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내놓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윤석열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조선일보에 칼럼으로 실리자, 민주당안을 반대해온 KBS노동조합이 조선일보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안을 놓고 보수진영이 ‘분열’하는 모습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71명 전원은 4월27일 KBS·방송문화진흥회(MBC)·EBS 이사회와 사장 선출 방식을 기존 7대4, 6대3 여야 추천 구조에서 25명의 운영위원회 중심으로 바꾸는 방송법 등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선일보 5월20일자 칼럼.
▲조선일보 5월20일자 칼럼.

대표적인 보수성향 언론학자인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20일자 <그래도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개혁하는 게 옳다> 조선일보 칼럼에서 민주당안을 가리켜 “공영방송 지배권을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집권 내내 공영방송을 장악해 친정권 편파 방송을 남발하다, 정권이 교체되자 기존의 법이 친(親)정권 법이라며 고치자고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새 정부·여당이 큰 틀에서 이 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민 교수는 “국민이 주인 되는 방송의 꿈은 여전히 소중하며 그 출발점은 정치권력에 종속된 지배구조의 개혁”이라며 민주당 안을 두고 “온건한 다원주의, 합의제 민주주의, 전문직주의가 자리 잡은 유럽의 공영방송에서 발견되는 일종의 조합주의 모형”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안에 의하면 △여야 교섭단체‧비교섭단체 △방송학회 등 전문가집단 △PD협회 등 직능단체 △시청자위원회 △사용자 단체인 방송협회, 노동자 단체인 교섭대표노조 등이 운영위원을 추천권을 갖게 된다. 

윤 교수는 “방송 직능단체들은 물론 학회들마저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이 제도적 모형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 의문”이라면서도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새로운 제도는 궁극적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다원성과 전문성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어 “이 지긋지긋한 (정치적 후견주의) 폐습을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 안은 본질적으로 반(反)전문직주의적인 이른바 ‘노영방송’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안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사내 제2노조 KBS노동조합이 20일 성명을 내고 “보수 정론지를 표방하는 조선일보가 공산당원의 일방적인 궤변도 실어주나”라며 맹비난했다. KBS노조는 해당 칼럼을 “‘윤석열 정권이 공영방송을 민노총 언론노조에 상납하는 25인 법안을 받아라’는 뉘앙스의 궤변 배설”이라고 비난하며 “(윤석민 칼럼을) 무개념으로 실어준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5월23일자 기고.
▲조선일보 5월23일자 기고.

이후 조선일보 23일자 지면에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 기고가 실렸다. 허 위원장은 “25인 운영위원회 법안이 제도화되면 민노총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영구 장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성된다”고 주장했으며, 방송 관련 직능단체들은 “언론노조 2중대로 비판받아 온 연대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안이 통과되면 친민주노총 또는 친민주당 운영위원이 16~17명이 될 거라며 여야 7대6 추천에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 도입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2020년 9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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