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자 출신 이민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특보가 SBS 라디오센터에 항의한 후 사측이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특공대’ 방송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자 이재익 PD를 하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민주 특보는 14일 통화에서 “선거를 앞둔 엄중한 시기에 (이 PD 발언은)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외압 논란에 대해서는 “의견 제시를 한 것뿐 (하차에 관한) 판단은 사측이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잘못된 방송에 문제를 제기하는 통상의 공보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매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방송되는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SBS PD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 항의로 하차한다”고 폭로했다. 블로그 글 공개에 앞서 6일 방송에서 이 PD는 “지난 금요일(4일) 내 오프닝 멘트로 인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며 이틀 전 방송을 언급했다.

그는 4일 방송에서 DJ DOC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가사 중 일부인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를 따라부른 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고 발언했는데, 이재명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가 경기도 공무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고 법인카드를 사적 유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등 노래 가사와 이 PD 멘트가 이 후보 측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 SBS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를 갑작스레 하차시키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SBS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를 갑작스레 하차시키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PD는 6일 방송에서 “DJ DOC 노래 가사를 따라 읽으면서 하지 말았어야 할 부적절 발언을 한 것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선이라는 엄중한 이벤트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방송에서 하는 말 한마디가 어느 한 쪽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미리 깨닫지 못하고 생각 없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방송을 끝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내일(7일)부터 다른 진행자가 방송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느닷없는 하차 통보에 청취자들이 당혹해하자 이 PD는 블로그 글을 통해 민주당이 방송 내용에 항의했고, 그로 인해 하차하게 됐다고 폭로했다. 이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와 한국PD연합회는 민주당과 SBS 사측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SBS 안팎으로 외압 논란이 제기됐다.

SBS 라디오센터는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 이재익 PD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됐다고 판단해 결정됐다”며 외압 논란을 일축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SBS 라디오센터 간부에게 문제를 제기한 인사는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 소속 이민주 공보특보였다. 이 특보는 1995년 SBS에 입사해 2016년까지 SBS에 몸을 담았고 2018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공보특보에 임명됐다.

그는 팩트가 잘못됐거나 왜곡된 기사를 확인한 뒤 언론사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기사 정정 및 수정을 요청하는 작업 등을 맡고 있다.

이 특보는 14일 통화에서 “공보특보로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이를 압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외압 논란을 부인했다. 이 특보 설명에 따르면, 민주당 선대위 내에서 커뮤니티 게시물을 통해 이 PD 발언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고, SBS 출신인 이 특보가 SBS 라디오센터 모 간부에게 연락하여 관련 게시물을 전달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가 이 후보를 특정할 수 있는 멘트를 하면서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된다”고 발언하는 건 선거 개입에 해당한다는 게 이 특보 문제의식이다. 이 특보는 “내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다”며 “(법인)카드 사용 부분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수용하지만, ‘이런 사람은 찍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선을 넘은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이 특보는 “(SBS 라디오센터 간부에게) 방송 내용이 적절한지 판단해보시라는 취지로 관련 게시물을 전했고, 이후 사측에서 조치하겠다고 답이 왔다”며 “실제 이 PD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 방송을 해줘 우리로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SBS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를 갑작스레 하차시키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SBS 시교라
▲ SBS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를 갑작스레 하차시키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유튜브 SBS 시교라

그는 ‘외압 의혹’에 “내가 청와대에 있거나 선대위원장 직책도 아니고, 그렇게 큰 직함을 갖고 있지 않다. 친정이 엄중한 시기에 부적절한 방송을 했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하차에 대한) 판단은 사측이 내린 것이다. 내가 강하게 이야기한들 SBS라는 거대 조직이 나 같은 사람 말만 듣고 따라간다고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나? 내 입에서 설사 강한 말이 나왔대도 상대방이 거기에 겁을 먹어야 압력이 성립되는 것 아니겠나? SBS 스스로 살펴봐도 내 문제 제기가 타당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특보는 “이 PD 발언이 그대로 청취자들에게 전달되면 결과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과 같고, 이는 (이 후보에 대한) 낙선 운동이 될 수 있다”며 “시사 프로그램에서 일방적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 입장에서 항의나 의견 개진 없이 넘어가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르지 않다. 나로선 합당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SBS 노사는 지난 11일 이 PD 하차를 안건으로 방송편성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사측이 하차 조치를 철회하고 이 PD를 진행자로 복귀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공정성과 객관성 훼손을 이유로 기존 결정을 거두지 않았다. 양측은 이 PD 하차 건에 대해 SBS 시청자위원회 자문을 구하기로 했다. 이 PD는 미디어오늘에 “청취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진행자 복귀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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