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가로세로연구소의 첫 성 상납 의혹 방송 직후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을 대전에 내려보낸 경위와 관련, 접대 당사자로 알려진 장아무개 이사가 자신에게 전화해 방송내용이 허위라는 증언을 하겠다고 해서 김 실장에 부탁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이 장 이사에 7억원의 투자각서를 써준 것을 전혀 몰랐고, 자신과는 무관하다고도 해명했다.

이 대표에 접대와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진(구속 수감)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가 2013년 8월15일 김 대표와 이 대표가 만나기로 한 일정표를 공개했다. 가로세로연구소는 김성진 대표가 이날 이준석 대표에게 접대와 성접대를 했다는 대전지검 수사기록을 여러차례 방송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열리는 22일 오후 서울 목동 SBS를 방문해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성 상납 의혹과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는 질의에 “저는 이미 그 의혹이 불거졌을 작년 말에 바로 얘기했고, 의혹 제기한 분들에게 법적 절차로 형사고소도 했다”며 “다 그런 입장들을 부인하고 허위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리위에 올라간 사안도 성상납 의혹도 아니고 제가 거기에 대해 증거인멸 교사했다고 해서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것인데, 증거인멸 교사 의혹은 한 세 단계 거친 것”이라며 “이중에 어느 한 단계도 넘어간게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언론이 봤을 때 흥미로운 주제”라면서도 “(언론이) 초기에 왜 강력하게 대응 안 했느냐는데, 대선과 지방선거 와중이었고, 제가 말을 하게 되면 상대 당도 물게 되고 선거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안 미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철근 정무실장이 왜 각서를 써주게 됐는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제가 김철근 실장에게 증언하겠다는 인사에게 찾아(가)서 만나보라고 했다, 거기까지 얘기 했다”며 “제가 (장아무개 이사가) 말을 하고 싶어 하니 들어봐라고 했다. 저한테 그 사람이 굉장히 억울하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제가 김철근 실장에게 가보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유튜브 방송이 너무 허위니까, 자기가 증언해주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실장이 각서를 써준 시점(지난 1월10일)과 15일 이상 격차를 두고 있던 점을 들어 “전 여기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완전 독립된 건인데, 이걸 인제 엮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것 때문에 이게 있었다’ 고 얘기하게” 된다며 “윤리위도 전혀 연관될 소지가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 방문,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방송에 출연해 대담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 방문,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방송에 출연해 대담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 갈무리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 이사와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된 사실을 묻자 이 대표는 “왜 그 사람에게 전화했냐는데, 그 분이 먼저 연락했다”며 “제가 전파 타고 얘기하는 것도 사실 큰 의미가 없고 수사기관에 정확히 얘기하면 된다. 그 절차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견서도 수사기관에 들어가 있고, 수사기관에서 소환한다면 소환받으면 되고…지켜보시면 된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김철근 실장에게 (장 이사에게) 가서 얘기를 들어보라고 한 것은 사실이라는 거냐는 질의에 이 대표는 시인하면서 “제가 대전까지 왔다갔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철근 실장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열리는 윤리위원회에 참석 의사를 전달했으나 윤리위 쪽에서 ‘부를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리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윤리위에서 경고가 나와도 승복안한다는 것이냐는 진행자 질의에 이 대표는 “경고가 나오면 이유를 들어봐야겠죠”라며 “두루뭉술하게 나오면 모르겠는데, 사실을 적시해 가면서 자기들이 확인했네 이렇다 이래버리면 그건 경고나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성 상납 의혹이나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확인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한편, 장 이사와 함께 이준석 대표에 접대한 당사자로 알려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대리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아이카이스트 비서실 직원들이 작성한 사건 당일 아이카이스트 대표 일정표를 입수해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김 대표의 변호사 선임서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발송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에 보면 아이카이스트 대표 일정표에 2013년 8월15일 ‘[미팅_대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 이준석 위원(대전)-대표. 새누리당 비상대책 이준석 위원 미팅(대전 회사방문안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와 함께 김 변호사는 수감 중인 김성진 대표가 자신과 접견에서 “이준석 대표의 거짓말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김성진 대표가 ‘이준석 (대표)에게 여러 지원과 접대, 혜택만 준 김 대표에게 마치 믿을 수 없는 사기 피의자이며 자기는 잘 모른다는 식의 말을 언론에 대고 떠드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민, 형사상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여 사실관계를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다고 썼다.

▲구속수감 중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비서실 직원들이 작성한 지난 2013년 8월15일 김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만남 등이 기재된 일정표 일부. 사진=김소연 페이스북
▲구속수감 중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의 비서실 직원들이 작성한 지난 2013년 8월15일 김 대표와 이준석 대표의 만남 등이 기재된 일정표 일부. 사진=김소연 페이스북

 

김 변호사는 22일 저녁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김성진 측 입장과 대리인의 의견서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22일 오후 김소연 변호사가 공개한 자료에 대한 이 대표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SNS메신저로 질의했으나 연결되거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성진 대표와 장 이사 등과 지난 2013년 8월15일 저녁식사 또는 술을 마신 일이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수차례 질문에도 “무슨 말씀이신지”라고 전혀 모르는 것처럼 답변했다. 지난해 12월27일 가세연 방송이후 김철근 실장이 장이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도 동일하게 “무슨 말씀이시죠”라고 모르쇠했다. 그러나 하룻 만에 김 실장에게 대전에 내려가 만나보라고 부탁했다고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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