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언론권력’을 견제·감시하는 시민단체를 표방한다. 1984년 창립 이후 언론민주화를 이끄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고 자평한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 때 해직된 언론인들이 창설한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전신이라는 점에서 이 단체가 걸어온 험난한 길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민언련의 정기적 보도 모니터 활동은 효과적인 언론 견제 수단이다. 신문·방송 보도를 매체별로 비교·검증하는 절차로 현직 언론인도 주목하는 콘텐츠다. 종합 일간지 6곳, 경제 일간지 2곳, 지상파 3사 및 종합편성채널 4사 저녁 종합뉴스 등을 다룬다.

대선을 앞두고 올해 1월에는 전국언론노조, 기자협회 등 언론·시민사회 단체들과 함께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를 발족하기도 했다. 기존 보도뿐 아니라 유튜브와 포털뉴스까지 감시 활동 폭을 넓혔다. 지난 18일에는 “김혜경 의혹 172분 vs 김건희 의혹 17분, 종편 ‘10배 차이’”라는 제목으로 종편 4사 시사 대담 프로그램을 분석했다. 종편 4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의혹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분석이다.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TBS 제공
▲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방송인 김어준씨. 사진=TBS 제공

민언련 보도 모니터 활동은 언론인에게 취재 윤리와 사실 보도 책무를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모니터링 잣대가 공정하느냐는 물음이 뒤따른다. 종편 소속 한 기자는 “민언련 모니터링 보고서가 따끔한 비판을 할 때도, 귀담아 들을 만한 지적을 할 때도 많다”면서도 “다만 그 잣대가 얼마나 공정한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보수 종편·신문에 들이대는 잣대만큼 진보언론이나 공영방송에 날카로운 비평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신문사의 한 기자 질문도 뼈 아팠다. “민언련이 김어준 방송 비평을 하나요?” 민언련이 김어준 비평을 했던가.

김어준씨는 지난해 시사저널 조사에서 ‘언론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위로 꼽힌 방송인이다. 1위는 손석희 전 앵커로 예년과 비교하면 격차가 줄었다. 김씨가 진행하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5년째 청취율 1위다. 그의 발언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기사가 요동을 친다.

3월 대선을 앞두고 그의 ‘합리적 추론’은 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일가를 겨냥한다.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선 “지금부터는 당신들이 (이재명 후보를) 좀 도와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여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 이틀 전 방송에선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익명의 제보자 5명 인터뷰를 90분 동안 내보내 논란이 됐다.

이런 방송이 저널리즘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공정성 문제가 있는지 권위 있는 단체의 논평과 비평이 필요하나 민언련 모니터링은 부재했다. 왜 ‘김어준 방송’ 모니터와 감시는 없는 것일까?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22일 통화에서 ‘부족한 인력’을 이유로 들었다. 신 처장은 “지금 신문 모니터도 다 못하고 있다. 우리가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여건, 이를 테면 인력 등의 한계로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모니터하려면, 같은 시간대 주요 방송사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비교 분석해야 한다. 하나의 라디오 방송만, 하나의 유튜브 채널만, 하나의 신문만 모니터할 수는 없다. 민언련 시스템은 개별 미디어 비평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처장은 “라디오 방송에 대한 모니터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은 내부에도 있었다”며 “논의가 의사결정 단위나 이사회 단위에서 구체적으로 이어지진 못했지만 내부에 라디오 모니터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고민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신문이나 지상파, 종편 모니터링을 줄이더라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모니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며 “어떤 매체든 우리사회 의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당연히 민언련의 모니터링 감시 대상”이라고 밝혔다.

민언련의 한 활동가는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직을 어떻게 운용할지, 무엇에 초점을 맞춰 인력을 움직일지는 민언련 운영위원회와 이사회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김어준 방송 등의 모니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업무를 줄여서라도 모니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단 김어준 방송뿐일까. KBS가 ‘검언유착’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했을 때, KBS·JTBC가 검사의 김학의·윤중천 허위보고서를 받아썼다가 대형 오보를 내고 재판에서 패소했을 때, MBC ‘스트레이트’가 윤 후보 배우자 녹취록을 그대로 틀었다가 취재윤리 논쟁을 자초했을 때, 민언련 보도 모니터는 지금과 같은 잣대로 이들 보도를 바라봤을까.

진영을 벗어난 보도 비평과 감시는 매체비평지와 언론시민단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민언련의 김어준 방송 모니터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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