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 속칭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와 정부 국무회의를 통과해 모든 절차가 끝났으나 법안에 독소조항이 포함되는등 내용 측면에서 허점과 결함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신혜연 청와대 부대변인은 3일 오후 국무회의 결과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청법 일부 개정법률안(개정안) 공포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공포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개정을 두고 신 부대변인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검사는 동일 범죄사실 내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하며, 별개 사건의 부당 수사를 명백히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어 배포한 서면브리핑에서 이날 국무회의에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수사 지연과 수사력 약화, 사회적 약자의 보호 문제,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이번 공포 법률안을 두고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6대 범죄에서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의 2개 범죄로 좁히고 검찰 내의 수사·기소 분리를 실현”하게 했다며 “수사기관은 수사 중인 사건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별건 수사를 하거나 다른 사건의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나 자료로 관련 없는 사건에 대한 자백이나 진술을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고도 평가했다.

이 같은 자평과 달리 이날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세부 조항을 보면, 독소조항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형법 제245조의7(고소인 등의 이의신청) 제1항에서 “불송치 통지를 받은 사람은 해당 사법경찰관의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막판에 최종 수정안에 포함된 조항에는 ‘불송치 통지를 받은 사람’에 “(고발인은 제외한다)”는 부분이 추가됐다.

이밖에도 신설된 198조 제4항은 별건수사 금지와 별개수사에서 확보한 증거로 자백이나 증거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종 통과된 형사소송법의 제196조 제2항은 송치된 사건의 경우 해당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수정한 대목도 논란이다.

▲국회에서 3일 통과되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운데 고발인 이의신청 권한을 삭제한 조항 강조 표시-국회의안정보시스템
▲국회에서 3일 통과되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가운데 고발인 이의신청 권한을 삭제한 조항 강조 표시-국회의안정보시스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사진=김예원 페이스북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사진=김예원 페이스북

 

이 부분이 독소조항이라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한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수정안 중 ‘고발인 이의신청 금지’ 부분을 두고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공익관련범죄 대부분 고발인의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고발인만 있는 사건은 경찰이 사건을 끝내면(불송치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사건을 다시 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송치된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할 수 있다’는 196조2항을 두고 “고소인은 이의신청이 가능하지만 이의신청을 해도 진범이나 공범이 나와도, 새로운 피해자가 확인되어도, 연결된 범죄사실이 나와도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한 보완수사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이의신청에 의한 보완수사를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걸 통과시키겠다는 건 서민 피해자들 죽으라는 소리”라고 성토했다.

이 같은 우려 탓에 실제로 정의당의 경우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는 검찰청법 개정안에 전원 찬성표를 던졌으나 3일 본회의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모두 기권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표결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에 처리될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없던 내용”이라며 “이로 인한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공익 고발, 신고의무자의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므로 이에 깊은 우려와 부정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배 원내대표는 “형사소송법의 해당 조항이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 시 검찰 수사로 자동 이관되므로 고발 사건까지 포함하면 검경수사권 분리라는 대원칙과 충돌된다는 지적도 있다”면서도 “다만 향후 구성될 사개특위에서 충분한 보완을 위한 숙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권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2일 이 조항을 아예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제1항을 두고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본회의 수정안에서 갑자기 추가된 조항으로, 경찰과 검찰의 사건 처리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나 그 취지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환경범죄나 공익 관련 범죄와 같이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아동·장애인 등과 같이 피해자가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시민사회단체나 공익적 대리인이 제기하는 고발 사건도 이의신청마저 막혀버린다”며 “해당 조문에 대한 수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에서 3일 통과되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정이유에서 고발인 이의신청 권한을 삭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국회의안정보시스템
▲국회에서 3일 통과되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수정이유에서 고발인 이의신청 권한을 삭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국회의안정보시스템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고발제도를 활용해왔으며, 수사 대상이 될 국가기관, 기업의 내부자 등 공익제보자, 조직적 범죄의 피해자 등 신원이 노출되어서는 안되는 당사자를 대리해 고발하는 ‘사실상의 고소사건’인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참여연대는 검찰 직접수사에서 제외되는 노동사건이나 선거사건, 인권 관련 사건 등의 경우 공정위, 권익위, 선관위, 인권위 등 국가기관의 고발로 수사가 이뤄진다며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 결정될 때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재검토하고 고발인을 통해 수사를 촉구하는 장치가 사실상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무고성 고발이나 정치적 고발이 남발돼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삭제됐다’는 주장을 두고 참여연대는 “그 남용이 문제된다면 숙의와 합리적인 토론으로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 순서”라며 “이를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원천봉쇄라는 방식으로 차단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시민사회에서마저 반발이 들불처럼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향후 조속히 수정 보완하겠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불송치 사건의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에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부족한 면이 있는 것은 안다”며 “사법개혁특위가 만들어지면 이 문제부터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비대위원장은 “고발인을 제외한다고 돼 있는데, 그 고소와 고발로 이것을 나누는 것이 적절치 않다라는 주장이 있다”며 “상습 고발자, 이런 나쁜 고발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고발자들도 있다. 정의를 위한 것도 있고 또는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고발하는 일도 있다”고 해명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나중에 보완하겠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조속히 보완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의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이날 본회의 통과 이후 백브리핑에서 “미비사항의 입법 보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우려 보다는 사법체계 안에 보완되는 부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부족한 부분은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다시 검토라기 보다는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함께 논의하고 합의한 안에 있던 것으로,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이후 과정은 사법개혁특위 구성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이 조항을) 포함해서 다같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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