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雲南)성 리장(麗江)은 남방 역사와 문화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역사는 중원에서 펼쳐졌다. 그러나 변방의 역사와 문화도 자체적으로 발전해왔다. 나시주(納西族)의 리장(麗江), 바이주(白族)의 다리(大理), 다이주(人+泰族)의 시솽반나(西雙版納)는 나름의 주택 구조와 주거 문화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리장구청(麗江古城)…나시주(納西族) 자치현 중심 도시

   
▲ 리장구청(麗江古城)은 돌바닥 길옆으로 폭1~2m의 무수한 물길이 나있다. 물은 위룽쉐산(玉龍雪山)에서 흘러내리는 눈녹은 물로 ‘동방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운치가 넘친다.
리장구청(麗江古城)은 소수 민족 나시주(納西族) 문화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리장은 위룽쉐산(玉龍雪山), 진스장(金沙江), 후구후(삼수+戶沽湖) 등 자연미로 유명하다. 리장구청은 이런 자연에 걸맞은 전통을 품고 있다. 리장구청은 리장셴(麗江縣)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둘러보면 소수 민족들은 ‘낙후할 것’이란 선입관이 깨진다. 리장은 다리(大里)와 200㎞, 쿤밍(昆明)과는 544㎞ 떨어져 있다. 해발 2400여m에 3.8㎢의 아담한 크기다. 이곳은 나시주(納西族) 자치현의 중심 도시다. 이곳은 원(元)초에 말들어졌고 남송(南宋)때 첫 기틀이 잡혔다. 1천년전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다. 이는 이곳이 남방 비단길과 중국 차를 실어가던 옛길이 통과한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리장구청은 1253년 군대가 주둔하면서 외래문화가 들어오고 중원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유구한 역사의 무역 장소로 꼽혔다. 성내를 둘러보면 당시의 ‘도시 계획’에 놀라게 된다. 성의 중심은 쓰팡제(四方街)로 이를 중심으로 길이 방사선 모양으로 사방팔방으로 뻗어있다. 리장구청은 1997년 12월 유엔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사방에 청정한 물이 흐르고 유엔이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도시

우선 길이 바둑판처럼 만들어졌다. 놀라운 것은 길옆으로 폭1~2m의 무수한 물길이 나있다. 물은 매우 맑다. 시골 농촌에서 모내기 할 때 논에 물을 댈 때처럼 살아 숨쉬는 맑은 물이 성곽내부를 거미줄처럼 흐른다. 이 물은 크게 성의 세 갈래로 들어간 뒤 성안에서는 무수한 물길로 나눠진다. 이 물길에는 위룽쉐산에서 흘러내린 눈 녹은 물이 흐른다. 성내 뒷골목의 작은 물길에서도 청정한 물이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다. 성내의 가옥들은 물길과 조화를 이룬 나시주 특유의 건축설계 방식으로 이뤄졌다. 길은 곧은 듯하면서 굽고 굽어지다가 또다시 꺾인다. 리장에서 생산되는 우화스(五花石)와 납작한 청석(靑石)으로 바닥을 깔아 마차길돌바닥은 1천년의 세월이 느껴질 정도로 닳아 윤기가 난다. 환경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먼지와 진흙탕을 전혀 볼 수 없이 깨끗하다. 이 곳을 걸으면 수 백년 전 말굽소리와 덜컹거리는 마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당시 이처럼 견고한 포장 도로를 만들고 물길과 조화를 이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고원에 세워진 단아하고 깨끗한 느낌주는 ‘동방의 베니스’

   
▲ 리장구청(麗江古城)은 지역의 세습족장인 ‘무’(木)씨가 만든 것으로 사방에 성벽이 없다. 리장 구청을 높은 언덕에 올라서 내려보면 첩첩이 쌓여진 지붕들의 집합체가 장관을 이룬다. 베이징의 구가옥 구조인 쓰허위안(四合院)처럼 지붕들은 저마다 방향을 달리한 채 구청(古城)안에 소복이 모여있다.
이곳은 단아하고 깨끗한 거리란 느낌을 준다. 물길위로 명(明), 청(淸)시대에 만들어진 약 300개의 작은 다리가 가로지른다. 물길 옆으로는 수양버들이 우거졌고 붉고 노란 꽃들이 핀다. 상점과 식당, 찻집, 숙소 등 모두가 한곳에 모여있다. 리장구청은 고원 지역에 세워진 ‘동방의 베니스’로 불린다. 다른 성과 다르다. 성벽이 없다. 이곳은 당시 지역의 세습족장인 ‘무’(木)씨가 만든 것으로 사방에 성벽을 만들 경우 ‘木’자가 성벽모양인 ‘口’속에 갇힌 ‘쿤’(困)이 된다. ‘쿤’(困)은 ‘곤란’(困難)이란 의미와 함께 중국에서는 ‘가난하며 희망이 없다’는 극히 좋지 않은 뜻을 담고 있어 일부러 ‘성벽’(口)을 치지 않았다는 고사가 전해온다. 리장구청 안에는 수공품, 기념품, 일용품, 옷가지 등 갖가지 상점에서 물건을 판다. 물길 옆으로는 식당과 주점들이 즐비한데 물길에 드리워진 수양버들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운치가 일품이다.

