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질문은 하나만 할 수 있다, 그(윤석열 대통령)를 보호하겠다”고 말하면서 웃음 짓는 장면이 회자되고 있다. ‘기자 한 명당 자국 대통령에게 한 개씩’ 질문 제한이 반복되자 던진 농담이었다.

기자회견은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청사에서 이뤄졌다. 양국 정상과 기자들의 질의응답은 한국-미국-한국-미국 순서로 양국 기자 두 명씩 총 네 명이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들이 손을 들면 각국 정상이 질문자를 지목했다.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은 기자회견 시작부터 ‘한국 기자는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 기자는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 해 달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이대로 각각 윤 대통령에게 한 개의 질문을 했다.

▲21일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사진=대통령실 제공
▲21일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사진=대통령실 제공

반면 두 번째로 질문을 하게 된 미국 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안보 관련,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백신 공급 및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재가입 요구에 대한 입장을 각각 물었다.

이후 다시 미국 기자 질문 순서가 돌아오자 강 대변인은 거듭 “미국 기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시간”이라면서 “질문은 하나만 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이든 대통령이 “질문을 하나만 할 수 있다”고 농담을 던지면서 기자회견장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다”(protecting him)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 답변 직후 미국 기자의 추가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했던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한국 내각의 성불평등을 거론하면서 향후 여성 대표성 증진 및 남녀 평등을 위한 계획을 물은 것이다.

해당 기자는 “한국 내각에 여성보다 남성이 많다”며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성평등 관련 부처(여성가족부)를 해체하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여성 대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정부는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나”라고 물었다.

▲21일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사진=대통령실 제공
▲21일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에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면 내각의 장관이라고 그러면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며 “아마 이게 우리가 각 직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 답변이 끝나자 곧바로 기자회견 종료가 공지됐다. 기자석에서 ‘질문을 하나만 더 하게 해주면 안 되느냐’는 요구가 있었지만 추가 질의는 이어지지 않았다. 강 대변인은 “다음 일정이 많아서 이동해 보겠다”며 “언론인 여러분 와 주시고 좋은 질문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자리를 정리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은 21일 워싱턴포스트에서 ‘한국 대통령은 젠더 불평등 압박에 불편함을 드러냈다(S. Korean president appears uneasy when pressed on gender inequality)’는 제목의 기사로 보도됐다.

▲워싱턴포스트(WP)의 5월21일자 기사
▲워싱턴포스트(WP)의 5월21일자 기사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에 대해 “한동안 움직임 없이 그의 통역용 이어폰을 빼고는 답변을 위해 애를 쓰는 듯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면서 윤 대통령 답변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답변 후) 통역사는 기자회견이 끝났다고 재빨리 알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은 임금, 정치 발전, 경제 참여에서의 남녀 평등이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다.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 폐쇄를 주장했다”며 “윤 대통령의 캐비닛(내각)은 장관급과 차관급 모두 압도적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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