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발표된 뒤 연일 일부 언론사들의 비판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도 언론보도가 합리적인 태도를 벗어나 앞서가고 있다며 언론개혁과 관련한 정서적 대립을 거론하고 나서 신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자칫 정부와 언론 간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가균형발전 국정과제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문제에 대한 일부 언론보도가 앞서가고 있으며 이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며 “우연인지는 몰라도 일부 언론의 보도는 언론개혁 문제를 둘러싼 정서적 전선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일부 언론의 ‘저의’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지난 8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가 신행정수도 이전대상 주요 국가기관 시기 및 방법을 잠정 확정한 뒤부터 비용, 여론수렴 문제 등을 조목조목 비판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8일자엔 노 대통령이 대선직전 연설 때 당선 이후 1년 이내에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혔었다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이 같은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이들 언론을 겨냥해 저의가 있다고 비판했고, 언론개혁에 대한 정서적 전선론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조선·동아일보는 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정확성이 없는 감정적인 발언”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동아일보 편집국의 한 간부는 18일 “대통령이 우리를 마치 정권을 흔드는 사람들로 표현하고, 그래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감정적인 반응으로 인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정부는 지방 분권을 ‘금과옥조’로 내세우며 반대하는 사람은 무조건 ‘수구세력’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특히 대통령이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언론에 대해 ‘언론개혁’을 언급하는 것은 극단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 독자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기가 닥친 일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지만 그것은 중요한 이유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조선일보 정치부 중견기자도 “우리가 무슨 저의가 있겠냐. ‘천도’의 문제점을 비판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뭐냐”고 되물으며 “천도 문제가 걱정스럽고 우려가 되기 때문에 따져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들은 사전에 수도 이전 문제를 꼼꼼히 점검하고 비판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동아일보 편집국 간부는 “논의가 시작된 첫 단계부터 정밀하게 점검하지 못하고 정치공방 중계에 그쳤고, 솔직히 ‘설마 되겠냐’는 식의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이 충청권 표를 의식해 눈치보기를 한 것처럼 언론도 충청권 독자를 잃지 않을까 눈치를 본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기자도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 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냐고 비판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것”이라며 “지난해 이 문제를 소홀하게 다룬 점은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조선일보와 정부 간의 신경전에 대해 한 언론사 간부는 수도 이전 문제제기로 조선·동아가 이슈 선점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이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정부가 (조선이나 동아 등) 특정 언론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서 그렇지 이번의 경우 각을 세워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 편집국 간부는 “(동아·조선이) 야당의 주장에 편승해 이슈화함으로써 주독자층인 영남, 수도권 독자를 공략하고 충청권 독자는 포기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색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경향신문의 한 논설위원은 “검증 자체가 미흡했기 때문에 검증을 거치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언론개혁에 반대하는 언론과 정서적 전선과 일치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한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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