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청 출입 기자가 기자 지위를 이용해 타인을 협박하고 돈을 갈취한 혐의(공갈죄)로 지난 2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 기자는 앞서 동종의 범행으로 2004년 벌금형, 2017년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강영선 판사는 지난 2월23일 모 신문사 소속 A 기자에게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40시간도 명했다. A 기자가 항소하지 않아 재판은 지난달 3일 확정됐다.

“용돈이 필요한데, 가지고 있는 대로 다 줘라”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A 기자는 2019년 4월 함양군 소재의 한 공사 현장에 신호수(신호하는 일을 맡아보는 사람)가 배치되지 않았다며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함양군청 공무원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어 이 무렵 공사를 담당하는 업체 현장소장 B씨를 찾아 “혹시 군청에서 연락을 받았느냐”, “(우리 신문사에서 발간한) 책을 좀 보시는 게 어떻겠느냐”며 압박했다.

본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불리한 기사를 작성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것처럼 겁을 준 것이다. A 기자는 본인이 소속된 신문사에서 발간한 책의 정기 구독료 명목으로 B씨로부터 현금 20만 원을 받아냈다.

A 기자 범행은 4개월 뒤에도 이어졌다. 2019년 8월 재차 B씨를 찾은 A 기자는 “내가 용돈이 좀 필요한데, 가지고 있는 대로 다 줘라”고 협박했고, 고발 기사 등을 우려했던 B씨는 A 기자 계좌로 20만 원을 송금했다.

강영선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A 기자)은 기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타인을 협박함으로써 재물을 갈취한 범행으로 2004년 벌금형, 2017년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재차 동종의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그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로 징역형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다만, △A 기자가 이 사건 범행에 반성하고 있다는 점 △피해자 B씨가 A 기자와의 합의로 A 기자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 △A 기자가 갈취한 재물 액수가 크지 않다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 신문지 모습. ©Pixabay
▲ 신문지 모습. ©Pixabay

기자 지위 이용한 상습공갈과 사기

A 기자는 2017년 1월에도 상습공갈, 사기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공갈 수법은 2019년 사건과 유사했다. 건설업체, 공사현장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을 상대로 함양군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업체에 불리한 기사를 신문에 게재할 것처럼 행세하는 방식으로 협박한 뒤 돈을 갈취했다.

일례로 2016년 4월 경남 함양군 소재의 카센터 운영자인 피해자 C씨 사례다. 판결문에 따르면, A 기자는 C씨가 신축 건물로 카센터를 이전하면서 관할 관청의 준공 검사를 받지 않고 영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 이를 군청 민원으로 제기할 것처럼 행세하며 C씨를 협박했다.

협박을 통해 갈취한 돈은 현금 30만 원. 소액처럼 비쳐지나 A 기자는 2009년 3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와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협박, 총 137회에 걸쳐 3300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체나 자동차정비공장 업주 등을 상대로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50만 원씩 상습적으로 금품을 뜯어간 것이다.

뿐만 아니라 A 기자는 월간지를 계속 제공할 것처럼 행세하며 대금을 지급 받거나 신문사에 광고를 내주겠다고 기망한 뒤 수십만 원을 편취하는 등 사기 혐의도 받았다. 딸·부인의 병원비 명목으로도 돈을 빌리기도 했는데, 법원은 “당시 피고인(A 기자) 부인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별다른 수입이나 재산이 없어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하더라도 그 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A 기자는 2009년 5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총 18회에 걸쳐 피해자들을 기망, 총 840만원을 받아 편취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은 2017년 1월 A 기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범행에 대해 반성하고 있고 집행유예 이상의 전과가 없으며, 신문기자 활동을 그만둬 재범 위험성도 낮아 보인다. 거의 대부분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도 참작한다”고 밝혔다.

A 기자는 동종 범행으로 5년 뒤 다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지금도 경남 소재 지역신문 소속으로 함양군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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