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윤석열 후보가 선출된지 한달 만인 지난 6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이날 선대위 조직도와 명단도 함께 공개했다. 선대위 공보라인, 언론인 출신 인사를 통해 윤 후보의 ‘언론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상 윤석열 후보의 언행은 점차 정치인 윤석열 개인의 의견으로만 해석되기 어렵다. 반면 상대적으로 정치입문 초기 언행은 윤 후보 개인의 생각일 가능성이 크다. 언론관 역시 마찬가지다. 

▲ 6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 6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메이저언론·보수매체 중심

윤석열 후보가 아직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전인 지난 6월, 정치부 기자 출신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이동훈 대변인은 기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단체대화방을 만들고 중앙일보 기자를 ‘기자단 간사’로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등 자의적인 운영을 하거나, 기자들을 향해 ‘후배’라고 칭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제3지대에 머무르던 정치인 윤석열이 개혁적인 행보를 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우클릭’과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인 꼴이다. 

이후 윤석열 캠프에선 동아일보 법조팀장 출신의 이상록 대변인, KBS 기자 출신인 김기흥 부대변인(현 선대위 수석부대변인), 조선일보 출신의 우승봉 공보팀장 등을 영입했다. 소위 ‘메이저언론’과 ‘보수매체’ 출신을 적극 기용하는 모습이다. 

▲ 국민의힘 선대위 명칭
▲ 국민의힘 선대위 명칭

윤 후보는 지난 9월초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한 뉴스버스를 비난하면서 “인터넷 매체·재소자·국회의원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언론을 통해,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이저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구별하던 그의 생각이 날 것 그대로 전달됐다. ‘메이저언론’과 ‘보수매체’ 중심의 인선은 이번 선대위 구성을 봐도 이어지고 있다. 

선대위 대변인 중에는 김은혜·원일희 대변인은 언론인 출신이다. 김은혜 대변인은 MBC 기자 출신으로 뉴스데스크 앵커로 활동하다 이명박 정부 초대 부대변인, KT 커뮤니케이션실 전무, MBN 앵커(특임이사) 등을 지냈다. 메이저언론과 보수정치권을 오간 인사다. 원일희 대변인은 SBS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지난달 30일자로 SBS를 나오자마자 정치권으로 향했다. 

핵심 자리인 공보단장은 동아일보 출신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맡았다. 조 의원은 채널A에서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대깨조(대가리가 깨져도 조국)’ 등의 부적절한 발언이나 이완구·성완종 두 인물의 이름궁합에 대해 언급해 언론인 시절에도 비판을 받았고, 정치권에 와서는 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향해 ‘후궁’이라고 말해 여성혐오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일방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인사를 공보단 책임자로 임명한 것이다. 공보특보로는 최근 서울신문 출신의 이목희 특보, MBC 출신의 정흥보 특보를 영입했다. 

▲ 동아일보 기자 시절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채널A 갈무리
▲ 동아일보 기자 시절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채널A 갈무리

그 외에 MBC 출신인 배현진 의원은 중앙선대위 부위원장과 후보전략자문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부산일보 사장 출신의 안병길 의원은 해양항만정책추진본부장을 맡았다.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 출신인 박대출 의원은 환경노동특보단장을 맡았다. 후보특별고문에는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을 세웠다. 

이준석 견제 성격

선대위 출범을 앞두고 윤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 봉합된 모양새이지만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니기에 둘의 갈등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윤 후보의 첫 인선인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조선일보 유튜브에서 ‘이준석 현상’에 대해 “이준석이 혁신과 개혁의 아이콘이지만 낮고 겸손하게 대선주자를 모실 수 있을지 회의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훈 대변인 선임을 볼 때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은 예견됐다고 볼 만하다.

지난달 국민의힘 선대위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자리로 이준석 대표를 내정했다.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의 연일 이 대표에 대한 비난과 윤 후보의 이 대표 패싱 논란으로 이 대표가 잠행했다. 그럼에도 윤 후보는 “이 대표가 리프레시하러 부산간 것 같다”는 등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이 소통에 있어 중요한 자리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지점이다. 

또한 이 대표와 갈등이 극심하던 지난달 말 윤 후보는 공보단장을 조수진 의원에게 맡겼다. 조 의원은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인사다. 

조 의원은 지난달 30일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 당일까지는 수석최고위원이란 당직은 잊고 공보단장이라는 선대위 책무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그 전날에도 “선대위 활동은 선대위의 직함을 가지고 한다”며 “나뿐만 아니라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를 당대표라기보단 선대위 본부장의 한명으로 대하겠다는 뜻으로 이 대표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의 메시지다. 

언론계 인사는 아니지만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까지 더하면, 윤 후보가 이 대표와 갈등 국면에서 ‘반이준석’ 성향의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보여준 셈이다. 

▲ 지난 6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 지난 6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말과 인선이 따로 노는 경우도

한편 후보의 메시지와 인선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윤 후보는 6일 선대위 출범 연설에서 “공정이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윤석열표 공정으로 나라의 기본을 탄탄하게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윤 후보는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지지 기반을 확장해 청년과 여성을 대선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근로자 세 명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이고 여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빈곤층인데 이분들이 더욱 든든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두툼하고 촘촘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와 반대되는 성향의 인물을 영입하려 했다. 지난 5일 피부과 의사 함익병씨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과거 인터뷰에서 “독재가 왜 잘못됐나”,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4분의3 권리만 행사해야”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7시간 만에 철회됐다. 지난달 27일 김성태 전 의원을 직능총괄본부장에 내정했다가 김 전 의원의 딸 KT 특혜 채용 관련 재판 중인 사실이 비판을 받자 김 전 의원이 사퇴했다. 영입인사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논란이다. 노 위원장은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이라며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토론조차 막아버리는 그 운동”이라고 폄하했고, “정규직 폐지론자”라며 “대통령이 ‘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면 어떨까”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김우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노씨의 망언에도 영입을 강행한 점은 미필적 고의가 아니라 의도적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노 위원장은 “고용유연성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위트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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