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자 김 후보자 보다 더 심각한 ‘아빠찬스’ 의혹에 휩싸인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이야말로 이해충돌이라며 사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계속 제기된다.

민주당에서는 아예 보건복지부에 출근할 것이 아니라 경찰에 가서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다만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이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 집단 퇴장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집단도망으로 비춰진다고 반박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 후보자 문제를두고 “정호영 후보자 건은 윤석열 정부의 본질이 이해충돌, 이해상충 문제다. 여기에 분명한 입장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며 “아빠 친구가 아빠의 자식들을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채로 심사를 봤다, 면접을 봤다는 건데, 이게 이해충돌”일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원래 당시 규정상 외부인을 40% 초빙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본인이 이해충돌 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공직자라면, 공익을 생각하는 분은 기피 신청을 했어야 한다. ‘내가 아는 분은 심사위원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 외부인을 불러라’라고”라며 “(그렇게 하지 않아) 공직 수행하기에 결격사유가 된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 이런 이해충돌 상황을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이것만으로 부적절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죠”고 답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오른소리 영상 갈무리

하 의원은 “장관이라는 건 주로 제도를 만드는데, 불공정제도를 자기가 병원장할 때 한 번 만들었는데, 아무 반성이 없다. 나는 특혜도 없었다고 한다”며 “그러면 윤석열 정부 입장은 뭐냐, 이걸 국민들이 궁금해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 의원은 “저도 궁금하다”며 “분명히 불공정한 제도인데, 당시 경북대에서 실시됐던 면접은. 이런 불공정한 제도를 불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여기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BBS 불교방송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저희는 조국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된다”며 “그게 정권교체를 해주신 국민들에 대한 국민의 힘의 도리다. 정호영 이분도 자진사퇴하셔야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의혹 해명을 다했다는 입장을 주고 정 위원은 “자기 입장에서 해명이 됐다고 그러지, 그걸 들으시는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해명을 해도 해명이 아니다”라며 “과연 이게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 안 맞느냐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금 정호영을 보호하고 장관시켜주려고 정권교체 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저녁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자식 부인 등 가족 전체가 저런 수모와 모욕을 당하고도 장관·총리를 그렇게도 하고 싶을까”라며 “만약 내가 인사청문회 대상이 된다면 무엇으로 공격 당할까”라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공직자의 자리 라는 것은 저렇게도 가혹한 절차를 거치는데 흠결 투성이가 되어 장관·총리를 해본들 과연 영(令)이 설까”라며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질문하는 국회의원들은 과연 흠결 없는 사람들일까”라고도 되물었다. 홍 의원은 “어찌되었던간에 인사청문회라는 절차는 후보자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절차임이 분명하다”고 썼다.

민주당은 더 날을 세웠다. 전날 저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은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태도를 문제삼아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전날 사퇴한 김인철 교육부총리 후보자보다 죄질이 나쁜 정호영 후보는 아직도 버티고 있다며 “까도까도 의혹이 나오는 후보는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박 위원장은 “딸의 의대 편입 서류 특혜도 드러났고, 허위발언을 본인이 인정까지 했음에도 정 후보자는 뻔뻔하게 청문회를 이어갔다”며 “어제는 아들이 오탈자까지 똑같은 자기소개서로 한해 사이 40점이나 올라 편입 학에 합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의혹을 나열했다. 그는 정 후보자에게 “보건복지부에 출근할 생각은 마시고 경찰에 출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박 위원장은 이밖에도 “정호영 후보자 이외에도 혼자 세상의 정의는 다 가진 척하며 뒤로는 편법증여와 위장전입을 일삼은 한동훈까지 최소한 국민의힘이 조국 전 장관에 들이댔던 동일한 잣대로 사퇴와 수사가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도 이날 회의에서 “정권출범도 전에 인사참사 인사재앙이 시작됐다”며 “더 큰 문제는 김 후보자 보다 더 심각한 결격사유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후보자들이 수두룩하다”고 비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한덕수 후보자는 국민에게 이미 퇴장 판정을 받았다”며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실격 일순위라 할만하다. 청문회에서 보인 오만방자한 태도도 품행 제로였다”고 밝혔다.

정춘숙 민주당 보건복지위원은 인사청문회 집단 퇴장 후 기자회견을 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를 비롯한 위원님들이 ‘무허가 겸직·탈세’, ‘자녀 의대 편입학’, ‘아들 병역판정신체검사’ 등 후보자의 의혹을 검증하려 했으나, 후보자는 불량한 태도로 일관하며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며 “여성 의원님들에 대한 답변 태도는 특히 심각해, 역시 ‘결혼·출산이 애국’ 같은 칼럼이 괜히 나온 건 아닌 듯했다”고 비판했다.

정 위원은 “이런 정호영 후보자 답변과 행실을 보며, 인사청문회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데 뜻을 함께하고, 인사청문회장을 나왔다”며 “정호영 후보자는 깔끔하게 물러나시고, 인사청문 대신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이 무책임한 갑질이라고 반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집단 퇴장은 다수당의 도 넘은 갑질”이라며 “민주당이 과연 후보자 검증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장관후보자들은 민주당의 과도한 자료요구에도 최대한 협조하고 의혹제기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했는데도 민주당은 마치 후보자가 범죄자라도 되는양 호통치기 망신주기 꼬투리잡기로 일관했다”며 “송곳검증을 예고했지만 결정적인 한 방조차 없었다”고 혹평했다.

권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 시간이 길어질수록 민주당의 준비소홀 무능만 부각되자 집단퇴장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 처음부터 낙마라는 답을 정해놓고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집단 퇴당은 국회의원으로서 책임방기이자 매우 퇴행적 정치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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