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언론 행위가 드러나 애국지사 서훈이 박탈되고 시민단체들로부터 묘 이장을 요구받아오던 서춘 씨의 묘비가 지난 5일 현충원 직원들에 의해 뽑혀진 채 대전 국립묘지 애국지사 제1묘역에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친일 언론인 행적으로 독립유공자 서훈이 취소되고 대전 현충원과 시민단체에 의해 묘지 이장을 요구 받아온 서춘(1894∼1944)씨의 현충원 묘비가 철거됐다.

대전 현충원은 현충일을 앞둔 지난 5일 애국지사 1묘역(151번)에 안장된 서씨의 묘비를 뽑아냈다. 대전 현충원 측은 지난 96년 서훈과 독립유공자 예우가 취소된 서씨와 관련해, 후손에게 이장을 요구해 왔으나 계속 이에 응하지 않아 이날 묘비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1919년 2·8 도쿄유학생 독립선언 실행위원 담당 등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63년 대통령표창을 받고 89년 대전 현충원에 이장됐으나 96년 서훈이 취소됐다. 27년 동아일보에 입사, 동아일보 경제부장, 조선일보 편집국장, 주필 겸 경제부장 등을 역임한 서씨의 친일 행적이 본격화된 것은 37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 주필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서씨는 매일신보와 각종 잡지에 친일 논조를 설파했을 뿐 아니라 친일단체인 방송선전협의회, 국민총력조선연맹, 임전보국단 등에 관여하고 친일 잡지 ‘태양’을 창간하기도 했다.

6일 오전 대전 현충원 정문 앞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주최로, 대전충남 민언련, 조아세, 국민의힘, 노사모, 대전물총, 독도수호대, 인물과사상 독자모임 등의 회원과 시민 80여명이 친일군인 김창룡씨와 서춘씨 묘의 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 행사에 이어 ‘안티조선 출정식’도 가졌다.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8일 “친일언론의 기수로 활약한 서춘의 경우, 이제 묘비도 철거됐고 유족도 이장 입장을 밝혀 다행스럽다”며 “그러나 김창룡은 상황이 달라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김창룡 묘 이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독립유공자로 인정 받았으나 실제 친일 행적이 있는 다른 인사들도 가려내 서훈을 취소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춘씨는 서훈 취소에 앞서 93년 7월 국가보훈처가 국회에 제출한 ‘친일행위 혐의가 있는 독립유공자’ 8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공개됐으며, 김성수 전 동아일보 사장(62년 대통령장 서훈)도 이에 포함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중 96년 7월 서훈 취소 대상 5명에 든 인사는 서씨 1명 뿐이었으며, 독립유공자 서훈 최소는 이때가 현재까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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