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2021년 21개 국제 행사에서 33건 수상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고 밝혔다. 주로 장애, 여성,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 주목한 콘텐츠가 인정 받았고, 적극적인 출품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상작 중에선 장애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두드러진다. 장애 여성 4명을 중심으로 난청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일상을 그린 ‘다큐인사이트-농인 셋 청인 하나: 우당탕탕 좌충우돌 10년 분투기’로, 제58회 온다스상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애 여부와 상관 없이 누구나 즐기는 댄스 문화를 조명한 ‘즐거운 챔피언 시즌2’는 제39회 FICTS 페스티벌 스포츠영화TV 2021에서 패럴림픽 부문 장려상, 제18회 심페스트 국제TV 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뚜렛 증후군 청년들의 삶을 담은 ‘다큐인사이트-아임 뚜렛’은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이 주관하는 ABU상 올해의 시선 TV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ABU상에선 뉴미디어(한·아세안뮤직페스티벌 라운드 2020), 보도(코로나19 요양병원, 감시받지 못한 약물) 대상, 다큐드라마(KBS 청주 라디오 다큐멘터리 ‘홍벽초와 임꺽정’) 등의 성과를 냈다.

▲2021년 KBS 국제 수상 실적. 자료=KBS
▲2021년 KBS 국제 수상 실적. 자료=KBS

젠더 이슈를 다각도로 다룬 ‘다큐멘터리 개그우먼’은 WRPN 국제여성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최우수특별상을 수상하고, 베를린 국제여성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현지에서 상영된 바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주목한 ‘23.5°’ 1°2부는 그린 몬테네그로 국제영화제 자연상태 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 KBS 아카이브를 활용해 국내외에서 주목 받은 시즌제 다큐멘터리 ‘모던코리아’는 국내 TV다큐멘터리로서 처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2년 연속 공식 초청을 받았고, 다큐멘터리 전문 OTT 플랫폼 다필름스(Dafilms)로 제공됐다.

‘모던코리아’의 다필름스 진출과 관련해 이를 처음 기획한 이태웅 PD(KBS 스포츠사업제작부)는 사보를 통해 “자신이 잘 모르는 나라의 아카이브 영상으로 이뤄진 다큐를 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로울 거 같다. 비슷한 흥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 아닐까”라고 해석했다. 이 PD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아진 것 같다. ‘모던코리아-짐승’ 편과 그 다큐에 사용된 ‘전설의 고향-이어도’가 같이 초청된 것만 해도 그렇다”며 “로테르담 측 프로그래머가 김기영 감독의 영화 ‘이어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매우 흥미로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제68회 온다스상 시상식에 참석한 연출자 김형석 피디와 출연자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한국어와 한국수어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BS
▲스페인 바르셀로나 제68회 온다스상 시상식에 참석한 연출자 김형석 피디와 출연자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한국어와 한국수어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KBS

‘모던코리아-짐승’(더 에이지 오브 비스트) 편의 경우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한 정재은 감독이 연출하고, 이 PD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이 PD는 “당시 ‘모던코리아’ 제작에 합류할 인하우스 PD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 아카이브 다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정재은 감독을 떠올리게 됐다”며 “영화감독의 다큐는 방송 다큐와의 문법 차이가 커서 조율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를 두고 KBS 내부에서는 ‘양적, 질적 성과를 모두 이뤘다’는 반응이 나온다. KBS 대외협력국에서 국제협력을 담당하는 강민하씨는 “가장 큰 차이는 출품처 확대다. 예년에는 20~25개 국제행사에 출품해왔는데, 2021년에는 130개가 넘는 국제페스티벌에 출품했는데 신규 출품한 국제 페스티벌에서도 좋은 성과를 많이 올렸다”며 “본선 진출이나 공식 초청작 선정 등 일차 성과가 나면, 사무국과 제작진 간 중개자 역할을 전문적으로 수행한 것도 최종 결과나 차기년도 도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강씨는 “우리(KBS)는 공공미디어니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양한 토픽들이 동시대 지구촌 사람들, 미디어 업계 모두가 관심 가지고 있는 이슈들이다. 사회의 다양성, 평등, 포용, 환경 생태 보전 등 KBS 직원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고민의 힘이 가장 큰 경쟁력이지 않나 싶다”며 “국제다큐멘터리협회상(IDA) 본선 진출에 올라 3월 중순 최종 결과를 기대하는 라디오 다큐 후보작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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