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사안따라 보도”

지난 3일 자이툰부대를 이라크 현지로 파병하면서 국방부가 관련 내용 일체에 대해 보도자제를 요청한 데 대해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과연 비보도를 지킨다고 해서 안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등 파병관련 보도 원칙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미 PD 이라크 현지서 ‘서약서’= 국내 언론인으로 유일하게 자이툰 부대에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프리랜서 김영미 PD는 이달 초 자이툰 부대 공보장교로부터 부대 안전과 관계된 보도는 사전에 협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서약서에 서명했다.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은 “다른 부분은 어쩔 수 없지만 부대 안전에 준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보도시점을 협의해달라는 뜻이었지 통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원칙은 다른 국내 언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보도통제의 우려 때문에 기자들은 서약서 내용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국방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남 대변인은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 (서약서를) 공개할 수 없다”며 “부대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방부 장관이 파병 전날 환송식 등을 보도한 매체에 대해 “조치를 취해보겠다”고 밝혀 기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남 대변인은 “법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다”며 “도덕적 윤리적으로 호소하는 수준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이툰부대 관련 ‘보도금지’ 논란〓 앞서 국방부는 지난달 초와 지난 2일 각각 장관과 대변인 명의의 협조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내 자이툰 부대가 파병지에 안착될 때까지 부대의 제반사항에 대한 일체의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부분 언론사들은 장병들의 안전을 고려해 이를 수용한다는 요지의 사고를 냈지만 일부 기자들은 무작정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언제까지 이렇게 보도하지 않을 것이냐는 것”이라며 “부대가 정착할 때까지 한달, 두달이 걸릴 수도 있고,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기준이 없다. 이에 대한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또한 비보도가 실제로 안전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이었다. 기자들이 국방부 논리에 말렸다고 지적하는데 대해서도 일부 공감한다”며 “부대가 현지에서 정리가 되면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BS 국방부 출입인 홍제표 기자는 “(국방부의 요청은) 현실적으로 지켜질 수 없는 보도제한 조치”라며 “김영미 PD의 경우 자이툰 부대 영내에서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국방부 출입기자는 “현재 이라크 현지 상황이 전시냐 아니냐 하는 논란에서부터, 전시가 아닌데도 전시 상황을 적용한다면 어떤 근거에 따라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안에 따라 보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동행 취재 계획〓 한편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가 현지에 안착하고 민사 재건 등 본격활동에 들어가는 오는 9월 중순∼10월 초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열흘간의 동행취재를 계획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달 말 희망하는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기자 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비용은 언론사 부담이다.

상당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참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일부 언론사는 보험료 등을 포함한 파견 비용이 1인당 수천만원을 상회한다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조현호·정은경·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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