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오후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배우자 김혜경씨의 불법 의전 논란에 거듭 사과했다. 지난 3일 첫 TV토론회에서는 김씨의 불법 의전 논란은 후보들 사이 언급되지 않았다. 

포문을 연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심 후보는 이날 “후보 가족 사생활 문제로 이슈를 만들 생각은 없다”면서도 “배우자 의전 문제는 사생활이 아니다. 이 후보 자격과 관련된 사안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 시장이나 도지사는 배우자의 사적 용무 지원이나 의전 담당 직원을 둘 수 없다”고 밝혔다.

沈, 김혜경 불법의전 논란에 “후보 본인 리스크”

전직 경기도 비서실 소속 7급 주무관 A씨의 폭로로 드러난 김씨의 불법 의전과 경기도 법인카드 및 공무원 사적 유용 정황은 대선 막바지 최대 이슈로 꼽힌다.

이 후보 최측근 배씨(전직 경기도 총무과 5급 사무관)의 지시로 김씨에 관한 사적 심부름을 했다는 A씨 폭로는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을 뿐더러 사안 자체가 2030세대를 자극하는 ‘공정 이슈’와 맞닿아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심 후보는 이번 사태를 ‘배우자 리스크’가 아닌 ‘후보 리스크’로 규정하며 공세를 높였다. 그는 “2016년 행정자치부가 단체장 배우자들의 사적 활동을 공무원이 수행하거나 의전하는 걸 금지하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며 “문제는 배 사무관에 대한 인사권은 바로 이재명 후보가 갖고 있었다. 이 사안을 배우자 리스크가 아닌 이재명 후보 본인 리스크로 보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심 후보 발언 직후 바로 사과했다. 이 후보는 “워낙 가까운 사적 관계에 있던 사람(배씨)이 별정직으로 들어오다 보니까…. 그 사람은 주로 공무에 관한 일을 도와줬고, 그러다 보니 (아내가 공사) 경계를 넘어서 사적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며 “변명의 여지 없이 제 불찰이다. 제가 엄격하게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이 후보 사과에도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심 후보는 “단순한 불찰이었다면 내가 거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배씨 등은 이 후보) 자택을 수시로 오가면서 배우자 비서 역할을 했다. 성남시장 때부터 11년간 배우자에게 비서실을 만들어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대통령 후보로 나오며 사실상 5년간 대선 준비를 해오신 분”이라며 “그 기간에 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이 후보는 대장동 사업 같은 경우 아무 전문성도 없는 유동규씨에게 맡겨 많은 의혹을 사고 있다”며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에 국민이 부여한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게 우리 국민들 생각이다. 가족 측근에 관련된 인사권을 가볍게, 함부로 사용하면 큰일 나지 않겠나? 국민 우려를 무겁게 느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오후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배우자 김혜경씨의 불법 의전 논란에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 배우자 문제를 제기한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였다. 사진=YTN 화면 갈무리.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오후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배우자 김혜경씨의 불법 의전 논란에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 배우자 문제를 제기한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였다. 사진=YTN 화면 갈무리.

이 후보는 심 후보에게 “내게도 잠깐 답할 기회를 주시면”이라며 해명 기회를 요구했지만, 토론 주도권을 쥔 심 후보는 “질문을 드린 게 아니고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거부했다. 

이날 심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겨냥해서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관해 앞서 공개한 김건희씨 계좌와는 다른 계좌가 발견됐고, 거기서 수상한 거래 내역이 나온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면 거래 내역까지 공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 양당 후보 배우자들을 둘러싼 의혹을 거침없이 지적한 것이다. 

李 자택 배달 ‘초밥 10인분’에 “기생충이 있나” 

한편, 이날 채널A 메인뉴스 ‘뉴스A’는 제보자 A씨의 추가 폭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6월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한 초밥을 김씨 자택으로 배달했다. 이와 관련 배씨와 A씨는 김씨에게 배달한 초밥 10인분을 누가 먹었을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 채널A ‘뉴스A’ 11일자 리포트 “‘가족 식사용 배달’ 정황 담긴 대화” 갈무리.
▲ 채널A ‘뉴스A’ 11일자 리포트 “‘가족 식사용 배달’ 정황 담긴 대화” 갈무리.

 

▲ 채널A ‘뉴스A’ 11일자 리포트 “‘가족 식사용 배달’ 정황 담긴 대화” 갈무리.
▲ 채널A ‘뉴스A’ 11일자 리포트 “‘가족 식사용 배달’ 정황 담긴 대화” 갈무리.

보도에 따르면, 이 후보 최측근 배씨는 “나는 개인적으로 기생충이 있다고 생각해. (자택) 밑에 사는 기생충이 있든지. 뭐가 있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후보 부부와 두 아들이 먹고도 남을 초밥이 법인카드로 결제되고 배달까지 이뤄졌는데, 이를 지시·이행한 공무원들 스스로 의문을 가질 만큼 비상식적이었다는 의미다. 채널A는 “두 사람 대화가 법인카드로 산 음식을 누가 소비했는지 밝히는 데 핵심 정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김혜경씨는 지난 9일 오후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제 부족함으로 생긴 일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직자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하고 공사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제가 많이 부족했다.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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