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씨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이 통화 녹취를 보도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름을 특정한 데 대해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가 “교차 검증이 안 된 보도”라고 지적해 내부 반발이 일고 있다. 

12일 PD저널에 따르면, 지난 12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도인 야권 이사는 “지난 6일자 김 의원 녹취록 관련 MBC 단독 보도는 ‘크로스 체크(교차 검증)’가 안 된 보도”라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나오지도 않았는데 MBC만 ‘윤석열’ 이름을 쓴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MBC가 맞는지, (윤석열 이름이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한 노컷뉴스가 맞는지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경영지침 항목에 “교차 검증에 유의하여”라는 문장을 추가해야 한다고 하거나 MBC 보도본부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해 내년 대선 방송 방향성을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 뉴스데스크 6일자 보도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 6일자 보도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6일 “김웅 ‘고발장, 검찰이 억지로 받는 것처럼 해야’”라는 제하의 리포트에서 지난해 총선 직전 김 의원과 조씨 사이 통화 녹음 파일을 확인했다며 보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확보한 파일이다. 

김 의원과 조씨는 범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핵심 인사들이다. 지난해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에게, 김 의원이 조씨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건넸다는 논란이 핵심이다. 

MBC는 이날 보도에서 김 의원이 조씨에게 “내가 대검찰청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나는 쏙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이 직접 고발장을 제출하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검찰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김 의원이 직접 ‘윤석열’ 이름을 꺼냈다는 점에서 고발 사주를 지시한 주체가 윤 전 총장 아니냐는 의심을 키우게 했다. 

그러나 같은 날 SBS 8뉴스를 보면 김 의원이 조씨에게 “내가 고발하면 검찰이 시킨 걸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씨가 고발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는 등 당일 MBC를 제외하고는 ‘윤석열’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MBC 단독 보도에 궁금증이 커졌다.

윤석열캠프도 MBC 보도를 특정해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넣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도인 이사 지적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4일 성명을 통해 김 이사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방문진 김도인 이사가 MBC 보도 과정에 개입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며 “김 이사는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공식 자리에서 마치 MBC 보도가 잘못된 보도인 것처럼 발언했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6일 MBC가 고발사주 의혹 녹취록 보도에서 윤석열 후보 이름을 거론한 것은 여러 루트를 통한 교차 취재에서 확인된 내용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이라며 “같은 날 윤석열을 검찰로 표현해 보도했던 SBS도 다음날 기사에서는 MBC처럼 윤석열로 수정해 보도했다. 또한 다수 언론이 MBC 보도 이후 김웅 녹취록 관련 기사에 윤석열 이름을 거론해 보도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 이사의 이 같은 발언과 일련의 요구들은 MBC 경영 감독기관에 머물러야 할 방문진 이사가 MBC 보도에 개입하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실상의 보도 지침을 내리겠다는 망발이라고 규정한다. 방문진 이사의 월권을 넘어 대선 보도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어 “김 이사가 공적 책임을 구현한다는 명분으로 경영 지침에 공정성을 거론한 것이 MBC 보도에 개입하기 위함이라면 이는 방문진 이사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넘어 엄연한 불법 행위”라며 “취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을 기사화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보도 행위에 마치 불순한 의도와 배경을 갖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오히려 김 이사 발언 의도가 불순한 것이라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김 이사가 MBC 보도와 방송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관여하려는 야욕을 또다시 드러낸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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