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언론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최소한 (1면에) 1단 기사라도 보도는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어제 지면에 ‘적법한 징계’에 관련한 기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과오를 뼈저리게 느껴서 그랬을까요?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송 대표는 “어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은 적법한 징계’라는 법원의 판결이 일제히 보도됐다. (과거)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자 마치 무죄를 받은 것처럼 자신이 권력에 탄압받는 희생양으로 코스프레를 했는데 사실은 윤 전 총장이 불법행위를 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지난 14일 윤석열 전 총장이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감찰과 수사를 방해했으며, 윤 전 총장 지시로 검찰이 위법하게 정보를 수집해 판사사찰문건을 작성했다고 봤다. 법원은 윤 전 총장 행동이 검찰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 비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오히려 정직 2개월이란 징계 수위가 가볍다고 판결했다. 윤 전 총장은 사상 최초의 징계받은 검찰총장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송 대표는 “그러나 한겨레를 제외하고 이 사실을 톱 기사로 보도한 언론은 없었다. 물론 편집권은 언론사 고유의 권한이지만 지난해 12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 전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린 시점에는 전혀 사정이 달랐다. 조선과 중앙은 ‘칼보다 강한’ 펜을 휘둘렀다”며 조선‧중앙일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비판했다. 이 같은 송 대표의 비판은 타당할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지난해 12월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2개월 의결 다음 날인 12월17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정직 2개월은 정권의 궁여지책이다. 추미애 장관은 징계를 청구하며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고 했다. 그 중대한 비위를 저지른 검찰총장이 고작 정직 2개월”이라면서 “말도 안 되는 사유로 억지 징계를 했음을 징계위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 징계 사유는 엉터리였고 절차는 불법을 넘어 공작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징계위원들은 법‧규범‧상식을 모조리 무시했다. 윤석열 찍어내기에 매진한 법무부 장관, 그를 호위하며 허위 징계 사유들을 창조해 낸 정치검사들, 폭거에 가세한 법조인과 학자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파괴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총장 징계의 근거로 삼은 사유들은 하나같이 괴이하다”고 했으며 “문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 주문은 ‘립서비스’에 불과했다. 공산국가의 인민재판과 다를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법원이 적법한 징계라고 판단했으니 그동안 조선과 중앙은 명백한 가짜뉴스를 주장한 셈”이라면서 “정직 2개월 징계처분이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 탄압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언론, 항상 객관적인 심판자인 양 행세하면서 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 프레임을 씌우던 일부 언론에 되묻고 싶다. 본안판결에서 ‘적법한 징계’로 판결되었으면 한마디 해명이나 반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앞서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18일자 사설에서 “이번 사안은 현직 검찰총장의 임기 도중에 직무를 중단시킨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윤 총장 개인의 명예 회복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시스템을 권력이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1심 판결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슈였고, 판결 결과가 과거의 비판과 달랐다면, 언론으로서 이에 대한 해설이나 입장을 내보내는 것이 상식적이다. 

▲10월15일자 중앙일보 5면.
▲10월15일자 중앙일보 5면.
▲10월15일자 조선일보 10면.
▲10월15일자 조선일보 10면.

이 ‘중대 사안’에 대한 1심 판결 결과를 어떻게 보도했을까. 판결 다음 날인 15일자에서 중앙일보는 윤석열‧홍준표‧유승민 등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의 갈등을 다룬 정치면 기사 말미에서 윤석열 예비후보의 원고 패소 판결 소식을 짧게 전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는 윤 전 총장의 주장은 근거를 잃은 셈이다. 오히려 법치주의와 검찰의 공정성을 해친 총장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한 한겨레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이번 판결은 작년 말 이 사건 재판부가 본안 사건에 대해 판단하기 전 징계 효력에 대한 집행 정지를 결정했을 때와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당시 재판부는 징계 사유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재판장인 홍순욱 부장판사가 올 2월 정기인사에서 다른 법원으로 발령 나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보복인사’라는 말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1심 판결이 마치 ‘보복인사’의 두려움 속에 나온 정치적 판결이라는 식의 뉘앙스다.  

반면 한국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정치권에 진출했던 그(윤석열)의 진정성도 의심받게 됐다”며 “엄정 수사로 정의를 구현하는 검찰주의자를 자처해왔던 윤 전 총장의 정체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채널A 사건의 감찰‧수사 방해 혐의가 인정된 사실을 두고선 “전직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수사했던 검사로서 고개를 들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판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지면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16일과 18일, 19일 지면에서도 1심 판결에 대한 해설이 담긴 기사나 입장이 담긴 사설은 찾을 수 없었다. 송영길 대표가 분노하는 지점이다. 

송 대표는 “상대에게만 살과 뼈를 도려내면서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기자님들 여러분이 말하는 언론자유는 언론사주에 찍힌 정치인이나 정당은 마음대로 융단폭격해서 유린하다가 잘못된 것이 드러나면 단 한 줄의 기사도 안 쓰고 무시하고 넘어가는 자유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 관련 내용은 축소 삭제하고 민주당에 관한 것을 과장되게 편집하는 여론몰이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정론직필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의 비례,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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