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록에 기초해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연이어 보도한 KBS가 첫 보도 일부 내용을 바로잡는 취지의 후속기사를 낸 데 대해 사내 일각에선 갑론을박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KBS가 검찰의 ‘오기’(誤記·잘못 기록함)를 그대로 보도한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한다. KBS 통합뉴스룸 보도 책임자들은 검찰의 오기 사실을 확인하고 시청자들에게 이를 신속하게 전했을 뿐 아니라 첫 보도를 포함해 보도 전반의 본질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각의 주장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 KBS ‘뉴스9’ 14일 리포트 “공소장 변경… ‘김건희 계좌끼리 거래는 오기’” 갈무리.
▲ KBS ‘뉴스9’ 14일 리포트 “공소장 변경… ‘김건희 계좌끼리 거래는 오기’” 갈무리.

KBS ‘뉴스9’은 14일 “공소장 변경… ‘김건희 계좌끼리 거래는 오기’”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지난 11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의 두 번째 공판기일 소식을 언급했다. 권 전 회장 등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공소장 내용 일부를 변경했는데 피고인들의 범죄 수익 규모를 늘리는 등 수사기록을 보완해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다수의 주식 계좌로 주가 조작 범행을 벌인 것으로 판단한 거래를 기록에 담았는데 2010년 10월 이후 김건희씨 명의 계좌로 수십 차례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도 여기에 포함됐다. KBS가 지난 9일부터 보도한 내용이다. 

14일 KBS 보도를 정리해보면 △검찰이 김씨 거래를 ‘통정거래’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 △관련 거래가 HTS,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 계좌 간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정황이 있다는 점 등은 지난 9~10일 KBS가 보도한대로 검찰의 수사기록에 포함돼 있다. 다만, ‘김씨 명의 계좌끼리 거래했다는 내역’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후 ‘김씨와 다른 사람 계좌 사이 거래 내역’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당초 법원에 제출했던 수사기록에 단순 오기가 있었다고 했다. 수사기록을 익명화하는 과정에 김씨와 이름이 비슷한 사건 관계자 이름을 공소장에 잘못 썼다는 이야기다. 검찰 수사기록에 기반했기 때문에 KBS도 앞서 “모친 최은순씨와 주식을 사고팔거나 여러 증권사에 개설한 김씨 명의 주식 계좌끼리 거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9일), “본인 명의의 다른 증권사 계좌 간의 거래 이유도 명확치 않다”(10일)고 보도했다. 

▲ KBS ‘뉴스9’ 14일 리포트 “공소장 변경… ‘김건희 계좌끼리 거래는 오기’” 갈무리.
▲ KBS ‘뉴스9’ 14일 리포트 “공소장 변경… ‘김건희 계좌끼리 거래는 오기’” 갈무리.

다시 말해 KBS의 14일자 보도는 ‘오기’로 인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다룬 것이지만 사실상 5일 전 자사 보도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기도 했다. KBS가 파악한 검찰 수사기록에 적어도 김씨 명의 주식 계좌끼리의 거래는 존재하지 않는 셈. 

KBS가 당초 확보했던 검찰 수사기록에는 김건희의 경우 ‘김○희’로 익명화돼 있었고, 가운데 글자만 다른 인물들은 이를테면 ‘김#희’, ‘김☆희’와 같이 ‘김’, ‘희’ 사이에 동그라미가 아닌 다른 도형이 삽입돼 있었다. KBS 측은 ‘매수자 : 김○희 매도자 : 김○희’와 같이 적시돼 있었기 때문에 김씨 명의 계좌끼리의 거래로 오인한 것인데, 일례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김○희’를 ‘김#희’로 정정한 식이다. 

