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말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언론사마다 종군 취재진 파견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취재진의 안전 대책이 부실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한국군 선발대가 파병되는 오는 4월7일 국방부 출입기자 20명 가량으로 취재단을 구성해 함께 전세기를 타고 출발할 계획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본 계획은 전세기의 탑승 인원을 고려해 최대 20명의 국방부 출입기자가 동행해 현지 병영 안에서 숙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며 “출입기자가 아닌 기자들은 별도로 와야 하며 숙식은 각자가 하되 부대 내 취재는 허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선발대와 동행할 기자들은 7일부터 보름간 머물 예정이다. 우선 쿠웨이트에서 열흘 가량 현지 적응훈련을 한뒤 키르쿠크로 들어간다. 합참 관계자는 “비용은 모두 소속 언론사 부담이며, 왕복 항공료·숙식비 등 포함해 보름간 1인당 최소 2000만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언론사는 국방부 출입 기자단과는 별도로 이미 현지에 취재진을 파견한 상태다.  또 상당수 언론사들도 시기와 규모 등을 저울질하며 별도 취재진 파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우선 조선일보는 이미 이달 초 국제부 이철민 기자를 이라크로 파견했고, 오는 4월중순에 다른 기자와 맞교대할 계획이다. 조선일보 함영준 국제부장은 “한 사람이 오래 있는 것은 견디기 어렵다고 보고, 1개월∼1개월반 씩 경험 있는 기자로 교대 파견할 것”이라며 “안전문제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도록 출장비 이외의 위험수당도 제공하며 보험도 가입시켰다”고 설명했다. 함 부장은 “전쟁 때보다 나아졌지만 테러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만큼 경험이 있고, ‘자원’하는 기자에 한해 보낼 계획”이라며 “현재 이 기자도 위험을 무릅쓰고 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도 오는 12일 기자를 파견할 계획이다. YTN 강갑출 보도국장은 “선발대 파견 때 국방부 출입기자를 보낼 예정”이라며 “보험을 가입시킬 예정이나 체류비용도 만만치 않아 계속 상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임경업 국제부장은 “개별적으로 가는 경우 위험에 더 노출돼 걱정이 많다”며 “현지 돌발상황에 대처할 대책이 솔직히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부장은 “위험수당이나 보험 등은 준비했으나 현지상황의 안전을 도모할 만한 장비 등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내전, 분쟁지역에 갈 일이 많은 만큼 언론유관단체에서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2명씩을 파견할 계획이다. 경향신문 이승철 국제부장은 “이번 주말에 4-5주 일정으로 1명을 보낼까 하는데 아직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도 3월말쯤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각 1명씩을 4-5주 일정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도 조만간 이라크 현지로 기자를 파견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이형용 편집국장은 “4월 7일 1차선발대가 떠날 때 취재기자 1명을 자원을 받아 보낼 예정”이라며 “기본적으로 생명보험을 들게 할 것이며 장기간 머물러야할 경우 교대로 보내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신문도 있다. 한국일보 이계성 국제부장은 “선발대가 떠날 때 같이 보내긴 보내야 할 것 같은데 국제부 인원이 부족해서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김영만 편집국장은 “보내야한다는 당위성은 있어서 현재 1명 지원자를 받아 보내려고 하나,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중”이라며 “기사에 비해 위험부담이 크다고 할 때는 다시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갈지 말지, 간다면 몇 명을 보내야할 지에 대해 현재 구상중인 단계다.

현지의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안전문제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키르쿠크 현지는 현재까지도 나시리아 보다 치안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며 “기자들의 안전문제까지 군이 다 신경 쓰기는 어렵다. 기자들 스스로 챙겨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국제부 안성규 차장은 “현지에서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공격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지를 가려낼 재간이 없고 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이승철 국제부장은 “기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만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안전 문제가 제일 걱정이고 관심사긴 하지만 ‘본인이 알아서 조심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안이 없다”고 우려했다.


조현호·정은경·김종화·이선민 기자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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