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기자들이 직속 상사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사내에 알리자 부당전보된 A기자를 위한 성명서 작성 여부를 투표에 부친 결과 성명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2018년 5월 A기자가 사내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린지 만 3년이 훌쩍 지나 내린 결정이다.

한국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회장 김유경 기자)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내 성추행 피해자 사건 성명서 작성’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 소속 회원 28명이 참석했다.

▲머니투데이 CI.
▲머니투데이 CI.

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는 먼저 ①성명을 낸다 ②성명을 내지 않는다 등 두 가지 보기를 두고 투표했다. 투표 결과 ‘성명을 낸다’에 21명이 표를 던졌다.

이어 성명서를 쓴다는 전제하에 추가 투표를 진행했다. ①머니투데이지회 자체 성명을 내고 한국여성기자협회에도 성명서를 요청할 것 ②머니투데이지회 자체 성명을 내되 한국여성기자협회에는 성명서를 요청하지 않을 것 등 두 개 보기를 두고 투표를 진행한 결과 ‘머니투데이지회 자체 성명을 내되 한국여성기자협회에는 성명서를 요청하지 않을 것’ 보기에 21명이 투표했다.

마지막으로 성명서 내용 구성 방식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①피해자가 요청한 내용을 중심으로 성명서를 구성할 것 ②피해자가 요청한 내용을 고려하되 독자적으로 회사 측에 요구할 내용 중심으로 성명서를 구성할 것 등 두 보기를 올려 추가 투표한 결과, 후자 안건에 28명이 투표했다.

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는 9일 소속 회원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는 회원들에게 “(총회) 현장에 계셨던 회원분들이 주셨던 의견과 그간 회원분들이 집행부에 전달해 주신 의견들을 두루 고려해 성명서를 조만간 작성해 늦어도 주중에는 사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 민사 33단독(부장판사 정도영)은 A기자가 자신의 직속 상사인 가해자 강 소장을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성추행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뒤,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를 5000만원으로 정한다”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강 소장은 민사 판결 후 사표를 내고 곧바로 퇴사했다. 그는 며칠 뒤 항소했다. 머니투데이 측은 A기자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복귀를 제안했다.

가해자인 강 소장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오자, 지난 6월 피해자인 A기자는 한국여성기자협회(회장 김수정 중앙일보 논설위원)에 공익을 위해 사측을 비판하는 취지의 성명서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여성기자협회는 특정 언론사에서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언론사 지회장으로부터 요청을 받아 성명서를 작성한다. 때문에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지난 7월1일 피해자에게 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를 통해 성명서를 써 줄 것을 요청하라고 답했다.

하지만 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는 지난 7월6일 A기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일부 회원들이 부적절하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한국여성기자협회에 성명을 내달라고 요구하기에 무리라는 결론”이라며 회사와 잘 협의할 것을 조언했다.

지난 9월1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0부(부장검사 진현일)가 박종면 머니투데이 대표와 머니투데이 법인을 남녀고용법·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 약식기소하자, 여성기자협회 머니투데이지회는 성명서 작성을 두고 총회를 열기로 한 것. 현재 이 사건은 법원의 판단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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