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최초 보도한 기자가 8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같은 당 핵심 후보 측에서 제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은 윤석열 게이트’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이다.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기자는 이날 자신의 SNS에 “분명히 밝히지만 대장동 특혜 의혹은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같은 당 핵심 후보측에서 ‘이재명 후보가 몸통’이라고 제보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기자는 “(대장동 특혜 의혹) 기사가 발행된 후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 커다란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럼에도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정된 후 본 선거에 접어들자 대장동 몸통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라고 국민들에게 호도해 오고 있다”면서 첫 보도 소스가 ‘민주당’이었다고 밝혔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캠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응암역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이재명 캠프

제보자가 자신에게 “민주당 경선 후보 중 한 명이 부정부패 세력과 결탁해 대장동 특혜로 얻은 엄청난 수익금으로 자신의 출세 영욕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 박 기자 주장이다. 박 기자는 8일 오후 통화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 가운데 어느 쪽에서 전달한 제보인가’라는 질문에는 “편한대로 생각하시면 된다”며 후보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다 알릴 수는 없지만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는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 주장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내 생각을 밝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박 기자는 ‘선거 직전 취재원 소속을 밝힌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쪽이 서로가 몸통이라고 주장하는데, 일정 부분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민주당 내 인사가 같은 당 경쟁 후보에 큰 문제가 있다고 제보한 사실이 정리에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 기자는 지난 3일 기자수첩에서 윤 후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자유 이념을 수호할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며 기존 정치권에 부채가 없으며, 국가발전과 국론통일, 부정부패 척결을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윤석열을 국민이 정치판으로 불러낸 것”이라고 평가하는 등 우호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관해 박 기자는 “만약 내가 이 후보에게 악의를 갖고 특정한 목적으로 제보자 관련 내용을 올릴 생각이었다면 사전투표 전에 이 사실을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지난해 8월31일 “이재명 후보님, ‘(주)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익명의 제보를 기반으로 한 칼럼은 △개발사업 시행관리 실적이 전무한 화천대유가 2015년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토지를 수의계약으로 불하받는 등 특혜 의혹이 있다는 점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7호가 대규모 대장동 택지를 계약하고 매각·분양해 6000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화천대유는 머니투데이 기자로 활동한 김만배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기자는 지난 8월31일 “이재명 후보님, ‘(주)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 박종명 경기경제신문 대표기자는 지난 8월31일 “이재명 후보님, ‘(주)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보도했다.

박 기자는 익명의 제보자 입을 빌려 화천대유가 사업에 참여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당시 성남시장)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혹의 입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대장동 화천대유 게이트’ 시작을 알렸다고 평가받았다.

화천대유는 지난해 9월 박 기자를 상대로 위자료 10억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박 기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 등으로 수원남부경찰서에 고소하기도 했다.

화천대유는 해당 기사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화천대유는 기사에 대해 “대선 후보 경선에서 근거 없이 특정 후보자를 흠집 낼 정치적 의도 및 원고(화천대유)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박종명은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고(화천대유)는 이재명 후보와 전혀 무관한 회사이고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 도시개발 사업 공모에 참여했다. 개발사업토지에 대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어떠한 특혜를 받거나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화천대유는 이재명 후보와 전혀 무관한 회사이기 때문에 기사 내용은 전부 허위”라는 게 화천대유 입장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이 사건은 윤석열 게이트”라며 “범죄집단에 종잣돈 마련하도록 수사해놓고 봐준 사람이 윤석열이다. 제일 큰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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