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들어 아나운서들의 활동영역이 다양해지고 넓어지고 있다. 대표주자인 정은아, 강수정 아나운서, 김혜은, 안혜경 기상캐스터(위로부터) ⓒKBS, MBC

보도국 내에서는 아직 아나운서가 다른 일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아나운서는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는 직업인데 잦은 외도는 자칫 가벼운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보도국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MBC의 한 아나운서는 “내부에서도 조금씩의 시각차가 있고 뉴스도 연성화를 고민하는 시점이지만 보도국은 아직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반영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작년 말 MBC 김주하 앵커가 한겨레서 창간한 여성잡지 표지모델로 나섰을 때도 ‘신선하다’는 외부평가와 달리 보도국 내에서는 “간판 앵커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와 문제가 됐었다.

이런 방송사의 분위기와 외부활동(상업광고 등)을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MC 자격’으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만 KBS 소속이고, 정은아 아나운서와 김혜은, 안혜경 기상캐스터는 방송국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프리랜서라고 하더라도 지명도가 높은 일부 아나운서를 빼고는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 활동의 여건이 자유로운 편은 아니다.

   재미와 감성을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

그러나 방송사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런 경향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KBS의 표영준 아나운서 실장은 “딱딱한 것이 무게를 갖는 시대에서 재미와 감성적인 것을 우선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며 “아나운서들도 흐름에 맞춰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앞으로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젊은 아나운서를 중심으로 오락프로그램 MC나 라디오 DJ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다양한 끼를 발산하고 싶은 욕구나 도전의식이 예전보다 강해졌다”며 아나운서들의 영역 넘나들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리랜서를 선언한 중견 아나운서 A씨는 아나운서들의 영역 파괴(?)에 대해 “남성 아나운서의 경우 열심히 한만큼 전문성을 높게 쳐주지만 여성 아나운서의 경우에는 전문성보다는 외모를 우선하는 경향 때문에 다른 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여성 아나운서 사이에서 “뉴스 진행을 더 잘하는 아나운서를 놔두고 성형하고 나온 젊고 예쁜 아나운서한테 진행을 맡겼다”는 불만은 이제 얘기 거리도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프리랜서를 선언했던 아나운서 B씨도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지만 광고를 한편 찍고 나니 방송 일도 예전보다 수월해졌고 다른 영역에 대한 도전의식도 생겨서 좋다”고 말한다. 다양한 끼를 발산하고 싶은 개인의 욕구 외에도 방송국 내의 환경이 아나운서들에게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고나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영역이 넓어진 반면 콘텐츠는 주로 MC나 기상캐스터라는 이미지를 차용하는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들 역시 외모를 강조하는 ‘얼짱’ 공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 김혜은, 안혜경 기상캐스터 등은 모두 팬클럽을 갖고 있다. 연예계에서 제의도 받았다는 강수정 아나운서는 지난 연말 모 포털사이트에서 ‘자꾸 보고 싶은 아나운서’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아나운서들의 영역파괴(?)가 새로운 분야의 개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일부의 걱정처럼 ‘아나운서의 상품화’로 전락할지 아직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