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쓸 때,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용어설명을 어디까지 해야 하냐는 것이다. 용어란 매우 효율적인 도구다. 한 문장 또는 한 문단으로 설명해야 할 내용을 단 한 단어로 표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를 쓰면 짧은 기사에도 명료하고 정확한 설명을 담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 용어를 과연 독자들이 알고 있을까?” 이다. 해당 용어를 아는 독자라면 참 효율적인 수단이지만, 그 용어를 모르는 독자에겐 기사 읽기의 문턱이 된다. 그렇다고 그 용어를 설명해주자니 문장이 길어진다. 무엇보다 기사의 텐션이 떨어져서 재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모든 용어와 개념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개념도 있지만,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독자라도 기사를 읽다 보면 저절로 해당 개념을 짐작할 수 있게끔 기사를 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꼭 설명해야 할 개념과 그렇지 않은 개념을 종종 혼동하기 마련이다. 일상용어와 형태가 비슷한 전문용어가 등장할 때 특히 그렇다. 전문용어의 언어적 형태만 보고 내가 잘 알고 있는 일상용어처럼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때가 많다.

▲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피켓을 설치한 모습. 사진=노컷뉴스
▲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종합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피켓을 설치한 모습. 사진=노컷뉴스

 

예를 들어보자. 최근 거의 모든 언론이 자주 쓰는 ‘개발이익’이라는 말이 있다. 대장동 사건 이후 개발이익을 어디까지 환수해야 하는지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개발이익을 50% 환수해야 할까? 100% 환수해야 할지 논쟁이 되고 있다. 개발이익을 특정 민간인이 독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그렇다고 100% 환수하면 누가 사업을 할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개발이익을 60%만 환수하자고 주장하는 정치인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도대체 ‘개발이익’이란 무엇일까? 토지 등을 개발해서 생기는 이득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개발이익에 대한 법적 정의는 ‘개발이익환수법’에 잘 나와 있다. 개발이익이란 개발사업을 통해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한 이득을 말한다. 즉, 내가 토지를 개발해서 5억원짜리 토지가 10억원이 됐다. 그렇다고 5억원이 개발이익이 아니다. 정상지가 상승분이 만약 1억원이라면, 정상지가 상승분 1억원을 제외한 4억원이 개발이익이 된다. 일단, 개발이익의 법적 개념으로는 자동적으로 정상지가 상승분을 제외하게 된다는 사실은 좀 새롭게 느껴진다. 

▲ 개발이익환수법에서 정의한 개발이익
▲ 개발이익환수법에서 정의한 개발이익

 

그러나 정상지가 상승분을 제외한 4억원도 개발이익이 아니다. 내가 토지를 개발한 것은 ‘개발사업’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의 정의는 무엇일까? 개발이익환수법에 따르면 국가나 지자체의 인가, 허가, 면허 등을 통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토지소유자의 투자에 의한 지가 증가는 ‘개발이익’이 아니다. 

개발이익이란 
① 토지소유자 자신의 노력 없이, 
② 국가나 지자체의 지목 변경 등 개발사업으로 상승한 이익 중,
③ 정상적인 지가상승을 초과한 상승분으로 정의된다. (국토연구원, 토지에 대한 개발이익환수제도의 개편방안)

결국, 토지소유자의 사적투자에 따른 개발은 개발행위자체가 아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지목을 변경하는 등의 공공투자를 통한 이익 중, 정상지가 상승을 제외한 이익이 개발이익이다. 개발이익의 정의를 지자체의 지목변경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광의로 해석해도 토지소유자의 투자에 의한 토지가치의 증가는 개발이익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토지를 개발해서 5억원 토지가 10억원이 됐다면 개발이익은 5억원도, 4억원도 아닌 0원이다. 토지소유자의 투자 등을 통한 지가 상승분은 개발이익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이익을 50% 환수할지 100% 환수할지에 대한 논쟁은 개발이익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정의한 이후다. 

▲ 지가 변동요인과 개발이익 개념의 확대추이. 자료=국토연구원, 이상민 제공
▲ 지가 변동요인과 개발이익 개념의 확대추이. 자료=국토연구원, 이상민 제공

 

대장동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관련 기사가 넘쳐난다. 대장동 관련 특종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큰 거 한 방’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특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기사의 기본은 기사에 나오는 표현 하나하나도 정확한 개념을 통해서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아닐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