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모교 동문회가 49재를 맞아 ‘전두환 찬양 광고’를 지역 일간지에 실어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공고 총동문회·동문장학회·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이름으로 실린 광고는 “각하의 극락왕생을 빌어 온 날 49일”, “추앙하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국가영도자로서 탁월한 애국자”, “민주주의의 실질적 초석을 세우셨다” 등 찬양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광고는 매일신문 10일자 1면 하단과 같은 날 영남일보 28면에 실렸다. 대구공고 총동문회와 동문장학회,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는 “전직 대통령의 국가장마저 거부하는 기막힌 이 세상에서 49재로서 각하를 추모하는 저희들은 죄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했다. 

▲ 매일신문 10일자 1면 하단에 실린 전두환 찬양 광고.
▲ 매일신문 10일자 1면 하단에 실린 전두환 찬양 광고.

이들은 신군부가 1980년 5월 광주시민을 학살한 사실은 외면한 채 “대통령 단임의 약속을 지켜 평화적 정권 이양과 대통령 단임 직선제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실질적 초석을 세우셨다”고 찬양했다. 시민들이 1987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직선제를 전씨 공으로 돌리며 사실을 왜곡했다.  

이들은 “매년 동문체육대회와 졸업 30주년 기념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해 동문들의 자긍심을 드높이신 우리 동문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운 뒤 “큰 별을 잃은 후예들은 비통함을 넘어 시류에 편승하는 부박한 세태에 비분강개 심정을 감당키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각하의 담대한 치적은 그리 멀지 않은 날 세상에 그 모습 그대로 드러나 정당하게 평가될 것”이라며 “존경하고 추앙하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 이제 부디 영욕의 세월 다 잊으시고 모든 시름 다 잊으시고 편안히 영면하십시오”라고 덧붙였다. 

▲ 영남일보 10일자 28면 전면에 실린 전두환 찬양 광고.
▲ 영남일보 10일자 28면 전면에 실린 전두환 찬양 광고.

낯 뜨거운 전두환 찬양에 광주지역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세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10일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의 역사적 평가와 함께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법적 판단까지 끝난 전두환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은 그 자체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특정 인물에 대해 종교에 가까운 맹목적인 찬양 내용의 광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게재하는 것 또한 언론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광주전남민언련은 “10일은 평생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별세한 다음날”이라고 강조한 뒤 “배은심 여사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발생한 언론참사에 분노한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편집국은 국민에게 사죄한 뒤 해당 광고 게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이번 전두환 찬양 광고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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