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극중 이성계가 낙마하는 장면을 촬영하다 말이 사망한 것에 대해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위원장 조햇님)는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비판했다. 사회적으로 동물학대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장이 나온 것이다. 정의당은 KBS 측에 “동물 방송 촬영 관련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일 방영한 ‘태종 이방원’의 낙마 사고 장면에서 동물학대가 있었다는는 지적이 나왔다. 동물자유연대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달리던 말이 고꾸라지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말 발목에 줄을 걸어 인위적으로 넘어뜨렸다. 지난해 11월2일 촬영했는데 부상 1주일 뒤 말이 사망했다. 

▲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말 다리에 줄을 묶은 뒤 달리게 하다 넘어뜨렸다. 사진=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 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에서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말 다리에 줄을 묶은 뒤 달리게 하다 넘어뜨렸다. 사진=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정의당 동물복지위는 지난 21일 논평에서 “KBS ‘태종 이방원’ 낙마 장면 촬영은 명백한 동물학대(동물보호법 위반)이며 정의당 동물복지위는 이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말이 넘어진 뒤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에 부상이 없어 말을 돌려보냈으며 일주일 뒤에 사망했다’는 KBS 측 해명에 대해 비판했다. 정의당은 “당시 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며 “(말이 넘어졌을 때) 말은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을 받은 듯 괴로워하며 발을 구르지만 일어서지 못한다”며 “하지만 말의 상태를 살피는 스탭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논평에서 해외의 동물보호 사례도 언급했다. 정의당은 “2010년 7월,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의회는 투우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는 매우 상징적인 일이다. ‘죽음을 무릅쓰는 유일한 예술’이라며 투우사의 용기에 주목하던 시대에서 동물의 고통과 생명의 희생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했다. 

정의당은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해당 사건과 관련해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국민 청원이 등록 이틀 만에 6만명(21일 당시)이 넘는 시민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전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글 갈무리
▲ 청와대 국민청원글 갈무리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물자유연대가 작성한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글에선 촬영시 동물에 대한 안전조치와 가이드라인 제정과 준수, 영상제작 동물복지기준 법제화, 촬영현장에 동물복지 전문가 입회 제도 마련, 위험도 높은 촬영은 컴퓨터 그래픽 등 의무화, 동물 출연 방영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는 문구 삽입 등을 정부와 KBS 측에 요구했다. 해당 청원글은 22일 오전 11만명 넘게 서명했다. 

정의당은 “공영방송인 KBS는 변명보단 법적 책임을 다 하길 바란다”며 “이후 동물 방송 촬영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등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하고 동물복지 종합시스템 구축과 동물학대 처벌 강화를 공약한 사실을 함께 거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입장을 남겼다. 윤 후보는 “동물에게 위험한 장면은 사람에게도 안전하지 않다”며 “말 다리에 줄을 묶어 강제로 넘어뜨리는 등의 과도한 관행이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개선하고 선진화된 촬영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제작환경을 만드는 것에 공영방송이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동물권 보호단체인 ‘카라’는 지난 2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카라는 “KBS는 이번 일을 ‘안타까운 일’ 혹은 ‘불행한 일’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 참혹한 상황은 단순 사고나 실수가 아닌, 매우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로 이는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면서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는 이번 상황을 단순히 ‘안타까운 일’ 수준에서의 사과로 매듭지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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