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군사독재정권의 수장인 전두환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국가폭력 피해자인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가 “최소한의 사과와 반성없이 가버렸다”며 “큰 잘못을 저질러도 당당할 수 있다면 다른 정치인들도 모방하고 답습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88올림픽을 성공시키려 했고 사회정화사업을 명목으로 자국민을 감금·학살했다”며 “전두환을 지지하고 사회정화에 대해 잘했다는 사람들은 우리 피해당사자들에게 피해를 돌렸다”고 전씨와 전씨 지지자들에 대해 비판했다. 

형제복지원 피해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 제410호에 근거해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뿐 아니라 일반시민 등을 불법으로 납치·감금해 강제노역, 구타, 성폭행, 암매장한 사건이다. 확인된 사망자만 500명이 넘고 감금된 사람은 3500여명에 이른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일반시민들도 ‘부랑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공무원, 경찰 등에게 인사고과를 이유로 감금하도록 해 비판을 받고 있다. 

▲ 1984년 5월11일, 당시 대통령 전두환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 사진=형제복지원 운영 화보집
▲ 1984년 5월11일, 당시 대통령 전두환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 사진=형제복지원 운영 화보집

또한 전씨는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에게 훈장을 주며 거리의 부랑인을 잡아 가두는 이른바 ‘사회사업’을 적극 독려했다. 

한씨는 “시민들이 전두환 하면 5·18만 생각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건들이 묻어 있다”며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기고 전두환의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도 역사에 올려 그 무게를 가중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현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3월 대법원은 과거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에 대한 무죄판단이 잘못됐다며 제기한 비상상고를 기각하면서도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다고 해석했다. 전두환 등 책임자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은폐하려 하면서 피해자들의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게 한씨의 시각이다. 한씨는 “전두환은 당시 총리에게 직접 하달해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꼼꼼히 챙기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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