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만 해도 문 닫을 생각하다 갑자기 늘어난 후원회원에 천지개벽한 것 같은 기분이다.” 박대용 시민방송 RTV 이사장(전 뉴스타파 뉴미디어팀장)은 사실 오늘(29일) 마지막 이사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류 방송이 외면하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방송 접근권을 보장한다’는 슬로건으로 2002년 설립된 RTV는 개국 이후 매해 12억원가량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공익채널 심사에서 탈락하고 정부 지원이 중단되며 수차례 폐업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가 RTV를 다시 공익채널로 지정했지만 경영적 어려움은 달라지지 않았고, RTV는 이사장과 사무국장, 단 두 명만 남은 상황에서 이제 채널 존폐를 결정할 참이었다. 그런데 RTV 후원회원이 3월12일 기준 100여명에서 3월28일 기준 4000여명으로 40배 늘었다. 16일의 기적이다. “마지막 이사회를 준비했지만, RTV를 존속시키라는 시민의 준엄한 뜻에 따르기로 했다.” 29일 통화음 너머 박대용 이사장의 목소리엔 약간의 흥분이 느껴졌다. 

▲RTV.
▲RTV.

이 같은 사건은 지난 12일 박 이사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대선 이후 진보 종편을 만들자는 일부 주장이 등장하자 “진보 종편을 만들자는 목소리는 20년 전에도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방송사가 RTV”라면서 “유튜브가 시민채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TV를 통해 세상과 접하고 있으며 열린공감TV나 뉴스타파가 RTV로 방송 중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 새로 뭔가 만드는 일보다 이미 존재하는 걸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 이사장은 “진보 종편이란 실현 불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이미 확보된 기반을 토대로 한 단계씩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RTV를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금 추세면 목표로 한 후원회원 1만 명도 꿈은 아니다. 그는 “안정적 재원을 바탕으로 시민이 제작한 고품질 콘텐츠를 수급하겠다. 시민에게 필요한 여러 장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편성해 설립 취지에 맞는 RTV를 보여주겠다”고 예고했다. 최종 목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민 종합편성채널’이다. 

그는 4월 중 채용에 나서는 한편 RTV의 IPTV 진출을 위해 국회·방통위·IPTV 3사를 만나겠다고 밝혔으며, 시청자 참여 채널의 접근성 확보 차원에서 두자리수 채널 번호를 요구하겠다고 예고했다. RTV는 현재 스카이라이프 179번, Btv(케이블) 214번, 딜라이브 234번, HCN 352번에서만 볼 수 있다. “유튜브는 키우고, TV에 시민을 위한 채널은 있어야 한다. TV를 켜면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IPTV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 

박 이사장은 통화에서 “퍼블릭 액세스(시청자 참여권리)를 규정한 방송법 70조7항이 IPTV법에는 누락되어 있다. 지금이라도 준용해야 한다. 의무전송인 공익채널 분야 중 시청자 참여 분야가 2009년에 폐지됐는데 다시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이 같은 법·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후원의 지속성을 위한 RTV의 가시적 변화다. 오는 9월 창립 20주년을 맞는 RTV에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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