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당 대표에 도전이 불가하다는 당 지도부 결정에 박 전 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나서 논란이다.

특히 박 전 위원장이 6개월 이상 당원을 거쳐야 피선거권이 있다는 당헌 당규 상 출마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데도 예외 규정을 적용해달라고 했다는 점을 들어 당 안팎에서 ‘특권을 요구한다’, ‘관종이냐’와 같은 감정적 언사나 거친 비난까지 쏟아졌다. 민주당을 향해 속 좁은 태도, 박지현도 못 품으면서 국민을 품겠다는 것이냐는 반론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우상호)은 지난 4일 박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 자격과 관련해 “예외를 인정할 불가피할 사유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며 “당무위원회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출마를 위한 예외조항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토론하도록 부의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조기에 정리했지만 당 안팎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비난이 계속됐다. 당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4일 저녁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박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지금 민주당의 계륵이 돼버렸다”며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까 하는 이야기의 타이밍이나 방식에서 공감력이 떨어져 당 내에 굉장히 거부하는 세력이 많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경험과 정치적인 내공이 필요하다”며 “당 내에 소통되는 의원들이 없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최민희 전 의원도 이날 저녁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 또한 청년 정치의 예쁜 모습은 아닌 것 같다”며 “본인에게 특혜를 줄 만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특혜 요구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2년 후 총선과 당 대표 선거가 또 있으니 그때까지 절차탁마하면서 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친명계 의원들도 강하게 비판했다. 7인회 멤버로 알려진 김병욱 의원은 4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전화연결에서 “이제는 자기 정치를 하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남국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 대표 출마 자격은커녕 출마 요건도 안 되면서 출마를 결심하고, 자신만을 위한 예외를 특별히 인정해달라니 정말 너무 황당하다”며 “남한테는 엄정하게 원칙을 강조하고, 자신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요구하는 것으로 특권을 거부하며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는 ‘청년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억지 부리고, 떼쓰는 정치 좀 그만하라”며 “본인만 옳다는 식으로 무조건 우기고, 안 받아주면 프레임 짜서 민주당을 공격해서 언론에 띄우는 정치는 당장 그만두라”고 썼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당 대표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특히 원외의 일부 인사도 박 전 위원장 비난 공세에 가세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입만 살아서 앵무새처럼 떠들어 대는 건 아닌가”라며 “왜 자격도 안되는 본인에게 당이 특혜를 줘야 한다고 뻔뻔하게 요구하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어느날 낙하산 타고 내려와 완장질 해보니 기분이 좋고 구름 타는 느낌이었나”라며 “한 달 동안 조용히 살아보니 이제는 더 못 참을 지경이던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콘텐츠 없는 관종의 말로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고 폄훼했다.

김진애 전 의원은 아예 박 전 비대위원장을 김건희 여사에 빗대어 폄훼했다. 그는 3일 페이스북에 “김건희 이슈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본질이 흐트러져 국민의 좌절을 만들고, 박지현 이슈로 민주당 변혁의 본질이 흐트러져서 지지자의 신명을 꺾어버린다”며 “둘 다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출세 지향과 관종 경향은 결코 맑은 젊음이 아니다”라며 “청년, 여성이 지명직 비대위에 속해 있다는 것을 벼슬을 위한 기회로 삼으려던 것이 너무 창피하다”고 썼다.

이에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4월1일 우리 당의 대의기구인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84.4%의 찬성을 얻어 비대위원장, 즉 임시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며 “당무위에서 당직 선출 당규 제10조 5항의 단서 조항에 근거해 저에게 피선거권을 부여했고, 중앙위원회가 저를 투표로 선출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투표로 선출되었다는 건, 피선거권이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는 명확한 유권 해석을 해 달라”며 “다른 언급이 없으면 국민께 약속한대로 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에도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의원은 무엇이 두려우냐’는 글에서 “제가 출마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민주당이 사느냐 마느냐의 문제”라며 “지금부터 청년과 함께, 민주당의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과 ‘민주당의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썼다.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5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지도부를 모두 비판했다. 그는 “박지현 전 위원장이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제약이 있으니 당에서 전향적으로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와 같이 부탁하는 방식으로 했어야 하는데 출마 선언을 먼저 하고, 당연히 당에서 해 줘야 맞다고 얘기하는 화법이 정무적으로는 거칠고 서툴렀다”고 지적했다. 박원석 전 위원장은 이어 민주당에서도 “너무 매몰차게 ‘특권을 요구한다’는 프레임으로 이재명 의원과 가까운 몇몇 의원들이 대응하는 것은 속이 너무 좁아보였다”고 지적했다.

윤태곤 더모아 분석실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안타깝다”며 “당에서 규정을 들어 안된다는 것을 잘못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지금 벌어지는 갈등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라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박 비대위원장도 당 대표가 되겠다면 이런 정치적 비난은 감수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일부에서 나타나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인격적 모독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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