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입법 전 ‘기자사회 자정노력 선행’ 목소리

최근 들어 촌지제공·술 접대 등 뿌리깊은 언론계의 병폐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언론개혁입법에 앞서 기자사회의 자정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촌지 제공= 서울대병원은 지난 4일 성상철 원장 취임 기자회견에 앞서 ‘성상철 서울대병원장 소개자료’와 서울대병원 브로셔가 담긴 보도자료 봉투에 돈봉투를 함께 넣어 일부 기자들에게 나눠줬다.
병원측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은 중앙언론사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이뤄졌으며, 20명 정도의 기자가 참석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한 기자는 같은 날 “보도자료 봉투를 열어봤더니 안에 1만원권 20∼30장이 들어있어서 바로 돌려줬다”며 “봉투를 받을 때 내 이름을 적더라. 받은 사람 안 받은 사람 이름을 따로 적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털어놨다.

서울대병원측은 기자회견 당일엔 부인했지만 8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선 촌지 제공 사실을 시인했다. 병원 관계자는 “6년 만에 병원장이 바뀌어 식사나 술대접 차원에 마련한 것”이라며 “행사 때마다 종종 하던 일로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대다수 기자들이 당일 촌지를 되돌려 줬다고 전했다.

▷‘동성게이트’ 언론인 연루?= 안상영 전 부산시장을 죽음으로 몰고 간  ‘동성게이트’ 사건에 부산지역 언론인들이 술 접대를 받는 등 간접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허남식씨가 동성여객 이광태 대표로부터 1980만원을 수뢰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면서 드러났다.

일부 언론과 열린우리당이 공개한 ‘허남식 정무부시장’이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허씨가 부산시 고위 공무원 시절 구속된 안상영 전 시장을 보석시키기 위해 지역 언론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허씨의 측근은 이에 대해 “허씨가 당시 술자리 멤버의 한사람”이라면서도 (안 시장 구명과 관련) 기자들과 얘기를 나눈 부분은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혐의를 검찰이 엄정히 수사했고, 무혐의 결론을 내려 법적으로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리시 비판언론 ‘차별’논란= 경기도 구리시가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지역일간지 구리시청 출입기자는 “보도자료를 잘 써주면 1년 홍보비를 주는데 반해 비판기사를 잘 쓰는 언론에 대해선 전혀 지원하지 않는다”며 “시가 그동안 지방지에 매년 100∼150만원 정도의 시정 홍보비를 책정해 광고 게재료로 각 신문사에 지급해왔으나 비판기사를 쓴 경기신문, 경기도민일보 등 몇 개 신문이 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구리시장이 지난해말 ‘시에 대해 비판기사를 주로 쓰는 언론에 대해서는 홍보비를 지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다는 공무원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구리시 이성재 문화공보과장은 “지침하달도 없었고 예산이 한정돼있어 탄력적으로 집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왜곡·허위보도에 대해서는 시에서도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현호·류정민·김종화·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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