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수식어는 5·18 민주화운동이다. 오랜 기간 이어진 호남차별과 부당한 군부독재에 맞선 저항정신이 섞여 있다. 그러나 전두환씨를 비롯해 신군부는 시민학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진상규명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라는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대목처럼 아직 광주시민들 삶은 억울하게 떠난 학살피해자의 장례식이 됐다. 이러한 이유로 5·18에 대한 망언이 나올 때마다 광주지방 신문들은 강하게 비판해왔다. 

윤석열 ‘전두환 옹호’에 ‘망언’ ‘천박한 인식’ 강하게 비판

지난 10월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두환씨에 대해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전씨 옹호 발언이라는 비판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윤 후보는 “정치를 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권한의 위임 측면에서 그 후의 대통령도 배울점이 있다는 뜻”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광주전남 지방신문들은 윤 후보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광남일보는 10월21일 사설 “전두환이 잘했다는 윤석열의 천박한 인식”에서 “다른 사람의 말인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슬그머니 비껴가려 하고 있으나 다분히 살인마 전씨를 띄우려는 의도성 발언”이라며 “표심을 얻겠다고 시민의 생명과 존엄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라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10월21일자 광주일보 사설
▲ 10월21일자 광주일보 사설

다른 지방신문들도 강한 논조로 비판했다. 같은날 남도일보는 사설 “‘전두환 찬양 망언’ 윤석열 국민 앞에 사과해야”에서 “명색에 대선 주자라는 사람이 무자비한 폭압정치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짓밟은 전두환을 찬양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고, 같은날 광주일보도 사설 “윤석열의 ‘전두환 찬양’ 망언을 규탄한다”에서 “전두환 군부독재 기간에 호남은 정치적 탄압에 더해 경제적 차별까지 받으며 낙후에 허덕여야 했다”며 “전씨는 대통령 재임 시절 기업들로부터 수천억 원의 뇌물을 받고도 여태껏 추징금조차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 윤석열 사죄하라”(전남일보 사설 10월21일), “전두환 비호 윤석열의 위험한 역사인식 규탄한다”(무등일보 사설 10월21일), “‘전두환 옹호 망언’ 윤석열 사퇴하라”(전남매일 사설 10월22일) 등 다른 지방신문 역시 비슷한 논조의 사설을 냈다. 정치면 기사에서도 광주지역 시민단체나 지역구 의원의 윤 후보 비판 목소리를 전하며 비판논조를 보였다. 

▲ 지난 10일 경주 표암재를 방문한 이재명 후보와 배우자. 사진=민주당 선대위
▲ 지난 10일 경주 표암재를 방문한 이재명 후보와 배우자. 사진=민주당 선대위

이재명 전두환 옹호 발언에는 사실상 침묵

그러나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해서는 논조과 확연히 다르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을 방문해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 3저 호황을 잘 활용해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한 것은 성과”라고 했다. 물론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의 생명을 해친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는, 결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중대 범죄”라고 했지만 이 후보가 과거 윤 후보에게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만 빼면 좋은 사람이 되나”라고 비판했기에 ‘내로남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13일자 광남일보 정치면 기사. 이재명 후보의 전두환 관련 발언을 부각하지 않았다
▲ 13일자 광남일보 정치면 기사. 이재명 후보의 전두환 관련 발언을 부각하지 않았다

광주지방신문들은 이 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광남일보는 13일 “李 유능한 경제대통령 vs 尹 실용주의 정당”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전하며 “공과를 평가하기도 했다”고만 전했다. 관련 사설도 없었다. ‘망언’, ‘천박한 인식’ 등의 표현을 썼던 윤 후보 발언 때와 큰 차이를 보였다. 

같은날 광주매일신문은 “李·尹, 탈진영 행보 가속…중도층 공략”이란 기사에서 이 후보의 발언을 전하며 “‘전두환은 결코 존경받을 수 없다’는 결론을 유지하기는 했으나 ‘경제는 잘했다’고 재평가한 것이다”라고 했다. 이 신문 역시 관련 사설을 싣지 않았다. 

같은날 광주일보 역시 “이재명 3박 4일 TK 행보…‘저는 문재인도 윤석열도 아닌 이재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후보 발언을 전하며 “대장동 의혹의 잡음을 걷어내고 이 후보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 정책·인물 대결 구도로 선거판을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라는 기자의 분석을 더했다. 광주일보도 사설에서 이 발언을 다루지 않았다. 다른 광주지방신문도 비슷했다. 

한겨레가 이날 이재명 후보 발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과 대비된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학살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을 거론하며 “전두환을 놓고 공과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어떤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이 되려는지 잊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후보 발언을 사설로 다룬 곳은 영남권 지방신문이었다. 

▲ 13일자 경북도민일보 이재명 후보 관련 사설
▲ 13일자 경북도민일보 이재명 후보 관련 사설

경북도민일보는 13일자 사설 “이재명 후보 TK 실용행보 환영한다”에서 “최근 별세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일부 공이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며 “이 후보의 TK지역 실용주의 행보를 높이 평가하며, 오늘(13일) 3박4일간 매타버스 마지막 일정인 포항방문에서는 지역 현안사업에 대한 확실한 지원 약속을 통해 ‘TK패싱’ 우려도 날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TK지역 신문인 대경일보는 이날 사설 “이재명의 TK공략…표심 변화 나타날까”에서 “지난달 23일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당시 ‘군사 반란을 일으켜 무고한 광주시민을 살상하며 권력을 찬탈한 내란학살주범’이라고 한 발언과 달리 그의 경제적 성과를 거론한 것은 뜻밖”이라고 평가했다. 전씨에 대한 평가를 TK 표심잡기 차원으로만 본 것이다. 

김옥렬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중앙지들이 이념적인 것처럼 지역지들은 지역의 정치적 정서를 고려하는 차원일 것”이라며 “각 지역신문의 입장, 지역이기주의적인 태도가 있는데 이번 사안도 그렇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동일한 사안으로 따져보면 언론으로서 적절치 않은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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