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 사장이 대선 이후 꾸려질 새 정부에 공영미디어로서 KBS 위상 정립을 위한 역할을 당부했다. KBS는 한국방송공사창립 49주년을 하루 앞둔 2일 김의철 사장 기념사를 공개했다.

김의철 사장은 기념사에서 “현행 방송법 내 KBS를 규율하는 제도는 34년 전인 1988년 한국방송공사법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못한 채 여전히 낡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공영미디어의 역할과 소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TV, 라디오, 온라인 등 KBS의 공공서비스 범위와 규모가 재원 조달과 상호 연계되는 체계의 재정립을 통해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공영방송의 제도와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KBS가 대한민국에서 공적 기능과 문화적 보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법체계 개선을 시작할 것”이라며 “새 정부에서 미디어 관련 기구의 통합과 개편, 관련법 등이 긴밀하게 논의될 것이다. 급속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에서 KBS가 공영미디어로서의 위상을 명확히 정립할 수 있도록 새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요청할 것”이라 밝혔다.

또 “KBS 재원의 근간인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수신료 조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수신료 인상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의철 KBS 사장 ⓒKBS
▲김의철 KBS 사장 ⓒKBS

올해 주요 추진 정책으로는 “약 5000건의 콘텐츠 클립을 제작·공개하는 개방형 아카이브 ‘KBS 바다’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김 사장은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KBS 콘텐츠 아카이브를 활용해 많은 창작자가 창의력을 제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시청자가 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시청자의 프로그램 관여도 확대하겠다. TV뿐 아니라 KBS의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 시청자가 참여해 좋은 뉴스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이를 통해 시청자 스스로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미디어의 공적 가치를 제고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선보일 주요 프로그램으로는△한반도 지질 대탐사 UHD 자연 다큐 ‘한반도 30억 년, 히든 어스’ △푸드 인문 다큐 ‘한식 연대기-120년의 기록’ △장르 융합형 우주 다큐쇼 ‘키스 더 유니버스 시즌2’ △K-작곡가들의 ‘리슨업(Listen Up)’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노머니 노아트(No Money, No Art)’ △정통 대하 역사 드라마 ‘고려거란전쟁’ 32부작 등을 예고했다. 

KBS 내부를 향해선 “불의한 외부 세력과 야합하지 않고, 치열한 문제의식을 담은 방송을 통해 우리 사회 신뢰의 중심에 서서 소중한 수신료의 가치에 보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KBS는 예산의 절반을 광고와 콘텐츠 판매수익에 의지한다. 내부의 인적·물적 비효율을 제거하고, 보다 유익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면서 고도의 현실감각으로 국내 민영미디어뿐만 아니라 해외 거대 미디어 기업들과도 경쟁하여야 한다”며 “공적 가치만 추구해서는 치열한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으며, 수익 창출 노력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공영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세상의 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KBS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KBS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KBS

조직 내 갈등과 관련해 “소모적인 적대감에 기인해 사실관계를 호도하여 KBS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KBS 내 젊은 시각과 사고가 존중돼야 한다”며 “지난 2월 말 젊은 직원 15명으로 구성된 ‘KBS 차세대위원회’가 발족했다. 사내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인 차세대위원회는 앞으로 편성, 프로그램, 조직 문화, 업무 프로세스 등 분야와 관계없이 2049 시청자층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경영진은 이 위원회의 의견을 회사 정책에 즉각 반영할 것”이라 약속했다.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공약한 ‘데이터 기반 조직 구조’ 실현을 위해 이달 중 데이터 총괄 관리 부서를 신설한다고도 밝혔다. “방송 통계와 재무, 시청 성과 데이터 등을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콘텐츠 제작을 △실시간 특성에 맞는 콘텐츠 △몰아보기에 적합한 콘텐츠 △전 국민이 함께 즐겨야 하는 콘텐츠 △개인화하거나 소외계층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 등으로 세밀하게 구분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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