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 당사
민주노동당이 기자실을 브리핑룸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노동당은 상주개념의 출입기자들에게 기자실의 고정석을 배정하고 다른 기자들에게 자유석을 이용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를 백지화하고 순수 브리핑룸 형태의 운영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기자실 운영방안은 우여곡절 끝에 가닥을 잡게 됐다. 실제로 민주노동당 기자실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놓고 출입기자들과 일부 당원들은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기자실 운영의 기본원칙이 일부 공개됐고 일부 출입기자들과 당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일부 출입기자들로부터 불만이 표출된 것은 민주노동당이 기자실을 운영하는데 있어 유력언론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민주노동당은 기자실을 현재의 규모보다 2배 이상 늘린 60석 가량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앞좌석에는 방송사와 연합뉴스 기자들에게 배려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일부 유력언론들은 자사 기자들을 위해 2∼3석 정도씩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민주노동당에 전달했고 이러한 소식들이 진보매체 언론들과 소규모 매체 언론들에 알려지면서 민주노동당이 유력언론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기자실 유력언론 배려 논란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유력언론에게 고정석을 2∼3석씩 배정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기자들의 요구도 있고 기자실 운영의 현실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운영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었다.

고심 끝에 민주노동당은 당사 5층에 마련될 60석 규모의 기자실 중 30석 가량은 상주하는 기자들을 위해 고정부스를 제공하고 연합뉴스, 방송사 등은 앞좌석에 배정하는 방향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민주노동당 김종철 대변인은 지난 21일 "당사 5층에 새롭게 마련될 기자실에 60석 규모의 취재용 부스를 마련할 계획인데 30석 가량은 상주하는 기자들을 위해 부스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상주하지 않는 기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유력언론에 대한 특혜시비를 없애기 위해 상주하는 언론의 기준을 제시한 뒤 상주를 희망하는 모든 언론들에게 공문 등을 보내 출입의향을 묻고 고정석 배치를 결정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연합뉴스와 방송사에 대한 앞좌석 배려는 당초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당원게시판, 민주노동당 기자실 운영 비판 이어져

그러나 상주가 가능한 언론은 취재여력이 풍부한 유력언론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유력언론을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에는 당의 기자실 운영방안을 비판하는 당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참이슬'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한 당원은 민주노동당 기자실 운영과 관련, "상주기자를 보낼 수 있는 조중동을 비롯한 중앙 일간지와 방송 3사를 중심으로 한 큰 규모의 언론사들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발상"이라며 "중앙당은 두말할 것 없이 개방적인 브리핑룸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이슬'이라는 이름의 이 당원은 "중앙당에 기자실을 설치한다는 안에 대해 많은 당원 동지들과 진보적인 대안매체, 그리고 작은 규모의 매체 기자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기자실폐지 브리핑룸설치!] 또는 [브리핑룸설치!]란 말머리를 당분간 게시판에서 달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장규'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당원은 "당의 약점을 피하고 강점을 알린다는 홍보의 원칙 상으로도 특정 거대언론의 정당 상주기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기자실 운영을 우리 당은 결코 따라가서는 안된다"며 "지금 당장 고정부스를 배정하는 기자실 운영계획을 중단하고 브리핑룸 형식의 개방된 기자실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어용선'이라는 이름의 한 당원도 "기자실에 고정부스를 설치하라고 기자들이 요청하는 것은 메이저 언론사들의 특권의식"이라며 "기자실에 고정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브리핑룸 자율좌석제 운영…당원의 합리적 지적, 당이 적극수용

민주노동당은 기자실 운영을 놓고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지난 23일 브리핑을 통해 기자실은 브리핑룸 형태로 운영하고 고정좌석을 없애는 방향으로 대변인실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당은 모든 매체에 브리핑을 개방하고 1일 2회 정례 브리핑을 실시하고 사안에 따라 책임자, 담당자들의 브리핑을 실시해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했다"며 "대변인실에서 정리한 입장은 지정 좌석제가 아닌 자율좌석제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부대변인은 "기자실 좌석은 브리핑룸 좌석 60석 정도와 간이좌석까지 합하면 70∼80석 정도가 될 것"이라며 "연합뉴스는 데스크탑이 들어오는 경우이기 때문에 기자들의 양해 하에 (고정부스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민주노동당은 브리핑룸 부속시설로 사진기자실, 방송기자실, 인터뷰실 등을 갖추고 출입기자들을 위해 사물함을 1개씩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따라서 새롭게 확장 개편될 민주노동당 브리핑룸은 어떤 언론매체든지 취재를 희망한다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김종철 대변인은 기자실 운영과 관련 "개인적인 생각도 기자실보다는 브리핑룸 형태의 운영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브리핑룸 운영에 대해 유력언론들로부터도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기자실 운영을 놓고 당 안팎의 문제제기가 이어지는 등 '홍역'을 앓았지만 당원들의 합리적인 지적을 당에서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진보정당이 기존정당과 무엇이 다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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