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박정희 정권이 발동한 위수령을 겪었던 ‘71동지회’ 회원들이 기념문집을 출간하고 심포지엄을 열었다.

1971년 ‘10·15 위수령’으로 학사제적·강제징집 됐던 대학생 37명의 회고록을 담은 책(‘변혁의 시대 1971~2021 – 한국사회 50년과 더불어’)이다. 

▲ 50년 전 박정희 정권이 발동한 위수령을 겪었던 ‘71동지회’ 회원들이 기념문집을 출간했다. 사진=71동지회
▲ 50년 전 박정희 정권이 발동한 위수령을 겪었던 ‘71동지회’ 회원들이 기념문집을 출간했다. 사진=71동지회

71동지회 회원들은 군사독재 종식 후 우리사회 정·관·학계에서 활동한 주역이다. 정계 인사로는 김상곤 전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 원혜영·배기운·이호웅·김재홍 전 의원, 장기표씨 등이 있다.

학계에선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 이광택 국민대 명예교수, 이광호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있다. 

언론·문화계에서는 이원섭 전 한겨레 논설위원실장, 시민·사회·노동계에선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이해학 원로목사, 김국진 전 전국사무금융노련 위원장 등이 적극 활동했다. 고 김근태, 제정구 의원, 조영래 변호사, 채광석 작가, 최재현 교수 등도 71동지회 회원이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71동지회 50년 기념 심포지엄’은 한국사회 50년 변화를 정치, 경제, 한반도 평화, 사회복지 등 7개 분야로 나눠 조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을 ‘자유주의 정치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 정권 개혁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계속적인 발전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세력 몰락을 촉진했다”며 “한 쪽은 거대한 부를 축적했고, 다른 한 쪽은 더 가난해지는 등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했다. 거대한 전환과 개혁이 필요한데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자유주의 세력은 절차적 민주주의에선 성과를 냈지만 개혁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검찰개혁을 외치며 서초동 집회에 모였던 사람 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연대하는 이들은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기성 정치세력이 절박한 대중 요구를 제도에 담아내지 못하면 일반 대중 선택은 반란 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 정치가 “계급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투쟁”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 분야 주제 발표자인 김재홍 서울미디어대학원대 석좌교수는 한국 정치 리더십을 시기별로 나누어 진단했다.

김 교수는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주도했던 ‘3김 정치’ 공과를 분석했고, 이후 새롭게 등장한 노무현에 대해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확인한 성숙한 시민의식과 인터넷 문화가 결합해 대통령 당선 동력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 각 정당 후보들이 유권자 지지를 받기 위해 토론하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71동지회 50년 기념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환경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 ‘71동지회 50년 기념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섰다. 사진=환경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반도 평화·통일 분야 주제 발표를 맡은 이원섭 전 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전 한겨레 논설위원실장)는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는 세력 가운데 하나로 언론권력을 꼽았다.

이 전 교수는 △언론사주들의 이념적 편향성 △선정성과 안보상업주의에 따른 왜곡 보도 △패거리식 보도 △한반도를 다루는 기자들의 전문성 결여 등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진보개혁 언론이 있지만 여전히 보수 우위의 ‘쏠린 운동장’”이라고 말한 뒤 “보수언론 영향력은 아직도 절대적이다. 이들은 기득권을 독점해온 세력들과 한몸”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분야 주제 발표에 나선 장상환 경상대 명예교수는 국내 자본주의 발전 과정을 짚은 뒤 “우리는 고도성장을 구가한 자유주의식 박정희 개발독재를 겪은 뒤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대공황 후 케인스주의를 적극 수용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케인스의 복지국가로 나아가지 않고 신자유주의를 수용했다”고 했다.

장 교수는 “그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인데도 국민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고 진단했다.

이번 행사에 관해 71동지회 측은 “71동지 회원들은 모두 고희(70세)를 넘겼다. 순수한 열정으로 민주화 투쟁을 벌이다가 탄압 받았던 경험과 정신을 꾸준히 이어가되 과거에만 얽매이지 않고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은 여전하다”며 “이번 50주년 기념문집 출판과 기념 심포지엄 개최는 사실상 단체로서의 사회적 활동을 총 결산하는 성격을 지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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