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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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로 끝나자 “진보 종편을 만들자”는 주장이 등장했다. 2020년 YTN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과 TBS ‘더룸’의 진행을 맡았고 현재 뉴스토마토에서 ‘뉴스in사이다’를 진행 중인 노영희 변호사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보적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종편을 최소 2개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11일 오후 1시 현재 3000명이 넘는 이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노영희 변호사는 “요즘 사람들은 KBS MBC SBS에서 뉴스를 듣거나 시사 교양을 습득하지 않는다. KBS 논조는 오락가락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 자본 논리로 대변되는 SBS는 말할 것도 없고, MBC마저도 보도 한 번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라면서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소위 진보 진영 인사들은 언론과 전쟁에서 타격을 입었고 크게 패했다. 진보 진영 인사들은 최소 9대1 환경에서 언론과 싸우느라 힘이 들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 때문에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불리했다는 의미다. 

노 변호사는 “손석희 사장이 있었을 때 JTBC는 이념적 색채에서 벗어나 자긍심과 긍지를 확인할 수 있는 상징 그 자체였으나, 지금 JTBC는 중앙일보에 종속돼 같은 류의 논조를 읊어대는 비겁한 종편”이라고 했으며 “YTN은 ‘뉴있저’와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이 보수 시각을 전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한겨레‧경향‧한국일보 등 종합일간지를 두고서는 “보수‧수구적 가치관에 함몰돼 기사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레거시 미디어’를 부정하는 주장은 지난 3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올드미디어에 매달려 공정선거 보도 촉구하며 애걸복걸하고 호소하는 헛짓거리를 그만하자. 우리가 각자의 미디어를 만들자”고 했던 주장에 담겼던 언론 불신과 이어진다. 다만 유 전 이사장이 유튜브에 주목한 반면, 노 변호사는 ‘불공정 언론’에 대항할 ‘언론’을 만들자고 주장한 점이 차이다. 

노 변호사는 “열린공감, 서울의 소리, 시사타파, 새날 등 유튜브 방송들이 진보를 대변한다고 여겨지지만, 이들의 화력은 가로세로연구소의 막말방송에 비하면 구독자도 형편없고 영향력은 새발의 피”라면서 “적어도 진보와 보수의 가치가 공존한다면 이들 가치를 같은 수준으로 대변하기 위해서라도 같은 수의 진보적 종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언론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이야말로 언론개혁의 장애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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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반복되어 온 언론 지형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용어는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은 우리와 달리 거짓에 쉽게 속는다는 자기기만적 표현이다. 대선 결과를 득표수로만 읽고 시민의 선택은 언론의 선동 결과로 보는 셈”이라면서 “진보 종편이 2개 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똑같은 논리다. 열린공감TV, 김어준의 다스뵈이다가 종편이 되어야 쉽게 속는 시민들을 깨우칠 수 있다는 계몽론이 언론개혁을 막아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편이 아닌 언론은 모두 언론이 아니라는 단순한 이분법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 원인으로 언론을 지목하며 대안방송을 만들자는 움직임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지상파‧종편에 대항할 공정방송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결과물로 2013년 3월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탄생했다. 당시 김용민 국민TV설립준비위원은 “종편채널 진출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고, 국민TV방송 대변인이던 이재정 변호사는 “인터넷 기반이라 종편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일각에선 대선 패배 원인으로 ‘종편 출연 금지 방침’을 지목했고, 2013년 4월 민주당은 출연 금지 방침을 폐기했다. 국민TV는 여러 내홍 속에 2020년 제작인력이 모두 퇴사했고 직원들은 임금체불을 호소했다. 

‘진보 종편’ 주장은 현실성도 떨어진다. 2020년 12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보도채널 등에 대해 허가냐 등록이냐도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며 등록제 전환을 시사하긴 했으나 여전히 종편채널은 면허가 있어야 한다. 수천억의 출자금을 모으는 시간과 심사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회가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언론계가 “親민주당 종편”이라며 비판을 쏟아낼 상황을 예상해본다면 허가는 쉽지 않다. 등록제로 전환한다면 빠른 진입이 가능하지만 다른 사업자도 진입이 쉬워져 ‘보수편향’이 심화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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