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탈모 건강보험 적용 문제를 공약으로 확정 발표했다. 무조건 반대는 정치적 내로남불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희귀 난치성 질환 단체에서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한 중증 희귀 질환자들이 많은데 우선순위 고려도 없이 탈모치료에 적용한다는 것은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재명 후보는 14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의 합니다_소확행 공약 46 탈모치료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습니다’에서 “‘탈모 치료가 곧 연애고 취업이고 결혼이다’, 단 한 문장이지만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절박함이 담겨 있다”며 탈모 건보 적용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탈모인이 겪는 불안, 대인기피, 관계 단절 등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또한 일상에서 차별적 시선과도 마주해야 하기에 결코 개인적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며 “치료를 받는 환자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의 청년층이고, 남녀 비율도 거의 비슷할 만큼 특정 연령, 성별의 문제도 아니다”라고 썼다.

이 후보는 현재 전체 탈모 치료 환자의 2%를 제외한 나머지 치료는 노화, 유전으로 인한 ‘미용’ 목적으로 간주 돼 건강보험 적용이 제외되고 있다며 “비싼 약값으로 인해 동일 성분의 전립선 치료제를 처방받는 서글픈 편법,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은화 아나운서가 14일 유튜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소확행 공약에 탈모 건강보험 적용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전은화 아나운서가 14일 유튜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소확행 공약에 탈모 건강보험 적용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 후보는 △탈모치료약 건강보험 적용 확대 △중증 탈모 치료를 위한 모발이식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도 적극 검토를 제시했다.

비판 목소리를 두고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미용으로 취급되던 치아 스케일링, 고가의 임플란트에 건강보험을 적용한 사례도 있다”며 “이때와 달리 탈모인들의 고통과 불편을 외면한 채 포퓰리즘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내로남불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치료 받는 국민에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탈모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선대위 정책본부는 탈모 건보 적용 문제를 검토했다가 공약으로 확정한 경위를 두고 “다이너마이트 청년선대위가 진행한 ‘리스너 프로젝트’ 관련 자리에서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건의가 있자 이 후보가 화답을 하면서 해당 제안의 공약화가 급물살을 탔다”며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커뮤니티 등에서 공감과 지지가 이어지는 등 반응이 뜨거웠고, 이에 이 후보 또한 ‘이재명은 심는 것’이라는 동영상까지 촬영, 게시하며 호응했다”고 표현했다.

이에 실제 희귀병 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한국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보도자료에서 “초저출산 시대에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 중 희귀·난치성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영유아를 비롯해 생명을 위협받는 국민인 희귀질환자들의 치료접근권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탈모치료제 급여화가 논의되는 것만으로도 환자와 가족들은 통탄을 금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이미 병적인 탈모 치료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건강보험 적용이 절실한 다른 중증질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탈모치료제 급여화는 건강보험 급여 우선순위 측면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며 “희귀질환자보다 탈모 인구가 더 많은 것만 고려한 포퓰리즘은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희귀질환관리법상 희귀질환을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말 그대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치료도 어렵다”며 “그나마 개발되는 치료제마저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차승훈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어 “80만명의 희귀질환자보다 1000만명으로 추정되는 탈모 인구가 더 많은 것만 고려한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의 운영을 맡아야 할 대선후보라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표에 눈이 멀어 국가의 의무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이재명은 뽑는게 아니라 심는 거라는 내용의 탈모 건강보험 적용 검토 내용을 59초짜리 쇼츠 영상에서 언급하고 있다. 사진=이재명TV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이재명은 뽑는게 아니라 심는 거라는 내용의 탈모 건강보험 적용 검토 내용을 59초짜리 쇼츠 영상에서 언급하고 있다. 사진=이재명TV 갈무리

이에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정책본부 담당 팀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중증질환에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주요 원칙이라는 것은 당연한 말씀”이라면서도 “탈모 건보적용 확대의 경우 우선순위도 있지만, 고통을 겪거나 부담을 느끼는 (탈모인들의) 요구가 있다면 그런 부분도 경청하고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보편적 보장성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순수 미용측면까지 보장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통탄스럽다’는 환자단체의 성토에 “희귀질환 부담부터 줄여야 한다는 건 당연한 지적이고 옳은 말씀으로 그 취지를 부인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으며 “중증질환이 아닌 경우도 고통이 있다면 경청하고 함께 하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모퓰리즘’ 등의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