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언론’을 놓고 말씨름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각종 의혹 기사를 기자 고소로만 대응하는 ‘고소왕’ 한 후보자의 언론관, 채널A 기자 취재윤리 위반 사건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은 그의 의혹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문제 제기였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대변하거나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을 비판하며 ‘한동훈 지키기’ 방어 전선을 쳤다.

여·야가 지루한 공방전을 펼친 가운데, 공영방송과 진보언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검찰과 거리를 두지 못했던 언론에 대한 질타였다. 언론의 ‘검증 없는 받아쓰기’를 비판해온 진보진영 입장에선 아픈 대목으로 특기할 만하다.

▲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SBS 유튜브 중계 갈무리.
▲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SBS 유튜브 중계 갈무리.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일부 검사와 언론이 유착돼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하고, 그것을 수사로 이어지게 하거나 실상을 호도했다. 새 정부에선 이런 문제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면서 ‘권언유착’ 사례를 들었다.

유 의원은 먼저 2019년 3월 한겨레의 ‘김학의 긴급 출국금지’ 기사를 꼽았다. 한겨레는 2019년 3월22일 오후 11시19분 “[단독] 김학의 한밤중 타이로 출국하려다가 ‘긴급출국금지’”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내놨는데, 양대 포털사이트에 수천 개 댓글이 달릴 정도로 화제였던 기사다.

그러나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중이었던 이규원 검사가 법무부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을 요청한 시간은 3월23일 0시8분. 김 전 차관은 0시1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탑승을 제지 당했다.

유 의원은 한겨레 단독 보도에 “출국금지 조치가 되기 51분 전 기사가 나온 것”이라며 “실제와 다른 기사가 나온 것으로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식 긴급 출국금지 조치 전에 나온 ‘긴급 출국금지’ 기사라는 지적이다. 유 의원이 언급한 이규원 검사는 김 전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재조사 과정에서 ‘윤중천 면담 보고서’를 왜곡 작성하고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 한겨레는 2019년 3월22일 오후 11시19분 “[단독] 김학의 한밤중 타이로 출국하려다가 ‘긴급출국금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한겨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한겨레는 2019년 3월22일 오후 11시19분 “[단독] 김학의 한밤중 타이로 출국하려다가 ‘긴급출국금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사진=한겨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유 의원은 지난 2019년 10월11일 한겨레의 ‘윤석열 별장 접대’ 보도도 거론했다. 그는 “완전한 오보가 한겨레 신문에 보도됐다.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측에서 고소했고, 한겨레 신문은 2020년 5월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문 게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한겨레는 지난 2019년 10월11일 1면과 온라인에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는 제목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접대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겨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스폰서였던 건설업자 윤중천의 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나왔으나 추가 조사 없이 마무리”됐다고 했으나 7개월 만인 2020년 5월22일 오보를 인정하고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한 점에 대해 독자와 윤 총장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윤석열 총장이 법무부 과거사위 보고서에 언급돼 있다는 정보를 법조계 주변 복수의 취재원에게 확인해 기사화를 결정했다”고 했다.

유 의원은 한겨레 기자들이 지난해 1월 자사 법조 보도 편향성을 지적한 성명 일부도 언급했다. 지난해 한겨레 기자들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다룬 자사 보도가 실은 “추미애 라인 검사에게 받은 자료를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써준 결과였다”고 폭로한 바 있다.

유 의원은 “한겨레 기자 40명이 지난해 1월 추(미애) 라인 자료로 ‘이용구 봐주기’ 기사를 썼다면서 항의 성명을 쓴 적 있다”며 “그 당시 (추미애 라인으로) 이모 검사장이 지목됐고, 이 검사장이 관련 자료를 (한겨레에) 전달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채널A 기자와 한 후보자가 유착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 비위를 캐내려 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보도도 거론했다. 특히 보도를 주도한 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을 비판했다.

그가 언급한 보도 가운데 2020년 7월18일자 KBS ‘뉴스9’ 오보를 둘러싸고는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이다. 이날 KBS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고 단정해 보도했다가 다음날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됐다”며 사과했다. 보도는 삭제됐다. 

한 후보자는 그해 8월 KBS 보도본부장 등 8명을 상대로 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 사건은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공판 중이다.

▲ 2020년 2월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아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2년 두 사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연합뉴스
▲ 2020년 2월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검찰청을 찾아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2년 두 사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 ⓒ연합뉴스

유 의원은 공영방송·진보언론이 아파할 곳을 찔렀다. 그가 나열한 보도는 ‘수사기관 받아쓰기’를 줄곧 비판했지만 듣고 쓰는 일이 기자의 주업인 한 받아쓰기 유혹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다만 유 의원은 이날 질의 말미 다음과 같이 조언했는데 그가 어디 ‘출신’인지 잘 드러내는 발언이라 기록한다. “정치권력이 많은 오보를 양산했지만, 과거 검찰이 실제와 다른 자료를 만들어내서 언론에 흘리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예는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수많은 정치검사가 양산됐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장관께서 인사에 있어서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해야 한다.”

당장 검사 시절 조작된 증거를 재판에 제출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던 인물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돼 논란이다. 유 의원은 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찰청 범죄정보 1·2담당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창원지검장 등을 지낸 검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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