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새 사장에 이수형(61)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이 임명됐다. 법률신문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어 이수형 전 팀장을 신임 사장에 선임했다. 전임 이영두 사장은 회장으로 추대됐다.

이수형 신임 사장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동아일보 법조팀 기자로 활약했다. YS 아들 김현철씨 비리 사건 추적 보도, 의정부 판사 금품 수수 비리 보도, 안기부 선거자금 유입 사건 보도 등 특종으로 기자 이름을 알렸다.

법률신문 사장 임명은 언론계로 16년 만의 귀환인 셈이다. 법조계 이목이 모인 이유다. 2003년 취임해 19년 만에 사장직에서 물러난 이영두 회장은 “인사는 인사 그대로 봐달라”면서도 “언론사들 상황이 마찬가지겠지만, 종이신문 만으론 생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뭐든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20년 3월10일자 뉴스타파 ‘기업으로 간 언론인들’ 보도 화면 갈무리.
▲ 2020년 3월10일자 뉴스타파 ‘기업으로 간 언론인들’ 보도 화면 갈무리.

법률신문 새 사장에 삼성맨 왜?

이수형 사장은 2006년 언론계를 떠나 삼성그룹 법무실에 둥지를 틀었다. 사돈지간인 동아일보와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이 자리를 만들어 해명·논의할 정도로 당시 이 사장의 삼성행은 화제였다.

이 사장은 2014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발령을 받는데 이때부터 삼성과 언론, 정치를 잇는 메신저 역할을 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를 위한 대관·대언론 활동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스타파는 2020년 보도에서 이 사장에 대해 “언론계 인사와 소통하며 여론 동향을 파악했고, 합병 성사의 ‘키맨’에게는 학맥을 이용해 줄을 댔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때는 청와대와 직접 소통하며 이른바 ‘VIP’ 의중을 해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대한 주요 국면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는 이른바 ‘해결사’ 역할을 도맡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보도에서 이 사장은 “언론계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삼성에서 일했다”며 “하지만 미래전략실로 옮겨간 후에는 대언론, 대관 업무를 맡아야 했다. 미래전략실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한 일에 대해 아쉬움이 많고 지적 받은 부분은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2017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후 삼성을 떠났다. 그런 그가 법조 전문지 CEO로 복귀하자 관련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삼성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1심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조 매체를 통한 영향력 행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삼성맨’을 통한 언론 유착을 의심하는 목소리다.

이 사장은 삼성에 관한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사장은 지난 13일 미디어오늘에 “내가 뭐라고 해도 잘 안 믿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답을 구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삼성 사람들은 엊그제 기사를 보고 내가 법률신문에 온 것을 처음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계 복귀는 삼성과는 무관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 사장은 “동아일보를 떠날 때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다시 언론계로 돌아오겠다고 생각했다. 동아일보를 떠나 삼성으로 간 것은, 언론이나 동아일보가 싫어서가 아니었다”며 “20년 가까이 법조 기자만 하다 보니 세상 경험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았고, 그러던 차 1년여에 걸쳐 거절하기 힘든 분의 간곡한 요청이 있어 ‘글로벌’과 ‘기업’을 함께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어쩌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 삼성에서 일하게 됐다. 다시 언론계로 돌아오는 것도 많이 늦어졌다. 바로 올 수도 있었지만,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또 언론계에 누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결정했다”며 “법률신문을 선택한 것은 언론인과 기자로서 내 정체성은 ‘법조 언론인’, ‘법조 기자’에 있기 때문이다. 법조는 내가 상대적으로 가장 잘 알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로스쿨을 다니면서 미국 로(Law) 저널을 많이 접했다. 우리나라에도 법조인과 국민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만한, 헌법·법치주의·법조문화 발전을 위한 좋은 로 저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법률신문 상황은 어렵지만 72년 역사를 갖춘 정통 법조 미디어로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률신문을 국내외에서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로 저널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2006년 이수형 동아일보 기자 삼성행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기사 갈무리.
▲ 2006년 이수형 동아일보 기자 삼성행을 보도한 미디어오늘 기사 갈무리.

“글로벌 로 저널 만드는 것이 목표”

법조 일각에선 이 사장이 방대한 데이터를 자랑하는 법률신문의 ‘한국법조인대관’ 등을 활용해 플랫폼 및 콘텐츠 사업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대형 IT업계 출신 인사들과 법률신문 지분 인수에 나섰다는 입말도 떠돌았다.

이 사장은 법률신문 지분 인수에 관해 “확정되지 않았다.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분명한 것은 현재 법률신문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법률신문 지배 구조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나 로펌 등과 협력하거나 의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에 갓 들어온 입장에서 향후 사업 계획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법률 플랫폼이 바람직하고 좋기는 하지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투자도 많이 필요하다. 지금은 좋은 로 저널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