다른 성과 달리 성벽이 없어…세습장족 무(木)씨의 관저는 으리으리

   
▲ 리장의 민가에는 어릴 적 시골집에서 보던 대광주리에 담긴 누룽지가 친근감을 더해주고 있다.
족장 무(木)씨의 관저와 사무실이 있던 무푸(木府)는 스쯔산(獅子山) 남쪽의 완만한 언덕에 면해있는데 내부가 ‘궁전’처럼 으리으리하다. 베이징의 쯔진청(紫禁城)과 동일한 형태로 건축 설계됐으며 진수이차오(金水橋), 중이스파이팡(忠義石牌坊), 후파러우(재방변+戶法樓), 광비러우(光碧樓), 우펑러우(五鳳樓), 베이화위안(北花院), 톈샹타이(天香台) 등 족장 무씨와 가족들의 호화생활이 한눈에 그려진다. 이 무푸는 문화혁명(1966~1976년)때 철저히 파괴됐다가 최근 정부 투자로 중건됐다. 리장구청 안에 있는 기와 모양은 국내 시골의 기와집처럼 친근감을 준다. 집의 모습은 한(漢), 바이(白), 이(彛), 짱(藏)족들의 민족정신에다 나시주 특유의 품격이 포함됐다. 집안에 들어가면 더욱 거리감이 좁아진다. 2003년 10월 가을에 방문한 이곳은 집안에 빨간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대(竹)광주리에는 가마솥에서 밥을 다 푸고 난 뒤 바닥에서 떼어낸 넓적한 누룽지가 서늘한 바람에 말라가고 있었다. 집 한쪽 구석의 농기구를 놓는 곳에는 새끼줄에 매달린 마른 쑥이 바람에 말라가고 있었다. 기와 지붕의 선도 처마의 끝이 치켜 올라간 베이징 등 다른 곳과 달리 한국에 가까운 부드러운 선을 갖고 있다. 리장구청을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보면 첩첩이 쌓여진 지붕들의 집합체가 장관을 이룬다. 베이징의 옛 가옥 구조인 쓰허위안(四合院)처럼 지붕들은 저마다 방향을 달리한 채 구청(古城)안에 소복이 모여있다.

다리구청(大理古城)…바이(白)족들의 문화 엿볼 수 있어·불교 건축물 유명

   
▲ 윈난(雲南)성 다리(大理)를 대표하는 불교건축물인 싼타쓰(三塔寺)는 맑은 날 뒤의 배경으로 비치는 창산(蒼山)과 세개의 탑, 흰구름이 맑은 얼하이(삼수+耳海) 호수면에 비친 모양이 장관이다.
다리구청(大理古城)은 779년 당(唐)나라 때 세워졌다. 다리를 대표하는 소수민족은 바이(白)족들이다. 다리의 자연을 대표하는 창산(蒼山)과 얼하이(삼수+耳海)를 배경으로 삼은 이곳은 둘레가 6㎞, 면적이 4㎢로 바이(白), 한(漢), 후이(回)족 등 17개 민족 약 2만 명이 거주한다. 이곳은 당, 송(宋) 500여 년 동안 난자오궈(南詔國), 다리궈(大理國) 등을 거치면서 윈난성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현재의 다리구청은 1382년 명(明)나라 군대가 윈난과 다리를 평정한 뒤 개축됐다. 이곳도 바둑판 모양으로 길이 나있으며 바이주들의 주거생활, 음악, 음식, 차 등 온갖 문화를 맛볼 수 있다. 다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창산과 얼하이 사이에 있는 충성쓰(崇聖寺)로 불리는 싼타쓰(三塔寺) 등 불교 건축물이다. 한 개의 큰 탑과 두개의 작은 탑으로 이뤄진 싼타쓰는 난자오바오허(南詔保和·824~839년)때에 건립됐는데 큰 탑은 69.13m, 두 작은 탑은 42.4m로 맑은 날 창산과 흰구름, 흰색 탑이 얼하이에 비치는 모양이 장관이다.

시솽반나(西雙版納)…‘2층집’ 생활 독특·자연이 살아있는 원시삼림지역

   
▲ 윈난(雲南)성의 가장 남부에 위치한 다이족 자치주 시솽반나(西雙版納)의 다이족의 집단거주구역인 간란바(橄欖土+貝)에서는 풍토병 방지를 위해 기둥 위에 지은 집 주러우(竹樓)가 특징적이다. 주러우에는 실내 방과 함께 대청마루도 있으며 원두막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윈난성의 가장 남부에 위치한 다이족 자치주 시솽반나는 자연보호구 총면적이 2420㎢로 70㎢는 전혀 훼손되지 않은 원시삼림지역이다. 이곳은 열대 우림과 아열대 지역으로 공작새, 코끼리 등 희귀 동물과 식물의 보고다. 해발 530m로 란창장(瀾滄江)가에 위치한 다이주의 집단 거주구역인 간란바(橄欖土+貝)에서는 풍토병 방지를 위해 기둥 위에 지은 집 주러우(竹樓)가 특징적이다. 이는 습한 지역으로 인해 땅에서의 습기와 뱀 등 동물로부터 보호를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사다리를 통해 다락방 올라가 듯 주러우에 올라간 뒤 ‘2층집’에서 생활을 한다. 주러우에는 실내 방과 함께 대청마루도 있으며 원두막에서 생활하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솽반나의 멍라셴(孟+力臘縣)에는 ‘왕톈수쿵중저우랑’(望天樹空中走廊)으로 불리는 ‘공중 길’이 있다. 왕톈수(望天樹)는 덩쿨식물의 일종으로 열대 우림의 나무를 감고 올라가며 군락을 이룬다. ‘왕톈수쿵중저우랑’은 이 덩쿨나무를 발판으로 높이 34m에 나무 사다리를 엮어 만든 5천m길로 원시 삼림과 천태만상의 열대식물 군락의 장관을 발 아래로 굽어보며‘하늘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이 때는 신선(神仙)이 따로 없다.

   
하성봉 기자는 1987년 10월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체육부, 사회부 법조 기자를 지냈으며, 국제부 기자로  베이징 특파원을 거친 뒤 현재 국제부 차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1년 9월말~10월초 아프간 전쟁시 북부동맹 전쟁지역을 취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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