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가 내년에 국내에서 개최키로 한 세계신문협회(WAN) 총회 행사를 위해 정부에 거액의 지원금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2005년 5월 열리는 WAN 서울 총회 준비를 위해 신문협회(회장 홍석현)는 지난 4월 문화관광부에 25억원을 지원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WAN 서울총회 준비를 위해 신문협회가 준비하고 있는 총예산은 대략 36억원 가량이다. 신문협회는 이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해 지난달 홍석현 회장이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을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문화관광부는 요청한 액수 모두를 지원해줄 수는 없지만 10억원 이내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솔직히 행사진행과 회의장 임대료, 만찬에 필요한 식음료비용 등에 주로 사용되는데 25억원은 지나치게 과하다는 판단에 따라 IPI(국제언론인협회), IFJ(국제기자연명) 서울총회의 전례에 비춰볼 때 10억원 이내가 가능한 규모”라고 밝혔다.

지난 95년 IPI 서울 총회와 2001년 IFJ 서울 총회 당시 정부는 방송발전기금 등을 통해 각각 8억원과 4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지원 규모가 확정되는 시기는 오는 기획예산처와 협의하고 난 뒤인 7∼8월 쯤”이라고 말했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이벤트, 투어, 회의 등 행사 진행 등을 우리가 맡게 된다”며 “행사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돼 예산이 엄청나게 든다”며 “다른 나라도 알게 모르게 이런 행사를 지원하고 있고, 솔직히 정부가 이런 행사에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계 일각에서는 세계신문협회 총회가 아무리 신문협회 차원에서 의미 있는 행사라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신문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하자고 떠드는 마당에 신문협회가 수십억원 규모의 정부 예산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신학림 위원장은 “신문시장에서 중앙일보가 엄청난 돈으로 제공하는 무가지와 경품의
비용 극히 일부만 있어도 세계신문협회 행사 비용은 충분하다”며 “무슨 염치로 정부예산을 요청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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