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이 늦어질 경우 업무공백을 막기 위해 이전 위원회가 직무를 계속하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제안했다. 심의위원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원 추천권을 쥔 여야 정치권 갈등으로 늑장 출범을 거듭했다. 현 5기 위원회는 직전 위원회가 지난 1월 임기를 마친 뒤 6개월 만에 꾸려졌다. 이 공백기에 쌓인 방송·통신 심의 안건은 16만 8000여건, 디지털 성범죄 정보는 9000건에 이른다. 심의위원회 공식 임기가 끝나면 일체의 심의·의결이 중단되는 탓이다. 3기와 4기 위원회도 각각 1개월, 7개월 지연 끝에 출범했다.

입법조사처는 13일 김여라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이 작성한 연구보고서에서 “3년 임기의 심의위원회 구성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심의 공백에 따른 시청자·이용자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며 “개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임식 사진. 사진=방송통심신심의위원회
▲지난 4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임식 사진. 사진=방송통심신심의위원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구성이 지연되면) 방송심의의 경우 시청자 권익을 위한 공공성·공익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통신심의의 경우 정보통신망 불법·유해 정보 차단과 같은 대응이 어렵게 된다”고 했다. 이어 “특히 피해자 보호 및 구제 등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가 필요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업무공백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설치법)’을 개정할 두 가지 안을 내놨다. 첫째 안은 방통위설치법에 ‘임기가 만료된 위원은 후임자가 위촉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는 조항을 새로 들이는 방법이다. 입법조사처는 이 경우 “차기 위원회의 구성이 지연되더라도 방송ㆍ통신 심의 및 의결이 계속해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두 번째 안은 기존 위원의 결원을 채우기 위해 들어온 보궐심의위원이 전임자의 남은 임기만 채우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임기를 시작하도록 해, 장기적으로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는 안이다.

심의위원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도 언급됐다. 입법조사처는 “방송·통신 분야의 전문성만이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의 여러 계층과 지역, 세대, 신념, 인종 등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전문성 및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공 분야, 법조계, 관련 단체, 활동 경력을 규정하지만 심의위는 정치·업무 관련 이해관계자를 배제하는 조항만 갖춘 점을 들며 위원 자격을 법률로 규정할 것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또 심의위원 증원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심의위는 위원장 포함 9인으로 꾸려졌고 방송, 광고, 통신, 디지털 성범죄 등 4개 소위원회를 두는데, 매년 1000건 이상의 방송심의와 20만 건 이상의 통신심의를 해야 해 점점 면밀한 심의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입법조사처는 방통심의위원장 인사청문회 도입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방통위법 18조에 의하면 심의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고 심의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상임위원 3인은 호선한다. 이런 방식이 심의 책임성과 중립성,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어려워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민간 독립기구로, 심의 결정에 대한 처분 권한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있고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은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따로 인사청문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요구된다는 의견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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