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적극 요구해온 이봉수 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현 MBC 저널리즘스쿨 디렉터)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언론개혁 포기”를 꼽으며 한국 사회가 ‘언론 자유’와 ‘발행 부수’라는 신화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교수는 조선일보 기자와 한겨레 기자를 거쳐 한겨레 경제부장, 한겨레‧경향신문 시민편집인,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이봉수 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이봉수 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사진=미디어오늘

이봉수 전 세명대 교수는 <창작과비평> 여름호에 ‘선거와 민주주의를 타격한 저널리즘’이란 제목의 기고를 싣고 “문재인정권이 개혁진영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기보다 보수언론의 비판에 휘둘리는 바람에 정권을 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선 패배는 언론개혁 등을 포기해 언론지형이 더 기울어지고 유권자에게는 정치적 효능감이 떨어지는 체험을 안겨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봉수 전 교수는 해당 기고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언론개혁 입법은 물론이고 주어진 권한조차 행사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주의 언론관에 경도된 탓인지 최소한의 시장질서조차 바로잡지 못했다”고 비판했으며 “MBN은 자본조달 방식부터 실정법을 위반했고, TV조선은 법정 제재가 그렇게 많은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언론중재법도 8인협의체에 이어 특위를 만들어 민의를 왜곡하더니 결국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봉수 전 교수는 “한국 언론 상당수는 민주주의 핵심 요건인 표현의 자유를 수단화해 사적 목적을 취한다”고 주장했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수로 뛰는 언론의 편파 보도가 선거판을 흔들고 여론조사가 밴드왜건 효과를 냈다. 일부 언론은 특정 정당과 한 몸처럼 움직이고, 선거전략을 제시하며 정당의 머리 구실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대 반전이 없으면 상당수 언론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오명을 들어도 싸다”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5월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5월11일 오후 국회 열린민주당 당대표회의실을 찾아 발언하는 모습. 사진=더불어민주당. 

이 전 교수는 “국회 180석을 가진 정치세력이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이라는 양대 개혁과제 중 특히 언론개혁에는 손도 못 댄 상황에서 또 표를 달라고 그 손을 유권자에게 내밀 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 신뢰도가 선진국 중 꼴찌 수준으로 추락했는데도 언론개혁은 왜 이리 지지부진한가”라고 자문한 뒤 “한국 사회가 언론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신화와 신문 발행 부수의 신화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자답했다. 

이 전 교수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쪽으로 언론 자유가 악용되고 있다. 우리는 독재정권 시절 언론 자유를 너무도 갈망했기에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신화에 빠져버렸다”며 “가짜뉴스로 명예를 훼손할 자유는 없는데도, 기득권 언론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언론개혁에 한사코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 일류 신문은 10~20만부, 많아야 50만부 수준”이라며 “부수공사(ABC)는 부수 조작을 인증받는 수단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상반기 ABC협회 공사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100만부, 동아일보는 70만부, 중앙일보는 58만부 유료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전 교수는 “언론개혁 관련 법안은 우리 언론이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두 신화의 미몽에서 깨어나는 알람 구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시 민주당을 비판했다. 지난 4월27일 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언론개혁’ 3개 법안(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온라인 허위조작정보 규제, 포털 알고리즘 기사 배열 규제)을 두고서는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임기가 끝나가는 판에 언론개혁 완수를 외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언론개혁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했다”고 했으며 “징벌적 손배제 입법 여부를 당 지도부에 위임한 것은 골치 아픈 건 피해가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선 “시급한 언론개혁 과제이지만 지상파 방송 영향력은 이미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의제설정 기능은 아직도 상당 부분 신문이 수행한다는 점에서 방송 지배구조 개선만으로는 언론지형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배구조 개선은 방송사 내부 개혁을 동반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개혁에 그치기 쉽다”며 “KBS MBC 일부 노조 성명서를 보면 이들이 과연 공영성을 주장할 자격이 있는가 되묻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상황에 대해선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이 발행인모임인 신문협회에 동조해 악법으로 규정하고 보수야당과 손잡아 규탄하는가 하면, 기자 출신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며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고 주장하며 “가짜뉴스까지 동원해 절대다수 언론이 줄기차게 반대 논조를 폈지만 국민은 여전히 언론중재법 개정에 압도적으로 찬성(한국언론진흥재단 2021년 10월 조사, 76.4%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현업단체들이 주장하는 ‘자율규제’는 형용모순”이라고도 했다. “대형 언론사들은 편파 왜곡 선정 보도를 일삼는 조직인데다, 조선NS 같은 온라인 뉴스 자회사까지 만들어 포털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이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자율규제로 극성스러운 상업주의를 제재하겠다는 것은 언론 현실을 외면하고 환상을 좇는 것”이라는 것. 그는 “언론계 반발이 심하다는 점에서 시행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역설도 성립한다”고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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