고 강행을 규탄하며 출근투쟁을 벌이는 모습. 사진=스포츠서울지부
▲ 스포츠서울 구성원들이 지난해 6월 사측의 정리해고 강행을 규탄하며 출근투쟁을 벌이는 모습. 사진=스포츠서울지부

면담 과정에서 이존백 대표는 “인턴들의 개인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노조)은 그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왜 여러분들이 나서냐”고도 했다. 김효원 노조위원장은 이를 두고 “언제든 해고가 용이한 인력을 뽑겠다는 사측의 의도”라며 “이번 인턴 계약직 채용은 비정규직 대량 양산의 전초전”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향후 순차적,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해 고용불안정과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보고 노조는 적극적으로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한편, 강문갑 상무는 계약직 채용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기가 조금 그렇다”며 대답을 피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