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자 현직 언론인과 방송인들의 조언과 쓴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개표방송을 진행하던 KBS 기자가 “어퍼컷도 좋지만 너른 품을 보여달라”고 조언해 주목된다. 권력을 함부로 휘둘렀을 때의 위험성과 고통을 지적(유시민)한 목소리도 있었고, 하루이틀만 더 있었어도 뒤집힐 선거였다는 점에서 두려워해야 할 선거 결과라는 당부(진중권)도 나왔다.

범기영 KBS 기자는 10일 새벽 KBS 개표방송을 진행하면서 ‘한 말씀 해보라’는 최원정 아나운서 주문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조언했다.

범 기자는 “후보자 신분일 때는 특정 진영 후보일 수 있지만 당선인이 되는 순간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인이 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갈라치고 자꾸 편을 나누고 빼고 나누는 정치는 캠페인이 끝나는 순간은 정리돼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범 기자는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군통수권자이기도 하고 행정부 수반이기도 하고 국민 대표니까 이제는 좀 너른 품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어퍼컷도 좋은데 너른 품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이 선거유세 중 보여준 ‘어퍼컷 세리머니’를 언급하며 당부의 말을 남긴 것이다.

유시민 작가도 이날 윤석열 당선인에게 축하의 말과 함께 “자칫 잘못 생각하면 권력을 가진 데 따른 위험과 고통, 이런 것들이 얼마 만한 것인지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너른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자신의 손에 들어온 권력을 잘 활용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으로서 민주당, 청와대와의 갈등도 있었지만 검찰총장 임기 중 나와 정치에 참여, 대통령까지 됐기 때문에 한국사회나 한국 민주주의에 빚이 있다고 생각하라”며 “분열과 적대적 정치를 극복하는 데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후보 표를 합치면 진보진영 표가 더 많다는 점을 들어 “이점을 유념하시면 좋겠다”며 “이념대결 전장에서 진보 진영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는 지지자들의 갈등이나 적개심이 극도로 표출된 선거였다”며 “이 부분에 대한 국민통합 과제가 주어져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실력있는 인사를 중용했으면 좋겠고, 여소야대라는 점을 직시하고 입법기관인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범기영 KBS 기자가 10일 새벽 KBS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을 진행하면서 마무리 발언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어퍼컷도 좋지만 너른 품을 보여달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범기영 KBS 기자가 10일 새벽 KBS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을 진행하면서 마무리 발언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어퍼컷도 좋지만 너른 품을 보여달라고 조언하고 있다. 사진=KBS 영상 갈무리

전원책 변호사는 “집값 파동으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서민들을 상실감에 빠지게 한 것과 관련, 집값을 꼭 좀 잡아서 격차를 줄여줬으면 좋겠다”며 특히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안 들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부끄러움을 아는 수오지심을 아는 그런 통치자, 부끄러움을 아는 정직한 대통령을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진중권 작가도 10일 새벽 SBS 개표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후보의 승복 연설을 지켜보고 나서 박수를 치면서 멋졌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이날 새벽 민주당 중앙당사에 나와 선거 패배 승복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여러분의 패배도 민주당의 패배도 아니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자책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당선인에게도 축하 인사를 전하면서 “당선인이 분열과 갈등을 넘어서 통합과 화합의 시대를 열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이 후보는 국민에게 “우리 국민은 위대했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도 높은 투표율로 높은 민주 의식을 보여줬다. 여러분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개표 방송을 진행한 주영진 SBS 앵커는 진중권 작가가 박수를 쳤다고 소개했다. 진 작가는 “멋있었다. 마지막 유세도 울림이 있었고, 깔끔하게 ‘모든 것은 나의 부족함 탓이다, 민주당 탓 아니고 내 탓이다.’ 도와준 분들에게 축하 보내고 윤석열 후보에게 축하와 과제를 당부하고, 아름다웠다”고 평가했다. 진 작가는 “무엇보다 이 후보가 이렇게 선전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선거일이 하루나 이틀만 더 있었도 뒤집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내다봤다.

▲진중권 작가가 10일 새벽 SBS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패배 승복연설을 듣고 평가를 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갈무리
▲진중권 작가가 10일 새벽 SBS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패배 승복연설을 듣고 평가를 하고 있다. 사진=SBS 영상갈무리

진 작가는 윤석열 당선인에도 “신승이지 않느냐”며 “큰 차이로 이긴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며칠만 더 있었으면 질 수도 있었을 선거다. 이 결과를 보고 기뻐하기 보다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진 작가는 패배한 이 후보에게 “온갖 예의를 갖춰서 위로의 말씀을 전했으면 좋겠고, 선거 과정 속에서 국민들한테 보여준 우려스러운 모습이 있다. 통합과 화해와 용서, 밝은 메시지를 던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 연설을 본 다른 출연자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이혜훈 전 의원은 방송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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