KBS 사내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방송과 미래비전회복을 위한 KBS 직원연대는 15일 “이번 리포트가 검찰과 독립적으로 취재 제작된 내용이라면, 취재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기록에 오기가 있었던 부분과 수사기록을 익명화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와 이름이 비슷한 관련자의 이름을 잘못 쓴 내용을 확인할 책임은 KBS에 있다”며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방송한 책임 역시 검찰이 아닌 KBS에 있다. 그렇다면 9, 10일 리포트는 KBS가 관련 내용을 엄밀하게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오보를 내놓고도 마치 오보가 아닌 것처럼 꼼수를 쓴 것”이라며 “14일 리포트는 엉뚱하게 검찰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냥 깔끔하게 오보를 인정했어야 한다. 검찰로부터 독립적으로 취재했다면 검찰 잘못으로 퉁칠 수 없다. 그게 아니라 검찰 자료를 받아서 보도했기 때문에 KBS 잘못이 없는 것이라면 수사 정보 유출과 공무상 비밀 누설 결과가 되는 선택지가 남는다”고 주장했다. 

▲ KBS 뉴스9 9일자 리포트 “‘5월 이후 주식거래 없다더니… 40여건 확인” 갈무리.
▲ KBS 뉴스9 9일자 리포트 “‘5월 이후 주식거래 없다더니… 40여건 확인” 갈무리.

KBS 보도본부 책임자들은 이들 주장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자사 보도는 △2010년 5월 이후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를 끊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 해명이 거짓임을 밝혔다는 점 △김씨 계좌로 이뤄진 주식 거래를 검찰이 통정 거래(가장 거래)로 보고 있다는 점 △모친 최씨와 김씨 사이 거래가 있었다는 점 △관련 거래가 전화거래뿐 아니라 HTS, 홈트레이딩 시스템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점 등의 쟁점으로 나뉘는데, 이름 오기를 인용한 대목은 이 본질을 흔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보도에 인용된 검찰 수사기록은 검찰에서 확보한 것이 아닐 뿐더러 이번 단독 보도들은 검찰이 흘려주고 기자가 받아쓰는 식으로 취재된 결과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임장원 KBS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국장은 15일 통화에서 “오기를 인용했다고 해서 보도의 공익적 가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오기를 확인하고는 신속하게 보도했다. 현재 상황에서 언론으로서 할 수 있는 검증을 최대한 거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정수영 KBS 보도본부 사회부장도 “우리 보도는 오보라고 보기 어렵다.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수사 재판 내용을 취재해 그대로 전하는 건 속보 취재 보도의 영역이고, 이번 보도도 다르지 않다”며 “당초 김건희씨 계좌끼리의 거래로 기재한 수사기록이나, 동일 거래를 타인과의 거래로 수정한 수사 기록이나, 검찰은 이 사건 피고인들의 주가 조작 범행을 구성하는 거래 일부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연합뉴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연합뉴스

다른 관점에서 KBS 보도를 평가해볼 수도 있다. 김씨가 현재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KBS 보도는 ‘피의사실 보도’라는 지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보도가 ‘피의사실 공표’를 이유로 여권 인사들과 친여 언론학자, 조 전 장관 지지자들에게 질타를 받아왔고 이른바 ‘검찰수사 받아쓰기’가 ‘언론개혁 대상’으로 분류됐다는 점에서 KBS 보도 역시 같은 이유로 비난받을 수 있다. 

임 국장은 “수사기록을 보도했다는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수사기록을 어떻게 확보했느냐, 기자가 검찰 집단 이해와 결탁해 기록을 확보한 것이라면 문제”라며 “우리는 검찰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것이 아니다. 검찰과 결탁한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국장은 “국민의힘에 우리가 취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두 차례 질의서를 넣는 등 구체적인 반론을 요청했다”며 “비록 원론적 답변이었음에도 우리는 국민의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이고, 또 민감한 수사 내용이다 보니 저널리즘 윤리에 저촉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BS는 일주일 전 김혜경씨(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에 관한 의혹도 제기해 현재 양쪽에서 비판 받고 있다. 앞으로도 엄격한 기준으로 성역 없이 취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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